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은 한나라당 공천을 둘러싸고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 지역 맹주로 탄탄한 기반을 잡고 있던 최돈웅 의원이 SK 비자금 수수로 구속된 후 교수, 기자, 정당인, 기업인 출신 등 내로라하는 공천신청자만 7명이 나섰기 때문. 지난 총선에서 민국당 후보로 나서 최돈웅 의원과 대결한 바 있는 심재엽 후보(57)는 이번에 당적을 한나라당으로 옮기고 여론조사와 공개토론 및 면접을 거쳐 우세 후보로 선정됐다.심후보는 다채로운 경력이 강점인 인물이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삼립식품, (주)대우 독일지사에 근무한 샐러리맨 경력에다 ‘심로’라는 바이올린 브랜드를 수출 효자로 키운 전문경영인 경력, 여기에 강원도 정무부지사 출신의 공직 경력까지 더해 3색을 갖췄다.특히 심로악기를 설립 10년 만에 바이올린 세계 톱메이커로 키워낸 경영 능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그는 대우에서 10여년간 기계류 수출을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1978년 무역업체 동해통상을 설립, 악기류 수입을 시작했다. 11년 후인 89년에는 강원도 원주 문막에 공장을 세우고 심로악기를 출발시켰다. 회사 상호는 본인의 성인 ‘심’과 근로자의 ‘로’를 따서 지었다. “언제나 근로자의 땀방울을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악기를 수입만 하다가 제조에까지 뛰어든 것은 ‘진정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기초가 됐다. “80년대 바이올린을 수입할 때 제조법이 두 가지 있다는 정도만 알 뿐, 악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그는 결국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독일 마이스터가 사용하는 고가의 카리브 방식 바이올린과 일본의 교육용 중저가 상품인 프레스 바이올린의 장점을 적절히 혼합해 내놓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용과 연습용 사이 틈새시장을 겨냥, 저렴한 가격이지만 울림이 좋은 수제품을 찾는 연주가들을 수요층으로 삼았다.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89년 세계 최초로 연주가용 대량생산 바이올린이 탄생했다. 심로 바이올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악기시장의 70%를 장악하고 95년에는 중가제품 대표업체였던 일본 스즈키를 제치고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현재는 독일과 중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생산부터 악기류 수입, 판매까지 담당하는 종합악기사 구축에 들어갔다.고향 땅에서 제조업으로 성공한 만큼 심후보의 경제 구상은 ‘대단위 제조업 유치’를 골자로 한다. 그는 “강릉지역은 농촌과 어촌, 관광을 중심으로 돌아가 제조업 분야는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단위 제조업을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총선 출마 동기를 묻는 질문에도 “국가경제 재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라고 밝힐 만큼 경제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약력: 1946년 강릉 출생, 1971년 서울대 상대 졸업, 1973~1978년 (주)대우 독일지사 근무, 1978년 동해종합통상(주) 대표이사, 1997년 심로악기(주) 회장, 1998~2000년 강원도 정무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