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우편물량 50억통… EMS 시장점유율 32%로 국내 1위 눈앞

‘거대공룡.’ 흔히 우정사업본부를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규모를 보면 ‘공룡’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가 않을 정도이다. 특히 방대한 네트워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2004년 말 기준으로 전국 우체국은 3,692개다. 어느 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 각지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4급 서기관이 우체국장으로 있는 4급국 110개를 비롯해 5급국 131개, 6ㆍ7급국 1,711개, 군우국 91개, 별정국 771개, 취급소 878개 등이 있다.보통 4급국은 대도시 구에, 5급국은 지방 군에 들어서 있다. 6ㆍ7급국은 동ㆍ면에, 별정국과 취급소는 주로 취약지역에 들어선 것들이다.또 3,692개라는 숫자(점포수)는 단일기업(조직)으로 치면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우체국과 마찬가지로 택배를 취급하는 편의점 중 1위 업체인 보광훼미리마트의 가맹점이 2,850개에 지나지 않는다.더군다나 편의점은 도시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금융권의 최강자인 국민은행의 점포수(1,147개)와 비교해도 우체국 망의 막강 파워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우정사업본부가 전국을 빈틈없이 연결하고 있는 네트워크망을 제대로 활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우정사업본부의 주업무는 역시 우편사업이다. 전화나 전기가 없던 시절, 유일한 통신수단이 우편이었다. 지금도 시골과 도시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시골에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보내는 농산물은 상당수가 우체국을 거친다.하지만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발달로 우편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편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눈에 보일 정도이다. 2004년 우편물량은 49억7,500통. 이는 2003년 52억5,600통보다 2억8,100통이 줄어든 것이다. 국민 1인당 우편물량에서도 2002년 117통에서 2003년 112통, 2004년 102통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인당 우편물량이 100통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할 만큼 우편물량의 감소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이다.다만 아직까지는 청구서와 DM(Direct Marketing)으로 버티고 있으나 이 또한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청구서의 경우 e-빌링(Billing) 활용이 늘어나 향후 물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DM도 당분간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따라서 우정사업본부는 대안으로 택배와 EMS(Express Mail Service)를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우체국택배는 연간 매출액이 2003년 1,683억원(시장점유율 9.4%)에서 지난해 2,003억원(9.8%)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2,4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택배사업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콜센터를 설치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인 것은 물론 전국 우편운송망 개편으로 배달 속도가 상대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실제로 택배 익일 배달률이 77%에서 85%로, 보통우편물 3일 이내 배달률이 85%에서 90%로 높아진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EMS도 매출액이 2003년 1,194억원에서 지난해 1,315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30.3%에서 31.6%로 높아져 국내 1위 업체인 DHL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중에는 DHL을 제치고 ‘넘버원’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우체국쇼핑에 거는 기대도 이에 못지않다. 총 2만여종 중 특산품코너에 나온 물건이 1,400여종이다. 매출액도 2001년 869억원에서 지난해 1,215억원으로 늘어났다.올해는 1,300여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그렇다고 보완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환경변화에 즉각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법인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건당 3,000원을 제시했는데, 경쟁업체에서 2,900원으로 치고 나올 경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3,325억원)이 목표(3,360억원)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우편사업단의 비해 금융사업단은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었다. 꾸준하게 경상수지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예금의 경우 소폭이나마 예금수신고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보험도 총자산이 매년 꾸준하게 늘어나며 효자 노릇을 해왔다.그러나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금융시장이 겸업, 대형화하고 있는데다 시중은행이 PB영업을 강화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는 우체국금융의 경우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금융사업단의 예금시장 점유율은 6.1% (2004년 말 기준)다. 2004년 말 총자산이 36조1,828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8위권에 해당한다. 참고로 1위 은행인 국민은행은 129조850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21.9%다. 우체국의 총자산은 같은 특수은행인 농협(시장점유율 15.2%)에 비해 낮으나 수협(시장점유율 1.3%)보다는 높다.우체국이 팔고 있는 보험은 총 13종으로 삼성생명(39종), 대한생명(36종), 교보생명(35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10.2%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이고 있다.우체국금융은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충실하면서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전체 인력은 4만891명. 이들의 움직임에 국제물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