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마흔을 넘고, 직장에서 위치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나니 ‘회사가 앞으로 나에게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몇 년 후의 퇴직과 얼마간의 퇴직금이 전부라는 데 생각이 미쳤어요. 조금이라도 빨리 내 일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요.”임광호 콤마치킨 방화1호점 사장(43)이 퇴직과 창업을 결정하게 된 동기는 이렇게 간단하다. 동기가 명확한 만큼 고민도 오래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아내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다. 퇴직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오른 지 석 달 만에 사직서를 내고, 두 달 만에 매장을 열었다.홍보활동에 수익금 ‘올인’한 케이블 방송사의 전산전문가로 일하던 직장생활의 마지막 3개월간 임사장은 창업준비에 몰두했다. 우선 업종선택. 인터넷으로 기본적인 검색을 하고 창업설명회를 따라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결론은 외식업이었다. 직장에서 하던 전산업무와 관련된 창업은 애초부터 염두에 없었다.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퇴직한 마당이었다.장사가 처음인데다 창업자금도 넉넉지 않아 임사장은 소자본 외식업체, 그중에서도 배달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괜찮다고 소문난 집을 돌아다니며 맛도 보고 시장조사도 해봤는데 마땅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러다 한 신문에 콤마치킨이 소개된 것을 보고 본사를 방문했지요. 맛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메뉴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 마음에 들었어요.”개업을 한 후 임사장이 역점을 둔 것은 홍보였다. 콤마치킨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직접 전단지를 들고 나가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기본이고, 한 달에 한 번 시식회를 가졌고, 처음 찾는 고객에게는 두세 조각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특히 주요 고객층인 중고생과 주부들에게는 더욱 신경을 썼다. 항상 주머니에 스티커나 자석 홍보물을 넣어 두었다가 배달을 나가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건네주었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 창업을 한 만큼 지역 상인들과도 열심히 어울렸다. 그들이 최초의 단골이 되었다.임사장의 가장 독특한 전략은 쿠폰이다. 대부분 업소들이 10마리를 시키면 1마리를 주지만 임사장은 5마리를 시키면 반 마리를 준다. 쿠폰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줘 업소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가장 비싼 메뉴를 증정해 단가가 높은 메뉴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전산을 이용한 고객관리도 임사장의 경쟁력이다. 본사에서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자 자비로 프로그램을 구입, 운용하고 있다. 주문전화가 오면 고객의 주소, 거래내역, 자주 시키는 메뉴, 사용할 수 있는 쿠폰수 등이 뜨고 이를 통해 맞춤서비스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쿠폰을 분실한 경우에도 쿠폰이 몇 장 적립돼 있는지를 먼저 알려줘 사용을 권한다. 새로 나오거나 고객이 지금까지 주문하지 않은 메뉴를 추천할 수도 있다.“처음 얼마간은 수익을 남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현상유지가 되는 선에서 모든 수익을 홍보에 밀어넣었지요. 그렇게 3개월만 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임사장의 예상은 멋들어지게 적중했다. 지난해 8월 개업한 후 매출이 꾸준히 늘어 3개월여가 지난 11월에는 하루 60~70마리를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일대에서 가장 성공한 치킨전문점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호사다마라던가. 지난해 12월 초, 아시아를 휩쓸던 조류독감이 한국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매출 곡선은 무참히 꺾이고 말았다.성실 서비스로 조류독감 위기 넘겨언론 보도와 함께 전국의 치킨전문점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사태를 비관해 자살하는 업주마저 생기기에 이르렀다. 이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현상유지는 할 수 있었던 임사장은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그동안 수익을 남기지 않으면서 베푼 인심이 그나마 단골들을 붙잡아 놓았던 것이다. 돈을 빌려 임대료를 낼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임사장은 홍보와 서비스의 양을 줄이지 않았다. 시식회도 계속했다.“공짜로 주어도 받아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특히 사망자가 발생한 설 직후에는 치킨을 건네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어요.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처음 해봤지요.”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홍보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벌였지만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설 전후해 외국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매출이 더욱 떨어졌다. 한창 좋았던 지난해 11월에 비해 무려 70%가 줄었다. 그나마 빚 없이 창업을 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최근 정부의 닭 소비 캠페인이 본격화되고 언론이 이를 받쳐 주면서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고 임사장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매출의 70% 정도가 회복됐고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장사를 하다 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일 테니 좋은 공부한 셈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도 뾰족한 수가 없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실히 고객을 대하는 게 유일한 방안이겠죠.”조류독감 외에도 예상대로 되지 않은 일은 많이 있다. 홀영업이 생각보다 훨씬 저조하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임사장은 8,000세대 가까운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입주하면서 홀영업으로 하루 10만원 가량의 매출을 기대했다. 주위에 요식업체들이 몰려 있어 지나가다 들르는 손님이 적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아파트 단지 상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그는 말한다.“시장조사가 부족했어요. 점포를 정하기 전에 꼼꼼히 체크해야 했는데, 시간에 쫓기고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선택을 재촉해 결정을 서둘렀거든요. 다시 점포를 옮긴다면 설사 마음에 드는 점포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시장조사를 할 참입니다.”창업을 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임사장은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쉬는 날도 없이 하루 15시간씩 일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 만큼 후회할 이유가 없다는 것.임사장의 꿈은 레포츠 사업을 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업으로 기반을 닦아 10년 후쯤에 도전할 각오다. 등산, 레프팅, 인라인스케이팅 등 레포츠 동호회를 대상으로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오래전부터 등산과 인라인스케이팅을 좋아해 자신의 취미와 연관된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보지는 못했다. 일단은 지금의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창업을 한 후 가족사에 신경을 거의 쓰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부부가 함께 일하다 보니 아이들 교육에 소홀해지기 십상이지요. 하루빨리 기반을 잡아 가족에게 봉사하고 싶어요. 꿈도 이루고요.”임광호 사장의 Success Key●최대한 자신을 알려라. 홍보와 서비스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우 홍보가 성패를 좌우한다.●시장조사에 최선을 다해라. 제대로 된 입지선정이 성공의 절반을 약속한다.●직장에서 무슨 일을 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던 말끔히 잊어라. 낮은 자세로 고객을 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