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30분에 출근해 오후 9시까지, 주말도 없이 일에 빠져 살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낸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어요.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는 건 보람된 일이었지만, 그에 따라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도 점점 커져갔습니다.”독자개발한 편의점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는 최철원 하이-라이프 사장(42)은 국내 굴지의 제과회사에서 근무한 지난 11년 동안 ‘일 중독자’에 다름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경영기획, 제품기획부터 판매일선인 영업소까지 두루 섭렵하며 회사의 기대를 모은 만큼,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창 일에 재미를 느낄 때는 사장까지 오르겠다는 야망에 불탔다”는 그는 실제로 영업소장 시절 전국에서 1등 실적을 올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회사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현장에 그를 ‘해결사’로 투입할 정도로 신임했다. 또 일본의 선진 유통시장을 배워 오라고 3개월 동안 현지연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마디로 ‘촉망받는, 잘나가는 인재’였던 셈이다.그런 그가 2000년 10월 자진해서 회사 울타리를 넘었다. IMF 위기를 거치며 회사 경영 상황이 나빠진데다 목표치에 대한 중압감이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생활에 회의를 느낀 까닭이었다. 직장생활에서 비전을 잃어버리자 급격한 의욕상실이 찾아온 것이다. 무엇보다 “헝그리 정신으로 회사생활에 최선을 다한 것 그대로 내 사업을 하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올해 30개 가맹점 달성”최사장의 퇴직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아내에게도 미리 말하지 않고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이미 사업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92년 일본 유통시장 연수에서 편의점 사업의 힌트를 얻어 직장생활 틈틈이 사업계획을 세운 덕분이었다.편의점 사업은 과자류 상품 기획부터 유통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은 최사장의 본업무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시장을 잘 안다’는 자신감까지 보태 거리낄 게 없었다.그러나 함정이 있었다. 퇴직 후 직접 편의점을 운영해 볼 요량으로 일산의 한 점포를 덥석 계약한 것이 실수였다. 큰 유통시장은 알았지만, 작은 점포 하나가 죽고 사는 ‘상권’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까닭이다.“주변에 큰 병원이 있고 신도시에 위치해 지엽적인 상권의 성격을 눈여겨보지 않은 탓입니다. 정작 필요한 소프트웨어에는 소홀한 거죠. 뒤늦게나마 입지 선택에 실패한 것을 알고 계약금 300만원을 포기했습니다.”첫 번째 시련을 겪은 이후 최사장은 다시 준비기를 갖기로 했다. 마침 한 아이스크림업체에서 최사장에게 러브콜을 해 왔다. 그곳에서 2년 남짓 마케팅 기획과 영업을 하며 좀더 꼼꼼한 사업계획을 세웠다. 오히려 다시 직장생활을 한 덕분에 상권분석이나 점포 입지 선정에 노하우가 쌓였으니 전화위복인 셈이었다.지금의 편의점 사업은 지난해 3월 서울 연신내에 1호점을 개설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서울 목동, 고양 행신, 장항 등지에 가맹점 개설이 이어져 현재는 7군데로 늘어났다. 당초 직영점부터 만들어 안테나숍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최사장의 사업계획을 귀담아들은 예비창업자가 선뜻 1호점 개설을 자청해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고품격 생활, 고급 서비스를 뜻하는 브랜드 ‘하이-라이프’는 최사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대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편의점 시장에서 그가 내놓은 카드는 ‘무로열티, 무가맹비, 독립영업 보장’. 점주에게 다른 편의점에 비해 높은 수익성과 경영성과를 돌려주겠다는 의미다.“대형 편의점 브랜드가 매출이익의 25~30%를 로열티로 차감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 로열티를 모두 없앴습니다. 물론 웬만한 프랜차이즈에 기본인 가맹비도 없습니다. 또 2년 동안만 하이-라이프 브랜드를 사용토록 하고 이후에는 점주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해 독립성을 강화했어요.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는 거래선을 점주가 직접 선택하도록 해 자유로운 경영이 가능토록 했습니다.”덕분에 기존 편의점 브랜드보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최고 30% 정도의 수익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점주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최근에는 다른 브랜드에서 ‘이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대신 까다로운 점도 있다. 자신이 겪었던 입지선정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상권분석 및 선택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 최사장은 “창업자가 원하는 입지에 모두 가맹점을 오픈했다면 지금의 두 배 정도 실적을 올렸을 것”이라며 “점주의 수익 증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반드시 성공할 만한 상권을 선택한다”고 말했다.최사장의 목표는 편의점 시장에서 튼튼한 ‘독자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것. 상권 선택에 고심하는 것도 브랜드파워를 키우려는 생각에서다. 더불어 외식업에 진출, 2호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우리나라 편의점 시장은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특히 IMF 위기 이후 화이트칼라 퇴직자들이 창업에 대거 나서 시장 볼륨이 급격히 확대됐지요. 현재 인구 7,000명당 1개 점포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일본, 대만 등의 편의점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아요. 일본이 2,300명당 1개 점포꼴이고, 구멍가게나 동네 슈퍼마켓을 전면 대체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최사장의 올해 목표는 ‘가맹점 30개 달성’. 아직은 시장점유율조차 따지기 어려운 미미한 수준이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갈 생각이다. 최사장은 “진짜 목표는 ‘최철원이 하는 사업은 믿고 따라갈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결의를 내비쳤다.최철원 사장의 Success Key●나의 업무영역에서 창업아이템을 찾아라.●자신 있는 분야라도 재차 집중 탐구, 시행착오 가능성을 줄여라.●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신뢰도’를 따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