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도입·CRM·모바일뱅킹 등 서비스 강화 ‘박차’… 전문성 덧입혀야

‘에버리치(EVERRICH)를 아십니까.’지난해 말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에버리치 인터넷 자유적금’은 달라지고 있는 우체국금융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에버리치 인터넷 자유적금은 인터넷 이용에 따른 우대이율과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가입과 해지가 우체국 인터넷뱅킹상에서 가능하다. 월부금 역시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 ATM을 이용해 입금할 수 있다. 서민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우체국금융이 새로운 브랜드와 함께 첨단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언제나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에버리치’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국내 금융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우정사업본부의 의지가 표현된 브랜드다. 포장용 리본 이미지를 통해 정성과 감동, 기쁨 등을 담았고 붉은색을 써서 우체국과 연계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상품이 ‘인터넷 자유적금’이라는 점도 의미를 둘 만하다. 우체국금융의 최근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첨단서비스 도입’이기 때문이다.일제시대인 1929년 우체국보험사업이 도입되면서 시작된 우체국금융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특히 IMF 직후에는 우체국예금 수신고가 4년 만에 약 8조원에서 약 29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급속한 외형성장을 거뒀다. 많은 고객이 가장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인식했던 까닭이다.하지만 2000년 이후 우체국금융은 금융시장이 안정화되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민간금융기관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결국 우정사업본부는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개발에 주력하는 가운데 새로운 브랜드까지 내놓게 됐다는 얘기다.IMF 직후 ‘안정성’ 앞세워 급성장우체국금융의 장점은 우체국 서비스의 일반적인 장점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농어촌 구석구석까지 보편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우체국금융의 장점이다. 따라서 민간금융기관의 상품군과 우체국금융의 상품군에 큰 차이는 없다.우체국금융은 크게 예금과 보험으로 나뉜다. 보통예금, 저축예금 등 기존 상품에 에버리치인터넷자유적금, 인터넷챔피언정기예금 등 최근 출시된 상품까지 총 20종의 예금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정부기업으로서 국가 금융산업 안정화에 기여하고 국가기업 형태로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정부기업이라는 점은 사업의 자율성을 떨어뜨린다. 조직이 탄력적으로 움직이거나 금융업무가 전문성을 띤다거나 하는 점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시중은행이 지역별, 지점별로 특성화를 시킬 수 있는 것과 달리 방대한 우체국 네트워크가 동일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취약점으로 꼽을 수 있다.보험상품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우체국보험은 우체국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이하 예보법)에 근거해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손해보험은 취급할 수 없다. 우체국보험은 한도제한이 없는 시중 보험상품과 달리 계약보험금 한도액이 4,000만원으로 제한받고 있다.따라서 우체국보험 상품의 경우 ‘서민과 가까운 서비스’라는 본래 취지에 좀더 근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예보법 제1조에 규정된 ‘보험의 보편화를 통한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에 기여’라는 목적에 따라 계속해서 저렴하고 보편성 있는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는 이야기다.역시 전국 우체국망을 활용할 수 있는 점에서 서민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면 보험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또한 가입한도액에 제한이 있는 만큼 경영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365코너 700개까지 늘릴 터따라서 우체국금융은 도입 이후 지금까지 겪어온 변화보다 앞으로 겪을 변화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특히 우체국금융은 농어촌, 산간벽지 서민에게 탁월한 접근성이 있는 만큼 이들에게 고도의 전자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지난해 우정사업본부는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금융이용채널이 기존 창구에서 전자금융으로 바뀌는 환경을 반영, 우체국예금보험통합인터넷시스템 2단계 구축사업을 마쳤다. 또한 모바일뱅킹서비스를 도입했고 우체국금융 콜센터를 활성화했다. 365자동화코너 역시 확대했다. 365자동화코너의 경우 2000년에 224개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신설한 것만 154개에 이르러 총 622개를 보유하게 됐다.금융시장의 겸업ㆍ대형화가 계속되는 추세에서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금융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을 올해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있다. 금융서비스 품질향상과 함께 직원의 전문성을 높여 장기적인 금융사업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각오다. 금융창구업무 수행에 필요한 업무지식과 실무처리능력을 보유한 금융전문가 500명으로 구성된 풀(Pool)요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체 금융인력은 교육훈련인증시험과 외부위탁교육 등을 거쳐 금융창구업무 전문화를 선도하는 요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보험모집인력 전문성 강화를 위해 공인기관 자격증 취득자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또한 보험가입자 증가 등으로 업무비중이 커지고 있는 보험청약과 지급심사업무에도 전문인력이 충원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으로서 비용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까닭에 보험사기와 보험금을 탈 가능성이 큰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 방지 차원에서 심사업무 강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저금리가 지속되고 웰빙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고객수요를 충족시킬 상품제공을 위해 주가지수연계상품 등 다양한 상품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카슈랑스 확대 등 치열해지는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우체국금융 특성을 살린 보장성 보험을 개발하고 기존 상품을 리메이크(Re-Make)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국가기관으로서 소홀하기 쉬운 마케팅 활동 강화도 우체국금융의 올해 주요 계획 중 하나다.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고객관계관리(CRM)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에버리치’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한 것도 마케팅 강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브랜드를 소재로 한 광고제작 등 적극적인 홍보ㆍ마케팅에 나선다는 각오다.올해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금융 활성화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보편적 금융서비스 강화’다. 우체국금융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그동안 다른 서비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국민소득 증가로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었는데도 우체국금융은 이 같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따라서 우체국금융을 이용하는 고객편의를 위해 공휴일과 영업시간 이외에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우체국금융 365자동화코너를 7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금융권에서 기피하는 공과금 수납 편의를 늘리기 위해 공과금 자동수납기를 추가로 도입할 방침이다.정부기관으로서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우체국금융의 경영성과와 재무상태의 신뢰성을 높여 유용한 의사결정정보로 활용하기 위해 우체국예금의 회계처리기준과 회계업무 프로세스를 민간수준으로 개선한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측의 계획이다. 우체국보험의 결산결과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기관에 감사를 맡기고 경영현황을 공시할 예정이다.국영금융기관으로서 매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불우이웃 자매결연사업과 소년소녀가장 장학사업 등 어려운 이웃에 대한 지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체국금융은 지난해에도 장애인에 대한 암치료비 지원(216명), 불우이웃 자매결연사업(395명), 무의탁환자 무료간병 지원(1만명) 등 소외계층 지원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우체국금융 자금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등 국가재정 조달에 기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