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 24조9,673억원, 당기순이익 1조7,494억원(영업이익 2조2,357억원)을 기록한 것이다.현대차가 국내경기 불황에도 이처럼 경영실적을 급신장시킨 비결은 뭘까. 품질향상을 통한 수출증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 지난해 내수판매는 전년 대비 19.6% 감소한 64만5,269대였지만 수출은 8.9% 늘어난 101만1,494대를 기록, 처음으로 수출 100만대를 돌파했다.자동차 수출 100만대는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이 같은 수출규모로 지난해 9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이뤄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 150억달러의 65%에 해당하는 수치다.현대차가 내수부진을 수출로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이 대폭 향상돼 가능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잡지인 <컨슈머리포트>는 현대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 BMW, 폴크스바겐, 포드 등을 제치고 품질조사에서 2위에 오른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또 <오토퍼시픽>은 지난해 싼타페를 2001,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소비자 만족도 조사 1위로 선정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의 자동차 품질 전문조사기관인 JD파워의 품질조사에서 쏘나타가 2위에 오른 데 이어 10월에는 1위로 뛰어올랐다. 이때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싼타페는 2위에 랭크됐다. 올 들어서는 지난 4월 쏘나타가 미국시장에서 품질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신차 품질조사에서 도요타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는 당초 2007년 도요타와 동등한 품질수준 확보라는 목표를 3년이나 단축한 것이다.현대차의 기술 향상도 수출증대에 한몫 했다. 지난해 초 도요타, 닛산,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푸조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차용 초고압수소저장 시스템 개발에 참여키로 한 데 이어 미국 미시간주에 승용차엔진합작공장 설립발표, 미국 주행시험장 착공, 북미디자인센터 준공 등의 소식은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주요 해외지역별 판매 현황을 보면 미국을 포함한 북미는 EF쏘나타, 그랜저XG 등 중대형 승용차 및 RV 차량인 싼타페 등 고부가가치 차량이 판매호조를 보여 전년 대비 7.5% 증가한 51만4,000대가 판매됐고, 유럽은 전년 대비 14.7% 증가한 28만9,000대, 현대차의 해외 생산 거점인 인도에서는 15만1,000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36%가 신장됐다. 이중 현대차의 인도법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현지에서 생산한 차량을 중남미에 수출해 당초 계획했던 수출전략기지로서 역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도법인은 지난해 12월 5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현대차는 지난해 부채 비율과 차입금 비율을 각각 94%, 20.7%로 전년도의 99.5%, 31.3%에 비해 대폭 개선시켰다.현대차는 올해도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수출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고수익 차종인 싼타페, EF쏘나타, 그랜저XG 등 RV 차량과 중대형 승용차의 판매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대폭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우선 해외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차종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차종 및 판매전략을 수립, 기존 시장 확대 및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인 미국시장에서는 JM 신제품 출시 및 현재 4개인 지역본부를 5개로 증설하고 딜러망도 확대해 판매력을 높여 전년 대비 7.4% 증가한 43만대 판매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서유럽 시장에서는 2004년 유로컵, 아테네올림픽, 2006년 독일월드컵 후원 등 스포츠마케팅을 강화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겟츠, 매트릭스 등 전략차종에 집중해 전년 대비 22.6% 증가한 32만6,000대 판매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인도 25만대, 중국 15만대 증설을 이른 시일 내에 완료해 신흥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대폭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중국, 터키의 해외공장은 내년에 본격 가동될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현대차의 글로벌 톱5 달성을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이와 함께 현대차는 미국 등지에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발맞춰 현지 연구소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 독일의 경우 기존 연구소를 확대해 종합디자인 기술센터로 육성하는 한편 중국에도 현지시장 공략을 위한 R&D센터를 신규 건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 4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슈피리어 타운십에 4,000만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현대ㆍ기아차 미국 기술연구소는 지난해 2월 준공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디자인 테크니컬센터, 올 11월 준공 예정으로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 위치할 530만평 규모의 주행시험장 등과 연계해 디자인, 차량설계, 테스트 등 미국 현지에 맞는 자동차 기술개발을 총괄하게 되는 명실상부한 미국 내 연구개발(R&D) 기능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0년 글로벌 톱5 진입을 위한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가동해 각 나라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과 신차종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현대차는 이에 따라 올해 내수 71만대, 수출 105만4,000대, 해외공장 38만1,000대로 총 214만5,000대를 판매, 매출액 26조9,000억원, 해외공장 4조2,000억원, 영업이익 2조6,000억원(해외공장 제외)을 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중 내수부진에도 수출이 계속 살아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한 6조2,073억원, 당기순이익은 4,6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결별을 선언한 현대차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고, 그것이 올 사업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거리다.돋보기 / 정몽구 회장, 잦은 중국방문의 속뜻은?2010년 중국 백만대 판매기반 구축중국시장에 대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회장은 지난 5월에만 두 번이나 중국을 찾았다. 정회장은 5월 중순께 중국 상하이로 날아가 한쩡(韓正), 상하이 시장과 면담하고 상하이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주변 재개발 사업권 입찰과 관련, 한국측이 개발을 담당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면담에는 상하이 양띵화(楊定華) 부비서장 및 도시개발담당관과 현대차의 중국사업담당 설영흥 부회장이 배석해 중국 자동차산업 발전 현황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는 등 상하이시와 현대차 그룹간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정회장은 이에 앞서 중국 긴축정책으로 인한 현지 분위기 점검과 대책을 독려하고, 지주회사 설립추진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정회장은 베이징에서 현대ㆍ기아차 관계자 회의를 주재하는 한편 중국에 진출한 북경현대, 동풍열달기아와 베이징과 광저우의 현대모비스 중국공장, 현대하이스코 북경공장 등 자동차 계열 기업들을 차례로 방문해 사업현황 점검 및 향후 대응방안을 수립했다. 정회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자동차 관련 사업을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수행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해 생산, 애프터서비스(AS)ㆍ부품, 설비, 판매, 물류, 금융서비스, 연구개발 등을 하나로 묶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자동차전문가들은 정회장의 중국 나들이를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결별 후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중국에서 2010년까지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20%(승용 기준), 매출액 200억달러 목표를 달성,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5의 핵심기지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