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인수에 적극…부동산 매입 등에서 발군의 실적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 1998년 대상그룹의 라이신 사업부문 매각 자문사로 한국 M&A시장에 뛰어든 이후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 중 하나이다. 지난해에는 외환은행, 조흥은행, 동양카드 등 거래가가 총 63억달러에 이르는 6개사의 M&A에 관여, 국내 M&A 자문시장의 과반수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도 현대투자신탁증권을 매입하려는 푸르덴셜사의 자문사 역할을 맡은 것을 비롯,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신탁증권의 매각협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M&A 자문사로 거래에 참여하면 거래금액의 1~3% 정도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국에 있는 본사가 거래를 맡는데다 계약액은 비밀이라서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국내 기업을 대신한 해외 자본조달도 주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99년 한국통신의 25억달러 규모 미국예탁증권(ADR) 발행 주간사로 참여한 것을 비롯해 99년 이후 국내 기업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 부문에서도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해외전환사채 발행에 주간사로 참여하기도 했다.구조조정용 부동산이나 부실채권도 적극적으로 매입한다. 모간스탠리는 한국 내에서 한우리, 은석, 코오롱 등 7개의 대형 빌딩과 2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모간스탠리 서울지점 양호철 대표는 “투자은행의 고유 업무인 기업금융 부문에 치중하고 있다”며 “여러 사업 부문 가운데 M&A 자문, 해외채권 발행 등의 사업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송도신도시 개발 등 국가적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 직접투자 및 해외자금 유치작업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골드만삭스, M&A 큰손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지난해 LG화학이 현대유화를 인수하는 15억달러 규모의 M&A를 비롯해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9억5,300만달러ㆍ2002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합병(28억달러ㆍ2000년) 등 굵직굵직한 협상의 자문사로 참여해 왔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1992년 이래 172억달러(20조6,000억원)에 달하는 한국기업 관련 인수합병을 수행했다”고 밝혔다.M&A의 자문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도 활발히 진행했다. 지난 99년 5억달러를 투자해 3년 만에 세 배의 수익을 남긴 국민은행 투자건을 비롯해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진로에 대한 투자 등 다양한 펀드를 통해 한국 기업 및 부실채권 등에 13억달러 정도를 직접 투자했다.특히 경영자문과 직접투자를 동시에 진행했던 진로 투자건은 경영자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 지분 취득에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논란이 일어 관심을 끌었다.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투자은행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부서와 자문을 하는 부서 사이에는 차이니스월(Chinese Wallㆍ만리장성)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엄격한 차단막이 형성돼 있다”며 “자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투자결정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서로 접촉은 물론 전화통화나 e메일까지도 엄격히 제한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전체적으로 보면 진로 투자건은 그리 크지 않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작은 이익을 위해 회사가 전세계 시장의 신뢰를 잃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골드만삭스는 IMF와 관련된 미국 자본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골 금융기관이다.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거대 자본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은 “미국이 IMF를 통해 일개 국가의 금융보호망을 해체시키고 나면 골드만삭스가 그 나라에 진출, 알짜배기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이를 팔아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다”는 식으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UBS, 유가증권 거래 활발49개 증권거래소 회원사 중 외국계 회원사는 모두 13개. 지난 1월 이들 13개사의 국내 증권거래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15%대를 넘어섰다. 2002년 말 8%대였던 점유율이 불과 1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외국계 투자회사의 점유율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외국인 순매수 때문. 15조원에 가까운 순매수 덕에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창구 역할을 하고 이들 지점의 유가증권 거래실적이 크게 늘었다.외국계 투자은행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실적을 보이는 곳은 UBS. 지난 1월 한 달 동안 2조9,457억원어치 주식을 거래해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8%를 기록하는 등 지난 2000년부터 외국 증권사 중 한국 증권거래소 내 시장점유율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UBS 서울지점 진재욱 대표는 “지난 한 해만 해외 펀드매니저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1,000여회가 넘는 IR 및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며 “외국계 증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횟수”라고 말했다.그는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 시장이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며 “지난해처럼 거세지는 않겠지만 올해에도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이 자본이득을 취했다고 어느 시점에서 일시에 빠져나가 한국 시장이 공황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라고 말했다.UBS 서울지점은 이밖에 주식 및 채권 발행을 통한 기업자금 조달업무, M&A 및 재정자문 등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직접 M&A에 나서기도 했다.UBS캐피털이 지난 99년 말 만도공조에서 인수한 위니아만도는 인수 후 3년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했다.JP모간, 국내 최초 외국계 증권사1995년 증권거래소에 가입한 JP모간(JP Morgan)은 국내 최초의 외국계 증권사이다. JP모건은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15억달러에 해당하는 주식 맞교환거래에 주간사로 참여하는 등 지난 7년간 100억달러 이상 되는 거래에 자문을 제공해 왔다.지난해에는 대우해양조선(2억4,000만달러), 금강고려화학(2,820만달러), INI스틸(1억675만달러)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 주간사로도 활동했다.JP모간은 또 우리은행의 2억달러 규모 외화 후순위채권 발행과 한국수력원자력의 2억달러 규모의 신규채권 발행의 주간사로 참여하는 등 지난 95년부터 정부산하기관, 기업, 금융회사 등이 실시한 총 14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주선한 실적이 있다.돋보기 | 외국자본 은행업 진출지난해 국내은행권 시장점유율 26.7%금융업 가운데 외국계 자본이 가장 활발히 M&A를 진행한 곳은 은행업이다. 2003년 9월 현재 외국계 은행의 국내 은행 시장 점유율은 26.7%.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은행업에 대한 외국자본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제일, 한미,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여타 금융권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증권업(14.5%), 생명보험업(10.5%), 손해보험업(2.0%)에 비해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주요국과 비교하면 미국(5%), 독일(4%), 일본(6%), 스위스(9%) 같은 선진국은 물론 태국(7%), 멕시코(20%), 말레이시아(18%) 같은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도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보다 점유율이 높은 나라는 뉴질랜드(99%)와 싱가포르(50%) 정도에 불과하다.외국자본의 국내 은행에 대한 주요 지분 참여는 뉴브리지(제일은행 48.5%), 론스타(외환은행 51%), 카라일ㆍJP모건 컨소시엄(한미은행 36.6%), 알리안츠(하나은행 8.16%), 뱅크오브뉴욕(국민은행 9.4%) 등이다.외국자본의 국내 은행업 진출은 은행산업간에 경쟁촉진 및 서비스 개선이라는 장점과 함께 금융시장 불안정시 외국계 은행의 독자적 행동에 따른 시장 안정의 어려움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2월 초 론스타 계열인 외환은행이 LG카드 채권단 중에는 유일하게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혀 LG카드 지원 방안을 둘러싸고 일어난 소동이 대표적인 일례이다.하지만 외국계 은행은 대체로 우수한 자금력, 높은 신용도, 전문인력, 선진금융기법 등을 가지고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외국계 은행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은행들의 서비스를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리스크 관리에 기조한 주주 가치 극대화 경영 행태를 보임으로써 국내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계 은행의 선진금융기법 확대는 이를 감독하기 위한 감독당국의 금융감독 기법의 선진화를 촉진, 각종 금융 관련 법규, 제도 및 인프라의 선진화가 기대된다.반면 외국계 금융회사의 수익성 중시 경영은 중소기업금융 및 서민금융을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박사는 “외국계 은행의 소매금융은 상위 자산가 계층으로 이루어져 비용이 높고 위험부담이 큰 서민금융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저소득층은 대부업체나 사채시장 등 지하금융으로 밀려나 채무가 누적되고 부실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은 장려하되, 국제화 과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박사는 “건전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관련 업종 경험, 국제적 신뢰성, 향후 경영계획 등 외국자본에 대한 적격성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며 “사후적으로도 은행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 문제 발생시 즉각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향후 국내 은행산업은 순수 국내계, 절충형, 순수 외국계의 세 그룹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경쟁적 구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순수 국내계 상업은행의 존재가 불확실하므로 향후 정부 소유 은행지분의 매각 대상에 국내 자본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