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금융의 1번지 서울 여의도가 움직이고 있다. 업무용 빌딩과 아파트촌이 혼재돼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에 초고층 주상복합이 대거 들어서면서 스카이라인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63빌딩 서쪽 방향에 첨단 주상복합이 대거 들어서면서 정치ㆍ금융 중심지에 첨단 주거지 기능이 추가되는 중이다.대표주자는 63빌딩 바로 옆인 여의도동 61번지에 들어선 주상복합 금호 리첸시아. 라이프빌딩 부지에 46층, 총 488세대로 구성돼 지난해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박종성 경성부동산 공인중개사는 “현재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40평형대가 7억~8억원, 55평 10억원 등 평당 1,700만~1,8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리첸시아에서 여의동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보면 동여의도 성모병원을 지나 진주아파트가 보인다. 진주아파트 옆에도 최첨단 쌍둥이 타워가 들어섰다. 이곳이 바로 여의도동 55번지 대우 트럼프월드 I이다. 트럼프월드 I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여의도 소방파출소 옆으로 드높은 건물 하나가 더 보인다. 국민은행 체육관이었던 이곳은 대우 트럼프월드Ⅱ.41층 높이의 트럼프월드 I은 2002년 10월에, 37층 2개동인 트럼프월드Ⅱ는 2003년 7월에 완공됐다. 신일부동산의 박중필 공인중개사는 “서너 달 전과는 달리 현재 트럼프월드 매물은 바닥난 상태”라며 “트럼프월드 I 38평은 7억원, 70평 12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월드Ⅱ도 46평 8억원, 67평 12억원 정도로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정도”라고 덧붙였다. 평당가로 따지면 1,500만~1,800만원선인 셈이다.트럼프월드Ⅱ에서 KBS별관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대규모 건설현장이 나타난다. 미주아파트 부지였던 이곳에는 지상 35층 규모로 42~99평 롯데캐슬 아이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은 지난 2002년에 이뤄졌다. 롯데건설은 이곳 외에도 여의도백화점 옆 백조아파트 부지에 들어설 지상 39층짜리 롯데캐슬 엠파이어 공사도 진행 중이다. 이곳은 2001년 10월 평당 900만~1,300만원선에서 분양됐다. 남래현 태평양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롯데캐슬 아이비와 엠파이어는 프리미엄만 2억~2억5,000만원”이라고 밝히고 “리첸시아, 트럼프월드 등의 예에서 보듯 여의도 초고층 주상복합은 오르면 올랐지 쉽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국내외 장기 투숙객을 겨냥한 서비스드 레지던스 시설도 지어지고 있다. 전경련회관과 여의도전화국 옆 28-3번지에 건립중인 ‘파크스위트’는 여의도공원과 샛강 생태공원을 내려다보는 조망권이 일품이다. 시공사는 성지건설, 시행사는 리앤리에셋이며 운영과 부대시설 관리는 싱가포르계 에스카트(Ascott)그룹이 맡고 있다. 완공되면 지상 32층, 지하 5층의 2개동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20~67평 383세대가 들어선다. 2002년 5월 평당 1,250만원에 분양됐다.포스코건설은 동아일보 여의도사옥 부지에 오피스텔 더#을 6월에 분양할 예정이다. 지상 13층, 지하 3층, 3개동으로 지어지며 25~115평형 528세대가 들어선다. 예상 분양가는 인근 신축 주상복합 시세와 비슷한 평당 1,500만원 선. 이밖에도 LG건설은 트럼프월드I 옆 한성아파트 재건축으로 47∼79평형 주상복합 930가구를 올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한편, 70~80년대에 들어선 10~12층 규모의 아파트 밀집지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리모델링과 재건축으로 속속 새단장을 하게 된다.용산 한강로첨단 업무지구와 녹지의 ‘환상 결합’최근의 용산지역은 한마디로 ‘백조가 된 미운 오리’라 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수십년간 낙후돼 있던 이 지역이 고속철 개통과 미군기지 이전, 대규모 도심재개발이 한꺼번에 벌어지며 ‘금싸라기’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개발면적이 용산구 전체의 35%에 해당하는 232만평에 달해 용산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을 바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용산개발의 핵심은 단연 한강로 일대다. 경부선 호남선 등 5개의 철도노선, 1호선 4호선 등 4개의 지하철 노선, 신공항전용철도 등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충지인데다 국제정보단지, 업무관리단지, 주상복합단지 등 주요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한강대교 북단에 이르는 4.5km 구간 100만평에 4개의 도시환경정비지역, 11개의 특별계획구역, 3개의 주택재개발지역이 새단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지역을 업무와 주거시설이 공존하는 서울시의 4대 부심으로 육성하는 것이 주요 개발내용이다.개발이 가장 진척된 곳은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의 용산민자역사다. 연면적 8만2,000평에 1,200개의 점포가 들어설 예정으로 국내 역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전자상가, 할인점, 극장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빌딩으로 완공되면 용산지역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현재 철도정비창이 위치한 용산역 뒤쪽 14만평에는 컨벤션센터 등 대규모 국제업무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용산역 전면에는 30층, 4개 동의 국제업무단지 조성을 재개발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신청해 놓은 상태다. 주거시설 등을 갖춰 정비창 부지의 국제업무단지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설립추진위원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서울시내 대표적 홍등가가 첨단 업무단지로 거듭나게 된다.용산역에서 한강로 건너편인 국제빌딩 주변 지역에도 국제업무단지를 지원하는 시설이 조성될 전망이다. 한강로3가 40번지 일대에는 ‘명동 못지않은 먹자골목’이 들어설 것으로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보고 있다.용산지역이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규모 녹지가 조성돼 주거환경이 좋다는 점이다. 기존의 용산가족공원에 미군기지 이전으로 80만평의 녹지가 시민에게 돌아온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녹지를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원과 인접한 세계일보 부지와 용산공원남측지구역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세계일보 부지에는 5개동 777세대 규모의 시티파크가 이미 분양을 끝낸 상태다. 한때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3억원을 호가했을 정도로 대표적 고급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못지않은 곳이 용산공원남측지구다. 이곳에는 6개동, 1,014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트라팰리스’가 세워질 예정이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용산역 부근보다 먼저 개발의 삽을 뜬 곳은 삼각지 부근이다. 삼각지역에서 용산역에 이르는 한강로변에 LG 에클라트, 벽산 메가트리움, 대우 디오빌, 용산 비즈텔, 현대 하이엘 등 대형 주상복합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저층 건물이 늘어섰던 후미진 지역이 고층빌딩 숲으로 변신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