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자동차보험의 발진소리가 거세다. 닻을 올린 지 4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업계의 ‘앙팡테리블’로 손색이 없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골리앗(오프라인)에 맞설 기세다. 선전포고와 함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최근에는 대형보험사까지 시장에 속속 합류하는 추세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까닭에서다. 업계에 퍼진 ‘온라인 자보 없인 앞날 없다’는 위기감도 나날이 높아만 간다. 엔진예열이 마무리되면서 향후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온라인 자보시장의 성장세는 기울기 45도 안팎의 ‘우상향’(↗)으로 요약된다. 2001년 첫 시장이 열린 후 매년 이 그래프를 반복해 왔다. 가령 온라인 보험료수입(손보협회 자료)은 2001년 263억원에서 2004년 3분기까지만 5,790억원(누적ㆍ잠정치)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4분기까지 합하면 8,000억원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2004년에는 2003년보다 무려 73%나 성장했다. 시장점유율도 수직상승이다. 전체 자보시장 중 온라인 비율은 2001년 0.2%에서 올 1월 8.6%까지 치솟았다. 우철희 교보자동차보험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해 10월 온라인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며 “이 추세라면 3월 중 시장점유율 10%대 진입이 유력하다”고 진단했다.온라인 자보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사실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이는 당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다. 보험가입의 특성상 대리점ㆍ설계사의 존재감이란 게 그만큼 컸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저가 메리트를 빼면 이렇다 할 비교우위도 없었다. 가령 자보 선택의 관건인 보상서비스는 오프라인 손보사에 비해 적잖이 열악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온ㆍ오프라인이 호각을 겨루기에 충분할 만큼 고객만족도가 높아졌다. 특히 온라인 전문ㆍ특화 자보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됐다. 전국적인 보상네트워크와 업계 평균 이상의 전문보상인력을 완비한 결과다. 일례로 온라인 자보의 ‘원조’ 격인 교보자동차보험의 보상인력은 업계 평균보다 50%(400명)나 많은데다 전원 정규직으로 대인ㆍ대물보상을 한꺼번에 처리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면접촉 부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온라인 기술활용을 통해 되레 장점으로 변신시켰다는 평가다.온라인 자보의 리더는 교보자동차보험이다. 2001년 10월 상품판매를 시작한 온라인 전문ㆍ특화 보험사다. 2004년 기준(누계) 온라인 점유율 54.8%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절대지존’이다. 자보시장 전체로 보면 4.2%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업계 8위인 신동아화재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교보자보의 성장세는 원수보험료(제조업의 매출)를 보면 명확해진다. 영업 첫달(2001년 10월) 15억2,000만원에 불과했던 게 올 1월에는 278억원으로 급팽창했다. 보유계약건수는 63만4,908건으로 독보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배경으로 교보자보는 영업개시 후 17개월(2003년 2월) 만에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는 파죽지세의 성장스토리를 엮어냈다. 단 딜레마도 있다. 시장규모는 점차 커지는 데 반해 교보자보의 점유율은 떨어져서다. 이는 확대일로의 시장을 연 일종의 개척자적 고민이다. 실제로 2003년 시장점유율은 무려 68.8% 달했었다. 이는 선발회사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적인 두통거리다. 반면 매출목표는 초과달성이다.지난해 기준 ‘No.2’는 제일화재다. 두 번째 시장참가자로서의 선점효과를 지킨 결과다. 하지만 단언은 힘들다. 근소한 차이로 다음다이렉트자보와 교원나라자보가 그 뒤를 쫓고 있어서다. 일시적인 순위변동도 그만큼 잦다. 월간 집계로는 매월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다. 2004년 누계에 따르면 제일화재(12.8%), 다음다이렉트(11.3%), 교원나라(9.2%) 등의 순서로 2위권 쟁탈전을 펼쳤지만, 올 1월은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이뤄졌다. 1위 교보자보(47.7%)에 이어 교원나라(13.3%), 다음다이렉트(12.2%), 제일화재(11.2%) 순으로 2위권 순위가 모두 바뀌었다. 온라인 자보시장은 참가자가 늘수록 시장파이가 커지는 전형적인 초기산업의 면모를 띤다. 결국 ‘경쟁격화 = 시장확대’라는 얘기다. 따라서 연내 삼성화재를 제외한 13개 손보사가 모두 뛰어들면 시장은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신규참가사의 도전도 거세다. 특히 기존의 손보사측의 반격이 대단하다. 그간 온라인 자보의 ‘전유물’이었던 가격파괴까지 불사하는 분위기다. 몇몇 케이스는 온라인보다 오히려 더 싸다. 업계도 “오프라인 업계가 연령ㆍ차종 등에 따른 특가상품을 쏟아내면서 보험료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고 전한다. 신규업체의 시장진입도 관전포인트다. 현재 온라인 자보 전문보험사는 교보자보, 다음다이렉트, 교원나라자보 등 3곳이다. 나머지는 기존의 손보사가 영역을 확대한 케이스다. 신규업체라면 결국 이들 전문 3사처럼 온라인 전문ㆍ특화를 채택할 확률이 높다. 성공사례도 있다. 일례로 교원나라자보는 영업 1년 만에 흑자를 낼 만큼 승승장구 중이다. 약 67만명에 달하는 교직원을 타깃으로 해 지난 1년간 15만여명의 가입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목표치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온라인 자보의 인기몰이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저가정책을 비롯한 메리트가 여전한데다 입소문까지 한창 타고 있어서다. 여기에 온ㆍ오프라인의 대대적인 서비스 강화도 고객 입장에서는 반가운 호재다. 가입자도 부쩍 늘었다. 요원할 것 같던 100만명 돌파에 힘입어 한층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고객만족도도 월등히 높아졌다. 실제로 온라인 가입에 저항감이 없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규고객이 늘고 있다. 만기도래 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보험 갈아타기’를 구사하는 실속파 가입자도 적잖게 증가했다. 얼마 전 온라인 자보에 가입했다는 김경우씨는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접촉사고 후 처리하는 걸 지켜보니 오프라인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며 “고정관념만 바꾼다면 온라인 자보가 훨씬 경제적”이라고 전했다.업계 역시 수요확대에 고무적이다. 일각에서는 10년 내 전체 자보시장의 50%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최근 성장곡선을 살펴보면 전혀 뜬금없는 주장은 아니다. 직거래라는 게 처음에는 불편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효용이 증명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보다 확실해진다. 80년대 초 시작된 영국의 온라인 자보시장은 현재 약 40%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다. 이 기간에 인터넷 활용이 미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이성진 교보자보 자동차업무팀장은 “영국은 시장점유율 3%를 달성하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3%에서 30%로 높이는 데 걸린 시간도 10년에 불과했다”며 7~8% 달성에 3년밖에 걸리지 않은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빠르고 편리한 걸 선호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 잘 구비된 인터넷 인프라도 시너지 배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