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상품과 영화는 마케팅 전략의 기본 요소인 4P에서부터 다르다. 즉 상품(Product)과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 이 네 가지 요소에서부터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는 상품이 영화다.우선 상품 자체가 고유의 특징이 있다. 재구매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 상품은 마케터로서 복습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브랜드 구축보다는 치고 빠지는 캠페인성 전략이 효과적이다. 대신 감독이나 배우의 개인 브랜드는 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된다.또 가격은 이미 극장 입장료로 지정돼 있다. 투자비용과 관계없이 제품의 가격은 동일하게 매겨진다. 유통망 역시 정해져 있다. 개봉관이라는 한정된 루트를 활용해야 한다.결국 영화마케팅은 다른 상품보다 PR, 이벤트 등 프로모션의 다양화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한국영화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집행기간이 길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모두 홍보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배우의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언론에 알리기 시작해 제작기간에도 촬영현장 공개의 방식으로 프로모션 활동이 진행된다. 따라서 완제품을 가지고 마케팅 작업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르다.<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로 이어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잇단 성공으로 영화 기획과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특히 1,000만이라는 관객 숫자는 얄팍한 아이디어 경쟁 수준의 마케팅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결과다. ‘관람가능 인구인 15세 이상 국민의 3분의 1이 영화를 본 셈’이라는 이 숫자의 의미에서 나타나듯 영화마케팅 방식도 체계화, 거대화되고 있다.최근 한국영화 마케팅의 특징적인 추세는 온라인시장 공략과 이슈마케팅, 해외시장 적극 개척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온라인 마케팅은 ‘인터넷 1억원 시대’라는 말로 압축된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영화마케팅에서 온라인시장의 비중이 6개월 전과 비교해도 무척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영화계에서는 조만간 TV매체와 인터넷의 비중이 같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미도>의 경우 일종의 이원화된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티저 기법을 활용한 홈페이지 구축으로 실미도 사건의 존재를 모르는 네티즌을 공략했다. 또 실미도 사건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을 역으로 인터넷 공간에 끌어들여 구전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런 데 글 한 번 올려 본 적 없다’는 50대 이상 관객들의 글이 홈페이지에 가득하다는 게 <실미도>의 홍보 마케팅을 대행한 이노기획측의 설명이다.<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주요 포털 사이트들과의 공동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네티즌을 공략했다. 배급사측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태극기 휘날리며>의 온라인 마케팅비는 1억5,000만원.<태극기 휘날리며>의 마케팅을 총괄한 박은경 쇼박스 마케팅팀장은 “비용을 많이 들이기보다는 온라인시장을 ‘콘텐츠’라는 컨셉으로 접근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광고에 돈을 쏟아붓는 대신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포털사이트에 영화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네티즌을 만났다는 것이다. 3월부터는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 스태프들이 역시 공동마케팅 파트너인 야후와 손을 잡고 영화와 관련된 지식검색의 답변자로 나설 예정이다.‘관객 천만시대’에서 새롭게 나타난 마케팅 특징 중 하나는 ‘이슈마케팅’이다. 영화마케터들은 500만명 이상 관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들 영화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데 공감한다. 한국영화의 흥행은 영화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따라서 일명 ‘2주 마케팅’이 중요해진 것도 요즘 나타난 현상이다. 흔히 개봉 첫주에 흥행 성패가 결정된다고 하여 개봉 바로 직전까지가 마케팅 활동의 절정시점이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는 2~3주차에 끊임없이 이슈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실미도>는 개봉 한 달여가 지나면서 주요 일간지나 지상파 방송에서 실미도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뤄 사회 이슈화 작업이 충분히 이뤄진 것이 영화흥행에 탄력을 받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해외세일즈를 중시하게 된 것도 달라진 한국영화 마케팅의 특징이다.극장관객이 늘어나면서 DVD, VHS 등 부가판권시장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제작비가 큰 대작일수록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만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실미도>는 이미 일본에 최고가로 팔렸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장동건, 원빈이라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자체가 해외시장 공략을 감안한 전략이다. 해외시장을 겨냥해서는 영화포스터도 국내용과 해외용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장풍대작전>의 경우 해외용으로 따로 만든 포스터가 인기를 끌면서 제작 전에 이미 태국에 팔렸다.‘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지만 영화마케터들이 읊조리는 말은 따로 있다.“잘되면 영화 탓, 안되면 마케팅 탓.”영화라는 상품의 특수성 때문에 영화마케팅은 작품의 성공에 묻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일반적인 소비재보다 상품과 마케팅의 혼연일체가 두드러진 분야가 영화다. 따라서 작품이 대성공을 거둔 경우 마케팅 방식을 따로 놓고 칭찬해 주거나 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마케팅 활동이 배우 캐스팅 시점부터 시작되는 만큼 작품의 성공이 마케팅과 동떨어져 이뤄질 수는 없다. <실미도>는 전체 제작비 110억원에 이 중 마케팅비가 24억~27억원,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체 190억원 제작비 중 약 40억원의 마케팅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영화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비용의 숫자적인 측면보다 각각의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태극기 휘날리며>의 마케팅 관계자는 “처음 영화제작 이야기가 나왔을 때가 ‘블록버스터 재앙’을 운운하던 때여서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는 식의 언론의 평가를 접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이 두 영화는 모두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빼고 ‘휴먼드라마’라는 컨셉으로 접근했다.하지만 이 두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최근에는 또다시 ‘잘 만들어진 대작영화’(well-made blockbust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결국 영화와 영화마케팅은 공존하면서 진화될 수밖에 없는 관계다.한국영화산업의 도약을 이야기하는 요즘, 영화마케팅의 도약 역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돋보기 | 해외배급영화의 마케팅TV 영화 프로그램 활용“어휴, 말도 마세요.”한 해외영화배급사의 마케팅책임자는 요즘 일하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었다고 해서 영화마케팅 담당자들이 모두 기쁜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에 몰리는 관객이 많을수록 해외배급영화를 알리는 쪽에서는 울상일 수밖에 없다. 해외배급영화는 마케팅 방식에 있어서 한국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우선 완결된 상품을 파는 일이라는 데서 큰 차이가 있다.영화라는 상품이 다른 상품과 달리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로 마케팅 작업에 돌입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외화는 다르다. 한국영화 마케팅은 후기제작과정에서부터 동참하기 때문에 소비자조사 결과 등을 동원해 작품의 수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영화는 이미 완결된 결과물에 대해 활동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기간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대개 한국영화가 1년 가까운 시간을 마케팅 기간으로 잡는다면 외국영화는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5~6개월 정도가 마케팅에 소요되는 기간이다.방식에 있어서도 배우를 노출시키거나 촬영현장 스케치 등으로 영화를 알리는 방식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영화의 요약필름 등을 TV 영화 프로그램 등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활용하곤 한다. 따라서 해외배급영화의 마케팅은 한정된 범주에서 인터넷 이벤트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