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유한킴벌리가 지난 1984년부터 시행해 온 숲 보호 캠페인은 이 회사를 상징하는 모토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유한킴벌리라는 사명을 접하면 누구나 바로 이 캠페인 문구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이번 한국기업명성지수(KCRI) 분석에서도 이 같은 이미지는 한몫 단단히 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공헌, 조직문화 등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KCRI 5위에 올랐다. 특히 CEO 리더십, 조직철학 등 기업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인에 있어서는 대부분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환경친화적 이미지가 유한킴벌리가 20년간 구축해 온 이미지였다면 최근 이 회사가 주목받게 된 새로운 배경은 4조2교대 근무시스템이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제도 도입으로 한국형 뉴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 덕분인지 경영성과와 인적자산과 같은 기업경영전략 관련 요소에서도 역시 최고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다만 경영활동상에 비해 마케팅이나 기업이미지 관리 등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요소는 다소 미진한 것으로 조사됐다.1970년에 설립된 유한킴벌리는 종이기저귀와 화장지, 부직포 등을 생산, 공급하는 국내 대표적 생활ㆍ위생용품업체다. 화장실용 화장지 ‘뽀삐 플러스’ ‘비바’, 미용화장지 ‘크리넥스’, 종이기저귀 ‘하기스 골드’ 등 주요 제품들과 더불어 유흡착제, 부직포 등 환경보호용품분야에서 업계 리더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환경과 관련해서는 84년부터 직접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주도해 왔다. 캠페인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전국민 나무 심고 가꾸기, 청소년 환경교육, 연구활동, 환경서적 보급 등에 주력하는 한편 NGO와 학자, 정부와 협력활동도 벌이고 있다.유한킴벌리의 경영방침은 크게 인간존중과 고객만족, 사회공헌, 가치창조, 그리고 혁신주도의 5가지로 요약된다. 이 5가지 방침에만 맞으면 사원들이 마음껏 창조력을 발휘해 참여할 수 있는 참여적 자율 경영을 추구한다는 게 회사측의 말이다. 따라서 각 사업본부에 권한을 대폭 위임해 경영방침에 어긋나지 않으면 종래의 관습이나 형식, 의례 등을 과감히 버릴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출근부, 조회, 창립기념식 등 각종행사는 과감히 없애는 대신 창립기념일에 원하는 직원들이 모여 국유림에 나무를 심는 등 다른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는 식이다. 이 같은 경영방침 덕분인지 이번 KCRI 조사에서도 조직문화와 인적자산 등에서 탁월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사실상 유한킴벌리가 국내에서 쌓고 있는 명성에 있어서 그 배경은 친환경캠페인과 더불어 4조2교대 근무시스템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4조2교대제는 2개조가 12시간씩 하루 24시간을 근무하는 동안 나머지 2개조는 휴무 또는 교육을 받는 형태. 따라서 4개조가 하루 12시간씩 교대근무를 4일 동안 한 후에 나머지 4일은 교육을 받거나 쉴 수 있는 근무제도다. 결국 일주일에 3.5일만 근무하면 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직원들이 여가활용과 재충전, 직무교육, 자기계발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이 제도 도입으로 유한킴벌리가 거둔 효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여성용품의 경우 98년에는 시간당 1만5,000개 정도의 상품을 생산했지만 2004년에는 시간당 2만2,000개까지 생산량이 늘었다. 매출도 늘었다. 96년에 3,323억원이었던 유한킴벌리의 매출은 지난해 7,036억원으로 늘어 7년 만에 매출액을 2배로 키우는 성과를 거뒀다.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한 것이 회사의 경영성과를 높이는 효과까지 동시에 일궈낸 셈이다.노사관계의 경우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 4조 교대제에 대한 논의가 있던 92년에 직원들은 이 시스템이 회사 전체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했다. 근무시간을 교육시간으로 돌림으로써 줄게 될 근무수당에 대한 걱정과 함께 재충전을 위한 교육 자체를 반기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한 후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무척 높게 나타나고 있다.회사측 역시 직원들과의 신뢰를 중시해 이를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도 마련해 뒀다. 2개월마다 최고경영자가 전사원을 대상으로 비디오를 통해 경영현황을 상세히 설명한다. 또 경영진과 직원들이 직접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참여경영을 지향한다. 비디오 사보를 통해 매 분기별 손익계산서가 포함된 상세한 경영정보를 공개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화 채널을 마련해 현장 사원의 생생한 소리가 최고 경영자에게 전달되도록 했다. 한 예로 군포공장에서는 아침마다 간부들이 새벽청소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유한킴벌리의 ‘한국형 뉴패러다임’은 최근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까지 떠오른 상태다.처음 4조 근무제 아이디어를 내놓은 문국현 사장의 CEO 리더십 역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문사장은 지난해 제4회 전경련 경영인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2002년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시상하는 ‘제3회 대한민국 기업이미지 대상’에서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그는 ‘현대는 지식의 반감기’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 익힌 새로운 지식이 올해는 절반밖에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이것이 다시 내년에는 4분의1로, 이듬해에는 8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게 그의 얘기다. 따라서 평생교육을 정착시켜 모든 근로자를 육체노동자가 아닌 지식노동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CEO라는 말 역시 ‘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닌 ‘Chief Education Officer’가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마케팅과 대외홍보 등의 활동이 저조해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4.53으로 가장 낮게 나왔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 역시 다소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간의 왕성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비해 공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라는 이야기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계중심’보다는 ‘정보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