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파동의 한가운데에 형평성 시비와 강제징수 파동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다.먼저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직장인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5년 전 99년 연금이 도시지역 자영업자에게 확대 적용되면서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직장인들의 소득은 완전하게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소득을 축소해서 신고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한의사의 23.6%, 변호사의 19.8%가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하라고 신고한 것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세금 100% 내고 어떻게 (가게를) 유지합니까”라는 자영업자 서모씨(40ㆍ서울 연신내)의 고백도 새삼스럽지가 않을 정도다.2001년 기준으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지역가입자의 평균소득은 96만원(한국조세연구원 자료)이다. 지역가입자의 평균소득은 직장인(사업장가입자)의 평균소득 160만6,000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조세연구원도 지역가입자와 사업장가입자의 소득대체율과 연금수령액 등의 비교를 통해 사업장가입자가 절대 불리하다고 분석했다.예를 들어 월평균 소득 96만원인 자영업자 A씨가 30년간 보험료를 냈을 때 소득대체율은 65.6%. 따라서 월 56만6,000원의 연금을 받는다. 수익률로 따지면 1.74%다.그러나 평균소득 160만6,000원을 받는 직장인 B씨의 경우 소득대체율은 40.6%에 지나지 않는다. 월 수령액도 65만1,000원에 그쳐 수익률이 1.34%에 불과하다. B씨가 훨씬 많은 보험료를 냈지만 상대적으로 투자 대비 효과에서는 자영업자가 훨씬 유리한 것이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성격에 의해 축소 신고하는 사람이 혜택을 많이 입을 수밖에 없다”며 현 국민연금의 맹점을 꼬집었다.같은 지역가입자 사이에서도 다양한 불만의 목소리는 터져나온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람은 549만명 정도다. 이중 국세청 과세자료에 잡히는 사람은 28%인 157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92만명은 과세소득이 없는 자영업자나 일용직 등이다. 보험료를 매길 근거자료가 없다 보니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지역가입자의 중간 정도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 월 7만4,000원의 보험료를 매긴다. 가입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받아들여 액수를 조정한다. 자연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특수연금에 비해 수령액이 훨씬 적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일례로 국민연금 가입자와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똑같이 20년간 보험료를 냈다고 치자. 국민연금 가입자는 가입기간 전체 평균 월평균 소득의 30%만을 가져갈 수 있지만 특수연금 가입자는 퇴직 직전 3년간의 월평균 소득의 50%를 가져간다.더군다나 기금고갈로 적자 상황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혈세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미 73년에 기금이 고갈된 군인연금에 지난해 6,313억원의 국고가 들어갔다. 공무원연금도 95년부터 적자상태에 접어들어 지난해 548억원의 국고가 지원됐다. 이러다 보니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됐고 형평성 시비를 초래한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은 징수방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연금공단이 강제적으로 징수하려 든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세금도 아닌데 마치 세금을 거두듯 가입자들을 압박한다는 얘기다.실제로도 요즘 국민연금공단에는 강제징수에 항의하는 전화가 하루에 100여통 이상 걸려온다. 민원과 불만의 30% 이상이 강제징수와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가입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체납하면 독촉이나 가압류로 이어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로 빠진다”고 하소연한다.강제징수는 공단이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험료 장기 연체자의 자동차나 부동산에 압류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기준은 연체기간이 6개월이 넘고, 금액이 30만원 이상인 경우다. 또 보건복지부의 승인도 거쳐야 한다. 지난 4월 말 현재 71만건 정도 승인됐고, 이 가운데 이미 집행된 것은 18만3,000여건이다. 또 진행 중인 것이 23만여건에 이른다.이에 대해 연금공단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짜 돈이 없어 못내는 사람도 있지만 여유가 있는데도 고의로 연체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전체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징수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연금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실제로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것은 연체기간이 1년이 넘고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라며 “앞으로는 가입자의 사정을 감안해 이를 더욱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INTERVIEW / 이상용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심의관“지금 개혁 미루면 더 어려워져”국민연금제도에 문제가 많지만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제도 자체는 살리되 가입자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요즘 국민연금 파동 때문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이상용 국민연금심의관 역시 제도개선에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6월 초 정부가 국회에 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요.2008년이면 연금을 받는 사람이 300만명(지금은 100명)이나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제도에 손을 대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번에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켜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어 연금재원을 조달하는 무갹출 정액 연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현재 연간 소득세 징수 규모가 20조원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 같은 제도를 선뜻 도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봅니다.형평성과 강제징수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지요.6월 중 전문가, 시민단체 등 각계 대표 중심의 ‘국민연금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할 방침입니다. 국민 불만사항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종합대책도 마련할 계획입니다.징수업무를 일부 개선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불만이 많은데요.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분명한 것은 체납자의 생활여건 등을 고려해 강제징수를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미 체납처분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거쳐 강제집행을 자제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