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강사 강의 들려주는 자격증 사이트도 인기

‘한 직장인이 아침 일찍 출근한다. 그는 전날 밤 과음한 상태다. 하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컴퓨터를 켜고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한다.’지난해 방영됐던 숙취해소음료 광고의 한 장면이다.TV 광고에는 시대상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 광고에서 주인공이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수단은 더 이상 학원 강의가 아니다. 그는 바로 인터넷 강의, 즉 e러닝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외국어나 자격증 대비 강좌를 수강하는 일은 직장인의 자기계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중 하나. 따라서 e러닝산업에서 외국어나 각종 시험 대비 강의 업체들 역시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외국어 또는 공무원시험, 각종 자격증 취득시험 등 각종 시험 관련 강의는 사실상 e러닝이라는 용어가 국내에 정착되기 이전부터 사이버 강의라는 타이틀로 다양하게 선보였다.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e러닝업체들은 대개 오프라인 강의를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다. 여기에 순수 온라인 기반 업체들까지 가세해 정확한 시장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온라인쇼핑몰이 그렇듯 온라인 교육 업체 역시 인터넷 정착과 함께 2000년 전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설립보다 유지가 어려운 것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의 공통된 어려움이다. 따라서 각 분야별로 3~4개 업체 정도가 메이저 업체로 손꼽히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외국어 분야에서는 아직까지는 영어 전문 사이트들이 상위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어, 중국어 등 제2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영어를 위주로 하는 업체들이 규모 면에서 상위에 랭크돼 있다.우선 YBM시사영어사의 자회사 YBM시사닷컴(www.ybmsisa.com)이 외국어 분야에서는 선두업체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순위 사이트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2월18일 현재 온라인 외국어교육 분야에서 YBM시사닷컴이 점유율 61.6%로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온ㆍ오프라인 연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프라인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아용 강좌에서 특수목적고 입학희망자를 위한 입시대비반까지 다양한 강의를 선보이고 있다.지난 200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회원수는 182만명으로 평균 매월 2만여건의 수강신청이 이뤄진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수강 인원이 부쩍 늘어 올해는 매출목표를 350억원으로 잡았다.YBM시사닷컴 이외에도 윈글리시(www.winglish.com), 펀글리시(www.funglish.com), 온잉글리시(www.onenglish.com) 등이 비교적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이들 업체는 YBM시사닷컴과 달리 순수 온라인 기반으로 설립됐다는 특징이 있다.따라서 온라인의 특징을 잘 살린 강좌를 개설해 수강생을 확보해 왔다는 게 장점이다. 즉 온라인의 특징을 살려 개인교습을 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자격증 대비 강의는 특히 오프라인 기반이 중요하다.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경우 노량진, 신림동 등 ‘고시의 메카’로 불리는 지역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 직접 학원을 찾지 않아도 그 지역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이 같은 자격증 대비 강의 업체들이다.에듀스파(www.eduspa.com), 지캐스트(www.gcast.co.kr) 등이 대표적이다. 에듀스파는 공무원, 각종 고시, 자격증 시험 전문학원 이외에도 고시수험서 전문출판사와 외국어학원 등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오프라인 강의를 기반으로 해 온라인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다는 특징이 있다. 역시 랭키닷컴의 자격증 전문 교육 분야 순위에서 2월18일 현재 12주째 1위를 지키고 있다.이들 온라인교육업체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달라진다. 따라서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1, 2위 업체를 선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몇몇 업체들이 상위군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 이의가 없다.지캐스트 역시 자격증 전문교육 선두업체 중 하나다. 이 업체 역시 공무원 고시 분야에서 20년이 된 한교고시학원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역시 오프라인에서 명성 있는 강사들의 강의를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강조한다.이밖에도 경영 관련 자격증 전문학원인 와우패스(www.wowpass.com), 영어 포털사이트인 마이퀵파인드(www.myquickfind.com) 등이 인터넷 수강자들에게 유명한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INTERVIEW | e러닝이 낳은 스타 문단열“김치 발음에 빠다를 발라주마”“지식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콘텐츠 기반이 아니라 전달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문단열 펀글리시 사장(40ㆍwww.funglish.com)은 “e러닝업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문사장은 최근 늘어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TV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는 이른바 ‘스타강사’다.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치기로 유명한 그는 아예 오락 프로그램까지 진출한 ‘준연예인’이 됐다. 인터넷에 개설된 그의 팬카페는 회원수 2만명을 자랑한다.처음부터 재미있는 교육방식인 에듀테인먼트를 지향해 왔다는 문사장은 90년대 말까지 서울 신촌에서 소규모 학원을 운영하던 평범한 영어강사였다.“학원을 전국화하려고 하니 자본금이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영어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법을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인터넷을 생각한 겁니다.”그것이 2002년 말의 일이다. 재미(Fun)와 영어(English)의 합성어인 펀글리시(Funglish)를 사명으로 하고 ‘김치발음에 빠다를 발라주마’와 같은 재미있는 제목의 강의를 열었다.이것이 인기를 끌면서 그는 케이블TV의 교육채널에도 얼굴을 내밀게 됐다. 이후 EBS 등에도 진출하면서 지상파 방송의 쇼프로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e러닝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과 콘텐츠이겠죠. 하지만 기술은 콘텐츠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져다 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콘텐츠는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따라서 그는 사업체를 키워가는 데 있어 스피드보다 방향성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영어공부에 효과적’이라는 정공법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그는 특히 교육내용보다 사람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펴 온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한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살아가는 것도 유명배우들 때문”이라며 “제가 TV에 나가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망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방송출연에 온라인 강의, 활발한 저술 활동까지 하고 있는 문사장은 각 매체별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TV는 단기적이고 대중적인 반면, 홍보효과가 좋죠. 책은 지적인 매체여서 저도, 독자도 생각의 정리가 잘되고요. 인터넷은 아주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강의도 과외를 하듯이 그런 분위기가 나도록 해야 배우는 사람들이 좋아합니다.”문사장은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시스템을 찾지 말라”고 조언한다.“시스템보다 강사를 찾고, 그중에서도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강사를 찾아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학습하는 게 중요합니다.”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의외로 “영어를 전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살을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제 모습으로는 상상을 못하시겠지만요. 수강생들이 제가 영어를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서 ‘인생은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