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내정자는 누구인가?1952년 경북 영덕 출생, 서울고, 서울대 상대(무역학과), 영국 런던대(LSE) 경제학 석사, 파리바은행 서울지점, 영국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 부장, 도쿄지점 아시아담당 부지점장,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이사, 삼성전자 상무,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전무,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및 사장,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금융발전심의위원(현), 한국증권금융 사외이사(현)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삼성증권 사장 시절 “CEO는 검투사와 같다”며 “나도 지면 죽는 검투사의 심정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검투사 CEO론은 그의 경영철학과 캐릭터를 단번에 알려준다.먼저 그의 선발 배경에는 우리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숨어 있다. 증권사 출신이면서도 은행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삼성증권이 우리금융의 기업공개(IPO)와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 주간사를 맡았기 때문이다.황 회장 내정자는 지난 2001년 6월 삼성증권 사장직에 올랐다. 그 이듬해인 지난 2002년 우리금융지주가 기업공개를 했으니 황 회장 내정자로서는 우리금융에 대한 정보에 능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우리금융을 실사하며 유가증권신고서를 작성했다. 이 유가증권신고서에는 우리금융의 영업내용 및 전망부터 주주구성까지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들을 옆에 두었던 그로서는 은행에 관한 정보접근이 용이하기도 했다. 검투사 CEO론을 펼치는 그가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총동원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50대 초반의 참신성과 해외 금융기관과 국내 삼성을 동시에 경험했다는 이력,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모두를 거친 폭넓은 경력, 삼성증권을 국내 굴지의 증권사로 키워낸 경영능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어학실력, 국제감각 등 다방면에 능한 멀티플레이어형 CEO라는 개인 캐릭터도 합격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그가 삼성증권을 떠나며 우리금융호의 두 번째 선장으로 닻을 올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그의 변신 배경에 대한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황 회장 내정자가 새로운 커리어 개척을 위한 선택으로 삼성을 자의적으로 ‘떠난 것인지’, 아니면 삼성을 어쩔 수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러나 그 내막에 대해서는 황 회장 내정자가 입을 열기 전에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민영화, 은행-비은행 균형 등이 경영목표황 회장 내정자는 단독추천되자마자 우리금융지주의 경영목표를 밝혔다. 성공적인 민영화 달성이 그중 하나인데, 민영화를 위해서는 내년 3월까지 정부지분을 현재 86%에서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성장도 그의 또 다른 목표다. 은행부문이 우리금융지주의 자산 80%를 차지하는 현시점의 골격을 바꿔 증권, 투신,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규모도 늘리겠다는 얘기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한투와 대투, LG투자증권과 대우증권, LG카드 등 매물에 우리금융이 어떤 액션을 취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 회장 내정자는 경영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주주가치 극대화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우리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황회장 내정자는 사전에 많은 고민을 한 듯한 흔적이 역력히 나타난다. 우리금융지주의 회장과 우리은행장 겸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후보 내정 초기부터 피력했다. 그룹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회장과 행장 겸임이 불가피하며,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겸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3월8일 “우리금융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임하기로 대주주인 예금보호공사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친정 삼성, 우리은행 노조와의 관계는?하루아침에 황 회장 내정자의 친정이 된 삼성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황 회장 내정자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을 거친 이건희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데다 우리은행은 삼성그룹의 주거래은행이기 때문이다.참여연대와 금융노조는 지난 3월4일 황 회장 내정자가 내정된 직후 성명을 내고 황 전 삼성증권 사장의 우리금융 회장선임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관계자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황 회장 내정자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삼성그룹은 은행과 고객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를 유지할 방침이라는 답안을 내놓았다. 삼성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청산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이다.삼성차의 부채문제 또한 전체 채권액 중 우리은행의 채권액이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독단적 결정은 어렵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삼성그룹 출신이 우리은행 노조와의 관계정립도 황 회장 내정자의 선결과제다. 지난 3월10일 황회장 내정자는 우리금융지주사 산하의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3개 노동조합과 릴레이 면담을 갖으며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황 회장 내정자는 일단 자회사인 광주은행의 행장 선임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번 광주은행장 선임이 그의 첫 번째 능력시험대로 평가될 전망이다.황 회장 내정자는 국제금융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선진 금융시장의 기법을 익혀 와 국내 증권업에 효과적으로 녹여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금융전문가의 길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에 배치되면서 시작됐다. 지난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그룹 영어경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발판으로 비서실 국제금융팀에 배치된 후 깊이 있는 금융학습을 위해 영국 런던대(LSE) 정경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에서 부장을, 도쿄지점에서 아시아담당 부지점장을 맡았다.지난 92년 삼성에 컴백,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다시 일하게 됐다. 국제증권 인수를 책임지며 이를 지금의 삼성증권으로 변신시켰다. 94년에는 삼성전자 자금팀장, 97년부터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자리에 부임했다. 당시 삼성투신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동양투신을 인수하는 등 삼성의 금융 부문의 핵심 업무를 맡아 왔다. 2001년에는 본인이 기반을 닦은 삼성증권의 사장직에 올라 투자은행(IB)사업을 중시하는 동시에 종합자산관리형 영업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영어회화 능력이 수준급이며 특히 고급 비즈니스 영어 구사에 능하다고 알려진 그는 13년 동안 이건희 회장의 국제행사 통역을 맡았다.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알려진 그는 학창시절 테니스동호회에서 활동했다. 지난 2001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속 120km의 빠른 볼을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집어넣는 시구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골프 실력 또한 뛰어나 지난해 11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한시 함께 라운딩한 일화도 있다.삼성그룹이 인정한 그의 업무처리 능력과 어학실력, 스포츠 감각 외에도 황 회장 내정자의 준수한 외모와 세련된 옷차림은 국제금융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더욱 빛나게 했다. 한마디로 ‘팔방미인’ 스타일의 전천후 CEO인 셈이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이 황 회장 내정자를 두고 ‘은근히 열등감을 자극하는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라고 한다.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CEO에 오른, 이른바 ‘샐러리맨의 기적’을 이룬 인물들 대부분이 그렇듯 황 회장 내정자 역시 ‘독한’ 면이 종종 보인다는 평도 있다. 쉽게 흥분하지 않으며 냉정하게 사리 판단을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 가족은 부인 윤규희씨(52)와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주량은 소주 1~2병이다.돋보기 | 우리금융 주가 ‘황영기 효과’S&P 우리은행 신용등급 한단계 올려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돈 것은 지난 3월4일이다. 이날 우리금융 주가는 4.11%(350원) 올랐고, 다음날에도 1.02% 올랐다. 회장 내정 직후부터 ‘황영기 효과’를 누린 셈이다.그후 3월8일 개장 초에는 우리금융 주가가 9,51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한투증권은 3월11일 낸 리포트에서 우리금융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항하며 6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8,900원에서 1만1,280원으로 설정했다.정무일 한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의 신임 CEO에 대해 5%의 CEO 프리미엄을 부과했다”며 “민영화 작업의 가속화, M&A의 뉴스메이커가 될 가능성, 지배구조 개선 등의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에 2004년은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설명이다.조병문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우리금융의 민영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게 시장의 분위기이며 황영기 CEO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금융 목표주가를 1만1,200원으로 제시하며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반면 동원증권은 황영기 회장 내정자와 관련해 황 CEO 효과에는 긍정, 부정 양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재 동원증권 금융팀장은 “황영기 회장 내정자의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 최고경영자 겸임은 그동안 존재해 온 은행과 지주사와의 불협화음을 해소할 것”이라며 “그러나 황 회장 내정자의 소매금융 경험 부족과 그가 강조하는 비은행 부문 강화에 따른 비용부담은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황영기 회장 내정이 알려진 후 계속되던 우리금융의 ‘황영기 효과’는 지난 3월9일 벌써부터 약발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황영기 회장 내정자가 추가 증자 가능성을 밝히면서 3월9일에는 2.22%포인트(200원) 하락한 8,800원으로 마감, 하루 만에 약세로 급반전한 것.동부증권측은 “황영기 회장 내정자가 인수합병 재원 마련을 위해 구주를 매각하고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3조8,000억원에 이르는 자본금에도 불구하고 추가 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주가에 큰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큰 폭의 실적 개선이 확인되기 전에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황영기 회장이 후보로 확정된 후 우리은행의 장기와 단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올렸다. 지난 3월10일 장기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단기 신용등급은 ‘A-3’에서 ‘A-2’로 상향 조정한 것. S&P측은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기업 투명성이 개선되고 대출제도 등이 강화될 가능성을 보고 신용등급을 올렸다”며 “황영기 회장후보가 취임하면 우리금융지주의 수익다변화와 민영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황 회장 내정자의 미래스타급 은행장 대열에 합류할까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하면서 타 은행의 스타급 CEO들과 자연스레 비교되고 있다.자타가 공인하는 은행권의 스타 CEO 김정태 국민은행장(56)과 황 회장 내정자는 서울대 상대 선후배 사이다. 증권사 사장 출신이라는 비은행원 경력 또한 황 회장 내정자와 김행장의 공통점이다. 김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직에 있는 금융권 최고의 스타 CEO이다.김행장은 47년 광주시 광산에서 출생한 후 광주일고와 서울대 상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76년 대신증권에 입사한 김행장은 34세의 나이였던 지난 80년 상무로 승진했다. 대신증권을 키워 낸 후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97년 사장에 올랐다. 98년 동원증권 대표에서 옛 주택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7년째 국민은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주택은행을 적자에서 흑자 은행으로 탈바꿈시켰고, 옛 국민은행과의 합병에 성공해 국내 최대 은행으로 키웠다. 김행장은 은행장 스스로가 강력한 브랜드가 돼 ‘은행 장사꾼’, ‘김정태 효과’, ‘김정태식 경영’ 등 숱한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8년째 은행을 경영하고 있는 김승유 하나은행장(61)과도 비은행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6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상업은행에 입사한 김행장은 68년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MBA를 수료했다.그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창립멤버로 참여해 금융권 경력을 쌓아 올렸다. 하나은행 역사와 궤를 함께해 온 그는 충청ㆍ보람ㆍ서울은행을 잇달아 인수하며 은행권 스타 CEO군단에 합류했다.같은 지주회사 회장이라는 측면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65)과도 비교되고 있다.라회장은 59년 선린상고 졸업 후 고졸 출신으로 농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 14년간 신한은행장을 3회 연임했다. 지주사 회장까지 연임을 하며 신한은행을 키운 그야말로 입지전적 인물이다.이밖에 신한신용정보의 지주회사 편입, 방카슈랑스 부문 합작 자회사인 SH&C생명보험 설립, 자산운용 합작사인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출범도 성공적으로 마쳤다.최근에는 조흥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며 또다시 능력을 인정받았다. 황영기 회장 내정자와는 달리 라회장은 정통 뱅커의 길을 걸어왔다.황 회장 내정자는 하영구 한미은행장(51)과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일했다는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황 회장 내정자는 뱅커스트러스트에서,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씨티은행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국제금융 감각을 길렀다.하영구 행장 역시 황영기 회장 내정자, 김정태 행장과 같이 서울대 상대 출신. 하행장은 지난 98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씨티은행 소비자금융부문 대표를 맡으며 하이라이트를 받았다.씨티은행 소비자금융그룹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놓으며 인정 받은 그는 49세의 나이로 한미은행장에 취임했다. 최연소 은행장으로 기록되며 40대 행장 시대를 열었다.첫걸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황 회장 내정자. 스타급 은행장 대열에 합류해 탄탄한 성공가도를 걷게 될지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