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파문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으는 기폭제가 됐다.‘국민연금 폐지’까지 거론되는 마당이지만 대다수 가입자들의 궁금증은 결국 한 가지로 모아진다. 기금이 거덜 난다는데 과연 낸 돈을 받을 수 있을까?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연금은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는 공적연금이다. 따라서 연금을 떼일 우려는 없다. 연금적립액이 바닥나면 국고에서라도 내줘야 한다. 하지만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다고 해도 모자라는 재정은 세금으로 메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안정이 어려워지고 다음 세대가 짊어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국민연금 살림국민연금 재원은 가입자들로부터 걷는 보험료와 관리운영비에 대한 정부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낸다. 지역가입자나 임의가입자 등은 본인이 전액을 부담한다. 농어민에 대해서는 2004년까지 연금보험료 절반을 국고에서 부담하고 있다.연금보험료는 ‘표준소득월액등급제’에 따라 부과된다. 소득을 1~45등급(1등급 22만원~45등급 360만원)까지 나눠 보험료를 매긴다. 소득에 상ㆍ하한선을 둔 것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위해서다. 보험료를 20년 이상 부으면 60세부터(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올려 65세로 조정)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40년 동안 가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생애평균소득 대비 소득대체율(현재 받는 돈의 60%)만큼을 매달 연금으로 받게 된다.또 올린다고?정부는 현재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액은 낮추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았다. 현재 은퇴 전 평균소득의 60%를 연금으로 받게 돼 있는 것을 2005~2007년에 55%로 내리고 2008년부터는 50%로 낮추는 한편 현재 소득 대비 9%인 보험료를 2010년부터 5년마다 1.38%포인트씩 올려 2030년까지 15.9%로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예컨대 현재 월급이 100만원인 직장인이라면 보험료율 9%를 적용해 9만원(회사가 절반 부담)을 보험료로 내고 있다. 이 사람이 40년 동안 가입했다면 월 60만원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이것을 단계적으로 올려 내는 돈은 16만원선으로, 연금액은 50만원으로 낮춘다는 것이다.직장가입자의 경우 보험료율이 연금도입 첫해인 88년 3.0%로 시작해 93~97년 6.0%,98년 이후 9%로 조정됐다. 지역가입자는 3%로 시작해 2000년 7월부터 매년 1%포인트씩 올려 2005년도에 9%를 적용받게 된다. 소득대체율은 초기 70%에서 60%로 하향조정됐다. 이를 다시 높이고 낮추겠다는 것이다.왜 올리나이유는 ‘돈’이다. 국민연금은 애초에 적게 받고 많이 주는 구조적 불균형을 안은 채 시작됐다. 현재도 가입기간과 평균수명을 견줄 때 가입자들은 낸 돈의 평균 2배(40년 가입 기준 보험료 납부 총액 대비 평균수명 기준 수급급여 총액 비교)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곳간’이 빌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들고나는 돈만으로 계산하면 보험료를 2배 올리거나 받는 돈을 절반으로 줄여야 균형수지를 이룰 수 있다.” (복지부 연금재정과 현수엽 사무관)1998년 법개정에 따라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장기재정을 계산하고, 이에 근거해 재정계획을 재정립하고 있다. 2003년에 실시한 첫 재정계산 결과 현재 구조대로라면 2036년에는 보험료 수입과 기금 이자로 급여를 충당하지 못하게 돼 당해연도 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 또 2047년에 가면 쌓아 두었던 적립금이 모두 바닥나게 된다.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가입자수는 모두 1,720만명. 이 수는 오는 2014년 1,789만3,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해 2070년에는 843만4,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금적립액도 2035년 1,715조원으로 최고점에 도달했다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반면 수급자수는 급증세다. 올 3월 말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수는 모두 120만명. 국민연금제 시행 20년이 되는 2008년께는 수급자수가 약 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2002년 1.1%이던 급여지출 비율(기금액에서 연금액이 나가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5년부터 보험료 수입비율을 웃돌 것이라고 공단측은 보고 있다. 나아가 기금이 고갈되면 연간 보험료 수입이 총지출의 30%를 밑돌게 돼 받는 보험료만으로는 급여지급을 할 수 없게 된다.따라서 연금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급격히 올리거나 대규모 국고보조가 필요하다. 연금보험료를 균형수지에 맞출 경우 2050년에 소득의 30%, 2070년에는 39.1%로 올려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득의 40% 가까이를 연금보험료만 낼 수는 없는 노릇.복지부 연금정책과 박찬형 과장은 “2008년부터 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 빠르게 재정이 악화되는 만큼 그 전에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만일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립기금은 2054년 6,738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55년부터 당해연도 수지적자를 내게 된다. ‘고갈유예’다. 그래도 2070년(적립기금 2,700조원)까지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리라고 복지부측은 내다보고 있다.늙어가는 대한민국국민연금을 포함한 노령 대비책이 절실한 데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반면,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는 급증세다. 특히 고령사회로 가는 속도는 프랑스, 미국, 일본(100년 안팎)에 비해 수십배나 빠르다. 일할 젊은이는 줄어드는 대신 부양받을 노인은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2003년에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8.6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던 것을 2030년에는 2.8명이 부양하는 셈이다. 젊은 세대 1명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너무 커진다. 이는 정부재정은 물론 국가경제를 파탄시킬 수 있는 충격으로 예견되고 있다. 미래 노후 빈곤층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사회안전망을 탄탄히 갖춰 놓아야 하고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 등은 그 기초를 다질 중요한 보루다.이번 국민연금 파동은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고, 그동안 미비했던 사안들을 전향적으로 개선하며, 연금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정부는 국민연금에 쏟아지는 다종다양한 불만들을 현명히 풀어가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층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