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이 눈부시다. 지난해만 해도 15.8%나 몸집을 키웠다. 3.1%에 불과한 국내 경제성장률을 5배나 앞지른 것이다. 특히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대약진은 어지러울 정도이다. 신장률이 각각 66.8%, 45.2%에 달했다. 세계시장 점유율을 따지면 온라인게임이 31.4%로 1위, 모바일게임은 13.2%로 2위에 올랐다.우리의 온라인게임은 세계인이 즐기는 공통의 오락거리다. 중국, 대만, 일본, 태국, 미국 등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다. 세계 곳곳에 지사와 법인을 세우고 현지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출규모도 팽창일로다. 엔씨소프트는 대만에서만 매년 200억원을 벌어들인다.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은 전체 중국시장의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18개국에 진출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는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고 있다. 넥슨의 ‘비앤비’, 써니YNK의 ‘씰온라인’, 웹젠의 ‘뮤’도 순항 중이다.게임산업의 수익성이 검증되면서 유수한 업체들이 속속 게임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게임만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게임포털업계는 현재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지난해만 해도 서너 개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10곳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새로 뛰어들려는 업체도 적잖다. 이에 따라 업계는 숨막히는 마케팅전쟁 시대를 맞고 있다.이전에 볼 수 없었던 마케팅 기법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고 특별히 마케팅을 펼칠 이유도 없던 게임시장의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효리, 박정아 등 스타를 기용한 광고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이싱걸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전, 이해관계가 맞는 오프라인 업체와 제휴한 공동마케팅 등 유저들의 눈길을 받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경쟁이 치열할수록 중소 신규업체들의 설자리는 좁아지기 마련. 좋은 게임을 만들고도 시장진입을 할 수 없다는 한숨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갈수록 세분화되는 유저들의 요구를 포착,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업체가 적잖다. 이들의 무기는 가볍고, 쉽고, 부담 없고 경쾌한 게임이다. 게임은 가볍지만 이들이 채우는 돈주머니는 묵직하다. 매월 15억원을 벌어들이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대표적인 경우다.게임산업이 몇 단계 도약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모든 콘텐츠업체들이 꿈꾸는 ‘원소스 멀티유스’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 ‘원소스 멀티유스’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처럼 하나의 소재를 여러 장르에 걸쳐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게임 속의 캐릭터를 이용해 동화책, 캐릭터 인형, 만화영화, 완구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머잖아 업계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여성CEO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한 관심거리다. 여성적 감성을 바탕으로 제작된 게임들은 그동안 게임에서 소외돼 있던 여성들을 새로운 게임 유저층으로 불러들이는 소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