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있다. 바꿔 말하면 ‘누구에게나 공통되는 유일한 방법’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자신이 어떤 인생을 보내려는가 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자산운용 플랜도 달라지는 것이다.한 앙케트 조사결과에 의하면 ‘당신은 왜 투자를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미국 투자자들의 92%는 ‘노후대비’를 위해서라고 대답(중복답변)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아야 하는 10년 정도의 기간을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기 위해서 투자를 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미국의 투자자들이 20~30년 계획을 세워 장기투자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도 단기충동투자에서 벗어나 명확한 목표와 장기계획을 세워 자산운용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명확한 목표와 장기계획을 세운 다음에 해야 할 것은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상태를 파악하는 일이다. 2004년 6월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가계자산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5대1 정도라고 한다. 미국의 3대7은 물론 일본의 3대1과 비교해도 얼마나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부동산가격은 주가처럼 폭락하지 않는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이라는 믿음이 신앙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는 이 부동산 신화가 얼마든지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따라서 주거용 이외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떤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지를 냉정히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된다. 자산운용이 목적이라면 매각이익을 얻거나 일정액 이상의 임대수입을 얻을 수 있는지를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쉽게 유동화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개인이 부동산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고, 부동산은 부동산투자신탁(REIT)과 같이 간접투자방법을 선호한다.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적정비율을 정한 다음에는 자신의 형편에 맞는 금융상품을 고른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소득수준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한다. 자신의 수입이 빠듯한 사람은, 남는 돈을 은행에 예금한다. 수십, 수백만원의 여유자금을 모으면 중간위험ㆍ중간수익 상품인 채권이나 전문가가 운용하는 투자신탁펀드에 투자한다. 세 번째 단계인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은 보유재산이 많거나 소득수준이 매우 높아서 자문회사를 활용하거나 특별히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아예 염두에 두지를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거액자산가나 투자전문가가 아니라면 투자신탁펀드로 장기자산 형성을 할 때가 왔다.투자신탁펀드에는 주식형, 채권형, MMF 등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펀드를 고를지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리스크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위험도가 낮은 상품의 비율을 높인다. 반대로 상당히 큰 리스크도 부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위험도가 높은 상품의 비율을 높이는 포트폴리오가 유효할 것이다.일반적으로 투자신탁 펀드를 위험도가 낮은 것부터 열거해 보면 MMF, 국내 단기채펀드, 국내 장기채펀드, 해외 채권형펀드, 국내 주식형 펀드, 해외 주식형 펀드 순서가 될 것이다.현재 어느 정도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매월 수십만원씩이라도 여유자금을 펀드에 투자해 노후 대비 자산형성을 하려는 투자자는 자신의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연령, 재산상태, 월수입, 가족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연령만을 고려한 5가지 포트폴리오 유형을 소개한다.우선 연령이 60대 이상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투자자라면 ‘원본중시형’ 또는 ‘이자ㆍ배당중시형’의 포트폴리오가 좋다.원본중시형은 예금ㆍMMF 50%, 채권형 40%, 주식형 10%의 배분비율을 기본으로 한다. 원금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안전한 반면,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는 포트폴리오이다. 이자ㆍ배당중시형은 예금ㆍMMF 25% 채권형 50%, 주식형 25%를 기본비율로 한다. 원본중시형과 마찬가지로 수익률보다 원본손실을 피하는 데 중점을 두고 노후생활자금 일부를 이자ㆍ배당에서 얻는 포트폴리오이다. 물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의 비율을 다소 높인 관계로 원금손실의 위험은 커지고 유동성도 다소 낮아진다.40대 후반에서 50대 투자자의 경우에는 ‘이자ㆍ배당 및 시세차익절충형’의 포트폴리오가 적합하다. 수익률 추구와 원금손실 위험간의 균형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로서 예금ㆍMMF 10%, 채권형 50%, 주식형 40%가 기본비율이다. 이자ㆍ배당중시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대신 원금이 깨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20대에서 40대 중반까지의 투자자라면 ‘시세차익중시형’ 또는 ‘시세차익추구형’의 포트폴리오를 짜서 적극적으로 운용해도 좋다. 투자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실패해도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시세차익중시형은 가격변동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평균 이상의 수익률 달성에 목표를 두는 포트폴리오로서 예금ㆍMMF 5%, 채권형 30%, 주식형 65%가 기본비율이다.이자ㆍ배당 수입보다 주식의 시세상승 차익을 주수익원으로 생각한다.시세차익추구형은 원금손실의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고수익을 위해 주식의 시세차익을 중시한다. 예금ㆍMMF 5%, 채권형 20%, 주식형 75%가 기본비율이다. 장기투자에 적합한 투자상품을 엄선해 3~5년의 투자기간에 수익을 내겠다는 포트폴리오다.실제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연령 뿐 아니라 재산상태, 가족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이 같은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운용하더라도 환경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런 경우 환경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원안대로 유지하려 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나 자산배분 자체를 바꾸는 포트폴리오 재배분을 하게 된다. 포트폴리오의 배분비율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바뀌게 된다. 그 안에 편입된 자산의 가격이 변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중년 투자자가 주식형 펀드 50%의 절충형 포트폴리오로 투자를 시작한 후 1년 동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이에 주가가 크게 오르고 따라서 주식형 펀드의 가격도 오르게 되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70~80%로 늘어날 수 있다. 20~30대의 연령층에 맞는 시세차익추구형 포트폴리오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형편에 맞는 원래의 포트폴리오로 되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다.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6개월 또는 1년의 기간을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재조정해 당초 수준의 자산배분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당초 수준에서 미리 정해 놓은 비율(예를 들어 10%) 이상으로 괴리가 생겼을 때 재조정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끊임없는 주의가 요구되는 대신 변화에 바로 대응할 수 있어 정기적인 재조정보다 효과적이다.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자주 재조정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기간으로는 6개월에 한 번, 괴리율로는 10%가 무난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한편 투자자의 경제적 여건이나 가족상황 등이 바뀌게 되면 리스크의 허용 정도도 달라진다. 유산상속으로 생각지 않았던 재산이 생길 수도 있고 직장이 바뀌면서 월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전세를 살다가 내집을 장만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경제적인 상황이 바뀌면 투자자의 리스크 허용도도 바뀌게 된다.경제상황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드는 것도 자산배분을 변경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노후까지 20년 이상 남아있는 투자자라면 고위험ㆍ고수익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남은 운용기간이 10년 정도라면 자신의 리스크 허용도를 재확인해 좀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리스크 허용도에 따라 포트폴리오 자체를 변경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렇게 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꾸는 것을 포트폴리오의 재배분라고 한다.포트폴리오의 재배분은 재조정에 비해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고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너무 자주하는 것은 어렵다. 자신의 리스크 허용도에 영향을 줄 만한 일이 생겼을 때, 예를 들어 취직, 결혼, 출산, 자녀의 입학ㆍ결혼ㆍ취직, 주택구입, 정년퇴직과 같은 일이 생겼을 때이다. 또는 돌발적인 사고로 투자자 자신의 수입ㆍ지출 및 연봉, 자산액 등이 바뀌었을 때 리스크 허용도를 다시 측정해 자신의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것이다.투자자 자신이 자신의 리스크 허용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파악해 자기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실력 있고 믿을 수 있는 금융자산관리사(FP)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리스크 허용도를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자산운용 계획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강창희ㆍ미래에셋 투자교육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