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의 찜질방 · 칭찬택배 등 … 김순택 사장 노사협의회와 쌍끌이

곰인형을 선물받았다. 앙증맞은 모습. 큰 선물은 아니지만 기분은 ‘삼삼’하다. 이리저리 만져 보니 배꼽 근처에 작은 버튼이 있다. ‘아! 말하는 인형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SDI의 미래 주역인 여러분들의 성년을 축하하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진정한 SDI의 희망이 돼 주길 바랍니다.” 귀에 익은 목소리. 사장이었다.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성년을 맞은 삼성SDI(사장 김순택)의 사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이 회사가 훌륭한 일터(GWP)를 구현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감성경영’이다. 내부 구성원 상호간에 신뢰를 쌓고 자부심을 키우고 재미있게 일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 대단한 것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이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더 감동시키고 움직이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대단히 논리정연한 이성적인 접근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감각적인 접근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동하게 된다. 삼성SDI의 감성경영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힘을 갖는다.사장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곰인형은 지난 5월17일 성년의 날에 나눠준 선물이었다. 각 사업장별로 인사부문장이 주관이 돼 만 20세가 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감만족(五感滿足)행사가 실시됐다. 대상 인원은 서울, 기흥, 천안, 부산의 4개 사업장에 275명. 이들의 미각,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스크림케이크, 장미꽃, 문화상품권, 아로마용품 등을 기념품으로 나눠주었고 경영진과의 악수가 이어졌다. 사장의 육성을 담은 곰인형은 보너스 선물이다. 이번에 성년 축하를 받은 김정은 사원은 “회사에 갓 입사한 우리가 회사의 미래이자 기둥이라는 CEO의 메시지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다.이 회사의 감성경영은 찜질방 대화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최근 김순택 사장은 23명의 신임부장을 서울 반포에 위치한 불가마 찜질방으로 불러 ‘신임부장-CEO간담회’를 열었다. 올해 부장 승진자 중 해외법인에 근무하는 8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모인 셈이다. 김사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의 비전과 사업전망, 리더십과 책임감 경영철학에 대해 신임부장들과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김사장은 “부장급 관리자는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이자 경영진과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면서 “후배들이 마음껏 꿈과 열정을 펼칠 수 있도록 관리자가 앞장서는 조직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찜질방 간담회는 김사장이 애용하는 단골 메뉴 중의 하나로 강한 스킨십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대화하는 감성경영의 일환이다. 특히 중간관리자들과의 이 같은 자리는 조직의 허리에 해당하는 사람들과 신뢰의 토대를 쌓는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는다.GWP를 만들기 위해 구축해야 하는 신뢰는 각 이해당사자들에게 다른 모습을 띈다. 일반사원이 생각하는 신뢰가 있고 대리, 과장, 부장, 임원이 생각하는 신뢰가 다르다. 예컨대 승진을 앞둔 관리자에게는 공정한 진급심사가 회사에 대한 신뢰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러나 승진의 가능성이 별로 없는 50대의 수위에게 신뢰는 정년보장으로 표현될 수 있다. 더구나 말단사원으로 갈수록 최고경영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대체로 횟수는 줄어들고 그 심리적 거리감은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직의 허리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자가 호흡을 잘 맞춰야 하는 것은 하부의 직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말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관리자를 거쳐 나름의 표현으로 각색된 상태에서 전달되기 때문이다.지난 4월 말에는 사랑의 카드 보내기 행사도 열렸다. 천안사업장에서 가정의 달을 맞아 동료애와 가족사랑을 통해 애사심을 고취하기 위해 가족, 스승 등 소중한 이들에게 감사카드를 보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비단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까지도 참여했다. ‘작은 카드에 큰 사랑을 담아 보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실시된 이번 행사에서는 당초 마련한 2,200장의 카드가 순식간에 동났다. 추가로 300장의 카드를 구입해 야간근무자들에게 배포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비록 작은 카드 한 장에 불과하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사의 세심한 노력에 공감을 표시한다.사랑의 카드보내기 행사 큰 인기칭찬택배 활동도 사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활동이다. 사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이뤄진 행사로 ‘칭찬싱글’ ‘칭찬인사’ ‘칭찬택배’ 같은 내용으로 돼 있다. ‘칭찬싱글’은 하루 한 번 부서장이 부서원의 3가지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는 활동이다. 근무 교대시간에 악수하며 서로를 칭찬하는 활동이 ‘칭찬인사’이며 주1회 대상자에게 선물을 배송하는 ‘칭찬택배’에서는 인형, 도서, 상품권, 과자, 폴라로이드 등이 전달된다. 특히 ‘칭찬택배’는 매주 노사협의회에서 대상자를 공동으로 선정하며 선물이 도착한 후에는 사원들이 함께 모여 간담회를 여는 작은 파티로 연결된다.작은 성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정(Recognition)해 주는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은 GWP 기업의 공통적인 모습이며, 인정의 프로그램 중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칭찬이다. 단순해 보이는 칭찬이지만, 칭찬의 문화가 자리잡게 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상사가 하는 칭찬은 곧이곧대로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비아냥 정도로 들릴 수 있다. 때문에 칭찬문화는 그 전에 신뢰의 토대가 탄탄할 때 비로소 문화가 될 수 있다.김순택 사장이 비전을 줄 수 있는 회사분위기 조성에 가장 역점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양한 문화활동도 중요하지만 이같이 모든 것에 앞서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각 구성원이 회사에 대한 신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가장 근본이고 무엇이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요소 중 가장 핵심인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김 사장은 비전, 꿈을 줄 수 있는 일터가 바로 그 핵심이라고 여긴다. 초일류 글로벌 컴퍼니로 나아간다는 비전, 그 꿈이 명확히 구성원에게 공유될 때 삼성SDI가 자연스럽게 GWP가 된다고 믿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