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수만 3만명 넘어, 한학기 등록금 100만원 수준 ‘저렴’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에 대한 미련을 접고 바로 취업했던 최병태씨(33). 직장생활을 하며 호시탐탐 대학 진학의 기회를 노렸던 최씨는 지난 2001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한국디지털대학 디지털정보학과에 당당히 입학한 것. 비록 아침마다 등교하는 일반 대학은 아니지만 4년제 대학과 같은 정규 학위가 나오는데다 직장생활을 하며 공부할 수 있어 부러울 것이 없었다.이후 3년간 최씨는 말 그대로 주경야독을 하며 공부에 매달렸고, 3년 만인 지난 2월 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기 졸업을 했다. 하지만 최씨에게 더 기쁜 것은 석사 학위를 딸 수 있는 대학원 합격증까지 손에 쥐었다는 점이다. 얼마 전 고려대 컴퓨터기술과학대학원에 합격해 3월부터는 대학원생으로 변신한다. 최씨는 “사이버대학이 생기면서 저같이 공고를 나온 사람도 얼마든지 대학, 아니 그 이상 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2001년 3월 첫 신입생을 맞은 사이버대학의 결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3년 전 입학했던 첫 신입생들 가운데 일부가 조기 졸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학문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본격적인 사이버대학 졸업생 시대가 열린 셈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앞서 예시한 최씨처럼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현재 사이버대학은 올해 개교한 사이버외국어대학을 포함해 전국에 17개교가 있다.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4년제와 2년제로 나뉘는데 4년제가 15개교, 2년제가 2개교다.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 역시 4년제의 경우 140학점으로 일반 대학과 차이가 없다. 전공도 다양해 e경영학과, 사회복지학과, 영어과, 컴퓨터정보학과 등 대학마다 10개 안팎의 과가 개설돼 있다.다른 점은 사이버공간에서 강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대학 강의실 대신 인터넷을 통해 강의하고 시험 등 학사 일정을 관리한다. 인터넷이 대학의 캠퍼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에 따로 나갈 필요도 없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것도 이 같은 시스템 때문이다.신입생을 뽑는 입학전형도 일반 대학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 대학에 가려면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고 내신성적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이버대학은 이런 것들이 필요 없다. 고등학교 졸업 자격만 갖추면 누구든지 지원이 가능하다. 입학시험 역시 따로 보지 않는다. 사이버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입학지원서나 학업계획서 등을 제출하게 한 다음 학교측에서 이를 심사해 합격 여부를 가린다. 편입생 모집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또 다른 이점은 등록금이 싸다는 것이다. 보통 학점당 6만원을 받는다. 자연 일반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 안팎이지만 사이버대학은 100만원선이다. 일반 대학의 3분의 1 수준인 셈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누가 봐도 파격적인 조건임에 틀림없다.사이버대학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곳을 노크하는 사람들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3년 전 첫선을 보일 때는 입학생이 5,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만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올해는 이보다 더욱 늘어 1만2,000여명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사이버대학은 한 해 입학생수만 2,5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대형화돼 가고 있다. 입학생이 누적되면서 재학생수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04년 신입생을 합칠 경우 재학생수만 3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사이버대학을 노크하는 사람들은 20~30대 직장인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서울디지털대학이 2004년 지원자 7,180명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원자 가운데 회사원이 전체의 79.5%를 차지했고 주부(4.8%), 전문직 종사자(3.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회사원 비율의 경우 지난해보다 무려 10%포인트 늘었고, 이는 회사의 정년 연령이 낮아지면서 자기계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성별로는 남성이 61.2%, 여성은 지난해보다 7.2%포인트 늘어난 38.8%로 나타났다. 지원자들의 평균 나이는 27.3세이며,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거주자가 69.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해외 거주자도 84명이나 된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일반 대학 입시에 실패한 고교졸업자들도 사이버대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2005년부터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이버대학에 석사학위를 딸 수 있는 과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성인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대학원 과정 개설을 허용할 방침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점은행제도도 도입돼 일반 대학의 평생교육원처럼 사이버대학에 등록한 후 140학점 이상을 이수하는 사람들에게 학사학위를 주게 된다.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일부 사이버대학의 경우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학생들의 이탈이 적잖다. 특히 재등록률과 신입생 지원율이 낮아 향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일부 사이버대학은 정원의 20~30%밖에 채우지 못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일부 사이버대학의 재정적인 어려움도 큰 걸림돌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평생학습정책과 관계자는 “내년 초에 전반적인 점검에 나설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돋보기 | 해외 사이버대학미국, 300여개 대학에서 MBA등 배출사이버대학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곳은 단연 미국이 꼽힌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2년제와 4년제가 있는데, 특히 2년제인 피닉스 사이버대학은 미국 최대의 온라인대학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대학에는 경영학과 등 8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이 외에도 미국에는 이미 300개가 넘는 사이버대학이 있어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명문대 가운데는 퍼듀대학과 오하이오대학이 사이버대학을 운용하고 있고, 학사과정 외에 석ㆍ박사나 MBA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사이버대학의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기존의 개방대학 수업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사이버대학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영국은 대졸자의 80%가 개방대학이나 사이버대학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