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에서는 저마다 ‘유기농’을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분유도, 두부도, 토마토케첩까지도 유기농 재료를 썼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만큼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유기농 재료를 써 인기를 얻고 있다는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과 도시사람들을 위해 슬로푸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행정기관을 찾아가 슬로푸드를 활용,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장윤상 마켓O 사장“강남 평정 여세몰아 미국땅 밟을 것”서울의 압구정동과 신사동, 청담동 일대는 한국의 유행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다. 특히 외식업에서는 이 지역을 따라 갈 만한 곳이 없다. 회전초밥이, 하우스맥주가, 그리고 와인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지역에서부터다. 최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중심으로 한 이 지역 외식의 키워드는 ‘유기농’이다. 유기농은 일종의 대안농업을 통한 농산물로서 슬로푸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소재다.마켓O는 ‘마켓O를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 레스토랑이다. 마켓O의 O는 오가닉(Organic)의 약자다. 입구에 들어서면 녹색의 복장에 녹색 두건을 쓴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인테리어의 컨셉도 녹색이다. 주방은 열려 있다. 야채와 과일 등 많은 재료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난해 8월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오픈 당시부터 유기농 재료를 쓴다고 해서 관심이 집중됐다. 장윤상 마켓O 사장(43)은 “유기농 재료로 레스토랑을 꾸려보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유행이 시작되는 강남지역에서 슬로푸드는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개업의 이유를 설명했다.지난 8월 이후 이 레스토랑은 약 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세를 몰아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남역 부근에 2호점을 냈다. 그는 트렌드리더를 집중 공략한 것이 짧은 기간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문을 열었을 당시는 외부에 간판도 없었습니다. 건물주와 협의가 불충분해서였죠. 그래서 일단 음식을 싸들고 주변 건물을 공략했죠. 직원들이 녹색 복장을 다 챙겨 입고 나가 음식을 홍보했습니다. 오피니언리더들한테 맛보였으니 소문나는 거야 시간 문제였죠.”마켓O는 이미 서울 강남에서 몇몇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런칭시킨 노희영 푸드컨설턴트의 도움으로 문을 연 곳이다. 장사장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노컨설턴트는 유기농 전문 레스토랑은 확실한 성공아이템이라고 주장했다. 유기농 재료는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싼데다 보존기간이 짧아 어려움이 많지만 유기농이 아니면 발붙이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노컨설턴트의 얘기였다. 장사장은 ‘되는 아이템’이라는 확신을 했다.“주방을 오픈하는 것은 장사가 안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시들해진 재료가 남아 있는 모습을 고객에게 직접 노출시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장사가 잘되면 계속 새로운 재료를 보충해야 할 테니 문제가 없습니다.”장사장은 “재료가 좋다 보니 맛에도 자신이 있다”며 “조미료를 안 쓰는 것도 특징”이라고 자랑을 이어갔다.여성고객이 90%에 이를 정도로 많지만 주말이면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분당이나 일산에서 찾아오는 고객도 상당수라고.“올해 매장을 5호점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다만 프랜차이즈로 늘릴 계획은 없습니다. 외국에 지점을 내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비만환자가 많은 미국이야말로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니까요. 미국의 패밀리레스토랑이 우리나라에서 로열티를 가져가듯이 저 역시 미국에서 로열티를 받는 기업을 일구고 싶습니다.”이문무 경기도 ‘슬로푸드&그린투어’ 담당자도시엔 체험을 농가엔 소득을지난 7월21일 경기도 농업정책과의 이문무씨(34)는 세 자녀와 함께 경기도 용문면 연수리의 ‘양평 보릿고개마을’에 다녀왔다. 그는 (경기도의 슬로푸드&그린투어 프로그램의 하나인) “이 행사에 참가한 뒤 아이가 보리개떡을 과자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이씨는 경기도청 내에서 ‘슬로푸드&그린투어’를 담당하고 있다. 보릿고개마을 행사에 참가한 것도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아이들에게 이런 행사를 체험하게 하면 직접 만들어 봐서 그런지 잘 먹습니다. 산나물 같은 것도 직접 캘 수 있는 기회를 줘 보십시오. 반찬투정하지 않을 겁니다.”그는 도시의 부모들이 간편한 패스트푸드 위주로 식단을 꾸리다 보니 아이들이 전형적 슬로푸드인 우리나라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이 행사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지난 4월 기획돼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경기도의 슬로푸드&그린투어 프로그램은 경기도에서 선정한 9개 부락에 10억 2,1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행사다. 이 예산으로 각 마을은 슬로푸드 체험이벤트를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이 예산은 슬로푸드 체험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데 쓰인다. 경기도에는 내년부터 김치특구로 조성되는 연천 청산김치마을까지 총 10개의 슬로푸드 마을이 있다.슬로푸드&그린투어는 대안운동으로서만 인식되던 슬로푸드가 비즈니스화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직접 슬로푸드와 슬로라이프를 실천하는 이전 단계로 누구나 일회성으로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슬로푸드&그린빌은 학자들이 주장하는 슬로푸드운동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느림의 미학이 담긴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동시에 농가의 농외 소득원으로 활용해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까닭이다.실제로 슬로푸드 마을 중 하나인 율면 석산2리의 이천 부래미우엉마을은 자체적으로 가진 이벤트를 통해 2,76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파주 장단콩마을 역시 처음 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6월 이후로 2,500만원의 소득을 거뒀다.“2006년까지 20개로 슬로푸드마을을 늘릴 계획입니다. 특구로 조성해서 각 마을을 전통음식의 메카로 만들 생각입니다. 이미 슬로푸드 로고도 만들고 상표등록을 출원해 놓은 상태입니다.”경기도 슬로푸드의 로고는 달팽이를 형상화했다. ‘느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돋보기 / 패스트푸드 3인방의 반란샐러드 등 신메뉴 속속, ‘기름진’ 이미지 아듀요즘 패스트푸드업체들의 최대 고민은 새로운 메뉴개발이다. 경기불황과 웰빙 열풍으로 주력인 햄버거 등에 대한 인기가 뚝 떨어지면서 대체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변심의 몸부림을 하고 있는 셈이다.패스트푸드 3인방으로 불리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도 예외는 아니다. 햄버거의 기름진 이미지를 씻기 위해 웰빙 메뉴를 잇달아 내놓으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패스트푸드 주요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대표적 슬로푸드 메뉴는 샐러드다. 햄버거 등이 비만의 주범 격으로 몰리면서 자구책 차원에서 살이 안 찌는 채소를 주원료로 하는 샐러드를 대안으로 택한 것이다. 고급 야채에 닭고기나 레몬드레싱 등을 첨가해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칼로리가 낮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롯데리아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일부 매장에 샐러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메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웰빙 후레쉬그린 샐러드’, 웰빙 후레쉬 치킨 샐러드‘ 등은 이미 매장 내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주문이 밀린다. 지난 6월부터는 샐러드 메뉴 판매를 전 매장으로 확대하기도 했다.맥도날드는 지난해 11월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가 7개월여에 걸친 작업 끝에 6월 ‘맥도날드 후레쉬 플러스’ 제품군을 선보였다. ‘맥도날드 가든 샐러드’ ‘맥도날드 치킨 샐러드’ 등이 대표적이다. 파프리카, 양상추 등 11지 고급야채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신선하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2002년 9월 ‘KFC 치킨샐러드’를 업계 최초로 내놓아 원조로 통하는 KFC도 예외는 아니다. 올 들어 업그레이드 메뉴인 ‘징거샐러드’ ‘시즌샐러드’ 등을 판매하며 슬로푸드 전쟁에 적극 뛰어들 태세다.패스트푸드 주요 업체의 변화의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음료에서도 감지된다. 콜라 전유물로 통하던 자리에 요구르트나 레몬에이드 등을 추가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딸기 등이 들어 있는 ‘베리나이스 요거트’를, KFC는 상큼한 맛이 장점인 레몬에이드를 매장 한쪽에 갖춰놓고 있다. 롯데리아 마케팅팀 육규수 과장은 “고객들이 건강과 웰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패스트푸드업체들 역시 건강과 신선함을 강조하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