시장이 바닥권에서 좀처럼 일어설 줄 모른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시장에 팽배하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피 말리는 종목 찾기가 진행 중이다. 시장은 언젠가는 반등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주식을 산 뒤 고통스러운 기간을 잘 견뎌 내느냐가 문제일 뿐이다.종목을 고르는 방법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것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저평가된 것을 고르거나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을 고르거나 아니면 성장성이 우수한 주식을 사들이거나 모두 실적이 좋은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것은 기본사항이다.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주가가 너무 싸다. 기업 실적과 비교한다면 더 이상 쌀 수가 없다. 9ㆍ11테러 때보다도, 외환위기 때보다도 주가가 떨어져 있다.삼성전자의 6월16일 주가수익비율(PER)은 5.13배다. 그러나 9ㆍ11테러 당시에는 7.19배였다. SK텔레콤은 당시 16배가 넘었지만 지금은 7배 수준이다. 이처럼 기업 가치가 당시에 비해 시장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유동원 이사는 “한국증시의 경우 투자심리가 극히 위축돼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종합주가지수가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초과 하락했다”며 “증시가 상당기간 조정을 거친 만큼 추가 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값싼 우량주의 선취매를 권유했다.우량주는 시장이 반등할 때 가장 먼저 오르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안정된 배당도 지급된다. 이 정도 가격에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종목이 아니라는 얘기다.또 다른 관심은 실적호전주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2분기 결산(6월 말)을 앞둔 ‘프리 어닝시즌’(pre-earning season)에 돌입, 실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관과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중국 긴축, 금리, 유가 등 기존 거시경제 변수에서 개별기업들의 펀더멘털(실적)로 이동하고 있다.미국증시에서는 2분기 기업 실적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기업들도 2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깜짝 실적’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하지만 실적모멘텀이 약세장 기조를 바꿔 놓을 수 있을지는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박윤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실적호전이 단기적 모멘텀이 될 수는 있지만 하반기, 나아가 내년의 경기 및 실적둔화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주가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미국 리서치전문회사인 퍼스트콜은 6월21일 2분기 미국기업의 실적 전망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2분기 실적이 당초 전망치에 못미칠 것이라고 밝힌 기업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의 비율이 1.4대1로 지난 1분기 때의 1.8대1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장성국 세종증권 연구위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6월7일에 발표한 S&P500 기업의 2분기 주당영업이익 추정치는 1분기보다 0.1달러 낮은 15.86달러였으나 6월17일에는 추정치를 오히려 1분기보다 0.12달러 높은 15.99달러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기업에 대한 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으며, 이는 7월 장세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어닝쇼크’ 나타날 가능성 희박리서치전문회사인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100개 상장사(KOSPI 100 편입 기업)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각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2분기 영업이익은 13조8,000억원으로 1분기(14조5,000억원)에 비해 4.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순이익은 12.3% 줄어든 10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에프앤가이드의 고영진 금융정보팀장은 “내수침체에다 D램, 플래시메모리,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제품을 비롯, 유화 및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의 단가하락이 실적 둔화의 주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도 실적둔화의 또 다른 배경이다. 에프앤가이드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LG전자, SK(주), 현대상선 등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최대 관심종목인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LG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3조3,358억원으로 1분기(3조1,388억원)보다 6.2%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동원증권도 5~10% 안팎의 증가율을 점치고 있다.하지만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플래시메모리와 D램 가격이 1분기에 비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발표가 나올 때까지 눈치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수페타시스, 한솔LCD, 고려아연 등은 실적이 대폭 호전됐지만 주가 하락률은 큰 실적과 주가가 엇박자를 보이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올해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이 989.8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솔LCD 역시 올해 EPS가 656%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풀무원, 삼성SDI 등도 호전된 실적이 시장에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최근 주목받는 종목군은 이른바 네 박자 종목이다. 대우증권은 최근과 같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배당투자 매력만이 아니라 예상 기업실적과 저평가돼 있는 주가, 업황 모멘텀 등 네 박자를 모두 갖춘 종목이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분석했다.대우증권은 이에 해당하는 종목으로 거래소 기업 중에서 풍산, 동국제강, 동부제강, 신무림제지, 한국제지,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한세실업, 동원F&B 등 9개사를, 코스닥 종목 중에는 나라엠앤디, 코메론, 파라다이스, 엘리코파워 등 4개사를 선정했다. 이들은 올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6월17일 종가 기준으로 PER가 업종 전체 PER보다 낮으며 4%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들이다.성낙규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의 커다란 특징은 높은 주가변동성”이라며 “이는 금리인상, 고유가,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국내 내수경기의 부진 등 투자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성연구원은 “변동성이 시장을 지배할 때는 안정적인 투자가 최고”라며 “실적개선 대비 주가가 싸면서 하반기 업황 개선과 함께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이 가장 좋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