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위만 달리지 않겠다. 필요하다면 비행기처럼 날겠다.” 지난 8월31일 민영화 2주년을 맞아 이용경 KT 사장은 KT의 미래를 ‘비행기론’에 빗대 설파했다. 지금까지의 안정적 사업기반을 탈피해 벤처기업처럼 시장개척에 과감히 나서겠다는 메시지다. KT의 미래 성장엔진은 이른바 유비쿼터스로 요약된다. 차세대이동통신, 홈네트워킹, 미디어, 디지털 콘텐츠, 정보기술서비스 등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수치적 지향점은 ‘2010년 세계 톱10 통신업체 진입’이다. 세부전략은 이날 발표된 ‘미래전략 2010’에 잘 녹아있다. 2010년까지 매년 3조원씩 총 18조원을 투자해 매출 2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KT의 미래 성장계획은 신기루가 아니다. 다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번에 실시된 한국기업명성조사(KCRI) 결과를 봐도 KT의 미래는 꽤 고무적이다.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한국의 1,000대 기업 중 상위 1%인 톱10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로라하는 쟁쟁한 기업을 따돌린 값진 성과다. 공기업 타이틀을 탈피한 민영화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POSCO)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조철제 KT 홍보실 과장은 “민영화 2년 만에 이렇게 좋은 명성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 기반을 더 다져 고객을 위한 KT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조사 결과 KT의 명성은 대외 부문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았다. 대외홍보, 고객 커뮤니케이션, 기업이미지 등을 포함하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항목이 상위에 랭크됐다. 특히 기업이미지는 만점(5점)에 가까운 완벽한 점수를 따냈다. 민영화 이후 한국통신에서 KT로의 사명, CI 변경이 기업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실 기업이미지로서 공기업의 잔상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따라서 민영화를 계기로 그간의 분위기를 혁신하는 게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 적잖은 민영화 기업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KT는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과 도전정신을 표출함으로써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었고, 결과적으로 어필했다. 이 회사 민태기 광고부장은 “미래지향적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명변경은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서의 홍보활동과 함께 새로운 기업이미지를 심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KT의 기업이미지는 ‘친근함’으로 요약된다. 보편적인 통신서비스를 차별적인 이미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다. ‘네트워크로 하나 되는 나라’라는 범국가적 기업이미지 활동이 대표적이다. 민영화 기업이되 동시에 국민기업의 이미지도 강조하겠다는 전략인 셈. KT는 전신ㆍ전화부문의 독점적 이미지를 첨단기술, 생활문화를 지향하는 친근함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렛츠KT’(Let’s KT) 슬로건이 한 예다. 우여곡절 끝에 선보인 이 슬로건은 동적 이미지로서의 생명력을 IT부문에 절묘하게 결합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대외홍보에도 열심이다. KT의 대외홍보 건수는 단일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어떤 매체든 KT 관련 뉴스가 하루에 한 건 이상은 보도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이에 대해 KT 홍보팀은 회사 자체의 영향력이 커진 결과라고 평가한다. 홍보실 조과장은 “산간 오지에서 최남단 마라도까지, 독도에서 백령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KT의 서비스와 모두 연관돼 있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KT 기사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럽다”고 전했다.축적된 대외관계 강화 노력은 자연스럽게 고객만족으로 연결된다. 2002년 말 기준 고객만족(CS)부문의 인력은 전체 직원의 43.9%를 차지한다. 또 고객접점부서의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품질관리비까지 책정,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3,154억원을 편성해 고객불편 최소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사장 직속으로 CSㆍ경영혁신을 전담하는 품질경영실도 문을 열었다. 고객만족과 6시그마로 경영혁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고객ㆍ현장의 불편ㆍ불만 제로가 궁극적 목표다. KT의 6시그마는 임원까지 포함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과는 곧 나왔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고객가치의 경쟁사 비교측정(CVA) 결과 모든 상품이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았다.사회공헌 항목은 기업이미지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KT의 사회공헌 활동은 정보 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IT사랑ㆍ인간사랑ㆍ환경사랑’의 철학을 담는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공익사업과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세전수익의 4~6%를 그 활동비로 지출한다. 작년에만 92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민영화 이후 별도 조직까지 만들어 전담인력을 배치한 상태다. 임태형 KT 사회공헌팀 부장은 “KT의 사회공헌은 크게 공익사업ㆍ자원봉사ㆍ기부협찬으로 나뉘는데, 특히 자원봉사를 앞으로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의 ‘사랑의 봉사단’은 2001년부터 조직화돼 285팀, 6,000여명이 속해 있다. 또한 임직원의 63%가 참여한 ‘KT사랑나눔기금’은 지난해 약 26억원을 모았는데, 이는 국내기업 중 최대 규모다.CEO 리더십 역시 상위권에 속하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이용경 사장의 자질ㆍ경영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탁월한 리더십이 강점으로 꼽혔다. 이사장은 2002년 8월 민영화와 함께 KTF에서 KT로 CEO 직함을 바꿨다. 조용하고 포용력이 넓은 선 굵은 리더십으로 민영화 이후 초대사장으로서 KT호를 잘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약점일 수밖에 없는 공사 형태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벗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합리ㆍ역동적 민영기업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 사상 최대 감원이라는 5,500명을 정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취임 후 2년간 무분규 노사협상을 이끌어내는 데도 이사장의 리더십이 한몫 했다.이사장은 특히 윤리경영, 현장중심경영을 강조한다. 기존의 공기업적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한편 과감한 기업혁신,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강했던 때문이다.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현재 KT의 지배구조나 경영진의 도덕성ㆍ투명성은 명성이 자자하다. SK그룹의 비자금사태 이후 투명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욕구에도 부응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에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고강도 윤리경영 실천선언까지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