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AC닐슨코리아는 ‘시장정보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식음료ㆍ생활용품 등 98개 제품 중 와인은 전년보다 58%나 많이 팔렸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와인문화가 정착되고 있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와인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게 성장배경”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와인전성시대가 열렸다.비단 AC닐슨의 조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와인시장의 확대는 여러가지 숫자로 뒷밭침된다.올해 초 한국무역협회 발표에서도 한국의 와인시장이 ‘웰빙’(Well-being) 바람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와인시장은 연평균 25%씩 고성장을 하면서 올 외형은 소매가 기준으로 2,000억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이다.국내 와인수입업체 수도 1987년에 7개였지만 2003년 말에는 80여개로 늘었다. 87년 말 민간업자의 주류수입면허가 허용되면서 당시 주류수입업체 12개 중 7개사가 와인을 전문으로 다뤘다. 이랬던 것이 지난해 말 350여개 주류수입업체 중 80여개가 와인을 취급하게 된 것이다.유통채널의 변화에서도 ‘와인코리아’의 움직임은 감지된다. 호텔 등에서 일부 상류층이 즐기는 것으로 여겨졌던 와인이 대중에게 급속히 다가가면서 고급 레스토랑을 비롯해 일반음식점에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고급화를 추구하는 일부 삼겹살전문점에서도 와인을 판매한다. 또 아예 와인전문점을 표방하는 패밀리레스토랑이 등장하기도 했다. 2001년 6월에 오픈한 매드포갈릭의 경우 2003년에 전년 대비 3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주류전문점, 와인전문점 위주로 판매되던 것이 이제는 대형 할인점 등에서도 중요한 품목으로 떠오를 정도로 유통채널이 다변화됐다.90년대 초반부터 소비가 늘기 시작했던 우리나라 와인시장은 97년부터 수입이 급격히 늘며 변화를 예고했다. 외환위기로 와인시장 역시 위기를 맞았지만 2000년대 들어 호주, 칠레, 미국 등 신대륙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특히 칠레산 와인은 신대륙 와인 붐을 주도하면서 와인수입업체간의 경쟁구도를 이끌었다.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와인시장이 앞으로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다.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소비자들의 연령층이 낮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이들의 경제력이 커질수록 와인시장도 성숙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해외의 와인제조업자들이 국내시장에 보이는 관심의 크기는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하지만 국내 와인시장의 절름발이식 성장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레드와인에 대한 관심만 지나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와인전문가로 꼽히는 김혁 와인칼럼니스트는 “와인은 CEO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돌려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 있다”면서 “유행처럼 번지기보다는 이런 문화까지 흡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와인시장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돋보기 와인전문가 김혁이 추천하는 CEO를 위한 테마와인결혼식 갈 때는 ‘패러덕스’흔히 CEO는 무조건 비싼 와인을 마실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CEO들은 와인에 조예가 깊은 경우가 많아 반드시 비싼 와인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장소와 목적에 따라 각각 다른 와인을 즐길 수 있어야 와인을 제대로 즐긴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김혁 와인칼럼니스트의 도움으로 테마별 추천와인을 골라봤다.1. 결혼식 갈 때 : 덕혼 빈야드, 패러덕스(Duckhorn Vineyard, Paraduxx)와인 이름인 패러덕스(Paraduxx)는 한쌍의 오리를 뜻하는 ‘A pair of ducks’의 발음을 본떠 만든 단어다. 라벨의 삽화가 한쌍의 원앙을 연상케 해 결혼식 선물로 좋다.2. 직원들 선물용 : 컬럼비아 크러스트, 그랜드 에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Columbia Crest, Grand Estated Cabernet Sauvignon)KBS에서 방영된 ‘생로병사의 비밀-제4편 적포도주’의 임상실험에 사용돼 가치를 인정받은 와인. 캘리포니아와 함께 미국 와인산업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는 워싱턴주 와인. 최근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와인이다.3. 개업식 등에 선물로 보낼 때 : 페라리-카라노, 트레몬테 카버네 소비뇽(Ferrari-Carano, Tremonte Cabernet Sauvignon)이탈리아 명 스포츠카 페라리-카라노 마니아가 소유주인 와이너리(와인농장) 제품. 사업이 탄탄대로를 고속질주하듯 뻗어가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4. 비즈니스 협상시 : 도미누스 98(Dominus)세계적인 프랑스 명품와인 샤토 페드뤼스 소유자인 크리스티앙 무엑스가 나파밸리 토양에서 생산ㆍ제조한 와인. 따라서 신구세계의 특징이 공존해 현재 미국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와인이다. 양사의 우호적인 협상으로 이 와인처럼 최고의 자리에 서길 바란다는 의미가 전달된다.5. 골프장 갈 때/야외행사에 나갈 때 : 케이크브레드 셀라, 소비뇽 블랑(Cakebread Cellars, Sauvignon Blanc)미국에서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정도로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제품. 광택 있는 엷은 금빛의 와인으로 얇게 썬 신선한 라임이나 레몬 같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야외에서 운동을 마친 뒤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와인.자르데토(Zardetto) : 스파클링 와인으로 마시는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최고의 식전주(아페레티프ㆍaperitif)6. 기자들에게 선물할 때 : 헤스, 에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Hess, Estate Cabernet Sauvignon)헤스 컬렉션은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열정’이라는 모토로 고품질의 자연스러운 와인을 지향한다. 열정과 기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품질과 예술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제품이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