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함께 4대 공적연금으로 꼽히는 공무원ㆍ군인ㆍ사립학교교직원 등 3개 특수연금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비슷한 봉급에 비슷한 금액을 납부하는데도 국민연금 가입자와 특수연금 가입자 사이의 연금 수령액과 조건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실제로 현행 연금 설계대로 각각의 연금 수령액을 계산해 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특수연금 가입자보다 절반 가까이 적은 금액을 받게끔 돼 있다. 게다가 특수연금이 이미 기금 고갈 상태에 다다랐거나 재정수지 적자 상태를 보이고 있음에도 정부의 지원 속에 현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눈총을 받는 실정이다.일각에서는 “국민의 혈세로 공무원의 노후복지를 충족시켜야 하나”라는 격앙된 반응과 함께 “각종 특혜 조항 때문에 기금고갈은 필연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국민연금과 특수연금은 설립목적부터 성격, 운용방식이 달라 단순비교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소득이나 납부금액, 수령액을 일직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껍데기만 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연금 수준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인 만큼 조정 또는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실제 사례를 들어 국민연금 가입자와 특수직연금 가입자의 연금 수익성을 비교해 보자. 지난 93년 2월, 나란히 대학을 졸업한 친구사이인 A씨(33)와 B씨(34). A씨는 4학년 여름방학이던 92년 8월에 9급 지방직 공무원에 임용됐고 B씨는 같은 시기 일반 기업체에 취직,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시작했다.사회생활 초기 두 사람의 봉급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직장생활 만 11년을 넘긴 지금, 두 사람의 봉급은 월 7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공무원 A씨가 각종 수당을 포함해 월 200만원 정도 받는 반면, B씨는 연봉제 시행 등에 영향을 받아 월 275만원 정도를 수령한다.두 사람 모두 직장생활 시작과 함께 A씨는 공무원 연금에, B씨는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돼 있다. 지난 5월을 기준으로 두 사람이 납부한 연금 납부액은 공무원 A씨가 12만9,610원, 직장인 B씨가 13만2,300원이다. A씨의 경우 수당을 제외한 소득의 8.5%(나머지 8.5% 정부 부담)를, B씨는 총소득의 4.5%(나머지 4.5% 기업 부담)를 납부한 셈이다.두 사람은 향후 어떤 연금 혜택을 받게 될까. 공무원 A씨는 25년 후인 2029년에 만 57세 정년을 맞게 된다. 현재 봉급을 기준으로 삼아 현재의 화폐 가치로 따지면, 퇴직 직후부터 매월 받는 연금액은 115만8,940원. 또 퇴직수당으로 3,019만원을 별도로 받게 된다.해마다 공무원 임금이 4% 인상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금 월액은 308만9,560원. 퇴직 전 3년 동안 받을 보수 평균의 76%인 금액이다. 또 퇴직수당으로 8,049만원이 한꺼번에 지급된다. 만약 연금을 일시금으로 선택한다면 3억1,928만원을 받을 수 있다.한편 직장인 B씨가 연금 급여를 받기 시작하는 시기는 만 65세가 되는 2035년이다. 현행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만 60세지만,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할 계획이기 때문. A씨보다 6년을 더 기다린 후 B씨가 받게 될 연금은 현재 화폐 가치로 월 126만6,240원선이다.물론 B씨도 공무원 A씨처럼 매년 임금상승에 따라 향후 받게 될 연금액이 인상될 소지가 크다. 하지만 생애평균소득의 60%를 받을 수 있는 2032년까지 40년 동안 평균 소득을 400만원선으로 올려놓아야 2035년부터 월 240만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이렇듯 사회생활을 함께 시작했지만 각각 다른 연금에 가입한 두 사람이 노년이 됐을 때, 연금의 수혜폭은 큰 차이를 보인다. 군인ㆍ사학교직원연금도 공무원연금과 구조가 비슷하다.수익률이 차이 나는 가장 큰 원인은 급여율과 소득 대체 기준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40년 동안 납부해야 생애평균소득의 60%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특수연금은 33년 동안 납부하면 퇴직 전 3년 보수 평균의 76%를 받을 수 있다. 바로 ‘생애평균소득 60%’와 ‘퇴직 직전 소득의 76%’의 차이다. 한 기업의 임원을 예로 들면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이 될 때까지 받은 총임금의 평균을 연금 산출의 기준으로 하느냐, 퇴직 직전의임원 봉급을 기준으로 하느냐의 차이인 셈이다.배우자 중 한 사람이 사망할 때의 수급제도도 차이가 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공무원 배우자가 사망하면 기존 연금의 70%가 나머지 배우자에게 승계된다. 부부가 모두 공무원인 경우에는 35%가 승계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배우자간 승계가 없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나 연금액 삭감 여부를 비교해 봐도 특수연금 쪽이 유리하다.이에 대해 특수연금 관계자들의 반론도 거세다. 보험료율의 경우 특수연금이 17%인 반면, 국민연금은 9%선. 많이 내니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은 가입 한달 후부터 유족연금, 장애연금이 발생하지만 특수연금은 그렇지 않다. 특수연금이 퇴직금, 고용보험 등의 기능까지 포함하는 반면, 국민연금 가입 직장인은 퇴직금을 별도로 받는다.이 모든 특징을 감안하면 수평적 시각에서의 수익률 비교가 힘들다. ‘태생적 차이’도 간과할 수 없다. 특수연금은 퇴직 전 생활수준 보장을, 국민연금은 국민 기본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조사연구실 최재식 실장은 “연금과 직업적 특성을 보는 시각에 따라 형평성 문제가 다르게 비쳐질 것”이라고 밝히고 “95년부터 5년에 한 번꼴로 제도가 개선돼 온 만큼 내년 정도에는 제도개편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돋보기 / 국민연금vs민간 개인보험국민연금 수익률, 개인보험 추월국민연금과 특수연금과의 형평성 문제 이면에는 민간 금융사들이 내놓고 있는 개인연금과의 비교도 쟁점이 되고 있다.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민영보험사나 은행 공동의 신개인연금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타난다. 개인연금의 수익률은 약 5.06%인 데 반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8.25~11.22%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하지만 맞벌이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 60세 이상 노후에 소득이 있어 연금 수령액을 삭감당할 경우 등이 생기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연금에 가입한 보람이 없어진다. 오히려 개인연금보다 더 낮은 수준의 수익률을 낼지도 모르는 일이다.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별개로 개인연금 상품을 구비해 노후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질병이나 사고, 장애, 사망 등에 대한 보장이 가능하고 소득수준, 원하는 연금규모에 맞게 납입이 가능한 개인연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결국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은 경쟁관계에 있다기보다 상호보완적 성격을 띠는 노후대비용 상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