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연기금의 안정성, 정부와 운용주체의 진지한 고민 필요

기관투자가의 한축을 담당하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전면 허용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증시부양과 연기금의 투자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둘러싸고 찬성파와 반대파가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 5월25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연기금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명분은 연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려 가입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 특히 정부는 시대상황에 맞게 규제를 풀어 연기금에 대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그동안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크게 두 가지 제약을 받아왔다. 하나는 앞서 말한 ‘기금관리기본법’으로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 반면 각 연기금별 ‘기금법’은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금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24개 연기금은 주식투자를 해 왔고, 15개는 과거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주식투자가 불가능하다.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되더라도 자체의 기금법이 주식투자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찬성하는 쪽은 일단 규제완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는 주장을 편다. 연기금별 주식투자 여부는 어차피 기금법에서 다시 한 번 거르기 때문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일각에서 제기하는 ‘연기금으로 증시를 부양하는 것’도 지나친 우려라고 강조한다. 이미 특정한 수단을 통해 증시를 부양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정부가 다시 그런 시도를 한다는 것을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신철식 기획예산처 기금정책국장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절차는 기금운용위원회와 국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 취지는 개별기금이 자율적, 합리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두 마리 토끼, 잡느냐 잃느냐 기로하지만 반대파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개입 확대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재경부의 경우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나 조기투입이 증시부양을 위한 조치로서 당연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의문부호를 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제한 폐지는 시장경제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시장경제에 대한 간섭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된다”고 주장했다.물론 두 마리 토끼를 얻을 수도 있다.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로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덩달아 연기금의 투자수익률도 높아지는 경우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장기투자와 간접투자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선진시장의 사례처럼 총운용기금의 절반 이상이 주식시장에 투입될 경우 국내증시의 중심이 외국인에서 기관투자가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둘 다 잃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증시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몫인 연기금 자체가 공중분해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 등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적잖은 시점이다. 정부와 연기금 운용주체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주식투자 확대 여부와 관계없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금의 안전성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