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안기술 최고, 주문폭주로 매출 껑충…디지텔·하나로통신 등 고성장 기록

쓰리알(3R)쓰리알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벤처기업이다. 지난 9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보안전시회에서 이 업체가 생산한 DVR가 CCTV(폐쇄회로 TV) 분야의 최우수 신제품상과 최고의 제품상을 받았다. 설립된 지 3년만에 쓰리알은 세계 보안 전문가들을 깜짝 놀래킨 것이다.기존 CCTV는 카메라가 촬영한 동영상을 비디오 테이프에 저장하고 확인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테이프를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반복해서 사용하면 화질이 나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업체가 개발한 DVR는 카메라 영상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 압축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기 때문에 화질 변화가 없다. 또 녹화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화면분할이나 영상변조 방지 등 다양한 기능도 추가된다. 이런 점이 세계 보안전시회에서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쓰리알이 이번 조사에서 6백여개 코스닥 업체 중 ‘가장 젊은 기업’으로 선정된 데는 이처럼 뛰어난 기술을 배경으로 시장 개척에 성공한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98년 2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99년 81억원, 2000년엔 2백66억원으로 뛰었다. 99년과 비교하면 무려 2백26% 성장했다. 매출이 늘면서 순이익 규모도 상승했다. 98년 3억7천만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99년과 2000년엔 19억원대의 이익을 올렸다.3R, 실수 바로 잡기로 젊음 유지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답게 쓰리알은 지난해 일본 수출을 계기로 중국 싱가포르 중남미 등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뉴욕 테러사태 이후 미국 현지법인은 제품구입 문의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중국시장에도 쓰리알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조인사에 1백20만달러어치 DVR를 판매했고 중국 업체들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해 판로확보를 꾀하고 있다.코스닥 벤처기업답게 이 회사 대표도 나이가 젊다. 장성익 사장은 지난 96년 29세 나이에 서울대 전자공학과 선후배들을 모아 쓰리알을 창업했다. 5명 직원으로 시작한 이 업체가 지금은 1백30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업체로 성장했지만 직원들 평균 연령은 20~30대다.쓰리알이 젊음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장비 개발 계획의 포기다. 2년 전부터 쓰리알은 회사를 키울 미래 성장사업으로 통신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초고속망 개발을 위해 수십억원의 개발비와 30여명의 연구인력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제품 출시 직전 장사장은 이 사업을 과감하게 ‘접었다’. 통신산업 부진으로 이익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기업은 실리추구가 최선이다. 회사 이미지가 타격을 받더라도 이익을 내지 못할 사업은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기술력이 좋은 업체가 시장에서 실수하기 쉬운 것은 정작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쓰리알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 40개 대리점과 5개 해외 현지법인에서 전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듣는다. 이같은 내용을 가지고 1주일에 한 차례 영업부서와 기술부서가 열띤 토론을 벌인다.지난 상반기 장사장은 미국 전역을 돌면서 쓰리알의 제품을 사용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쉽게 불만사항을 털어놓지 않는 고객들에게 “뭐가 문제냐?”며 끈질기게 물었고 이를 통해 현지법인 영업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고객들을 상대로 제품 사용에 관한 교육을 시키고 사용문의 전화를 받는 직원들을 확충했다. 또 신제품이 나왔을 때 이를 바로 해외 제품에 연동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모든 노력은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라”는 회사의 일관된 정책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디지털 보안전문업체로 쓰리알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올해 경기가 좋지 않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유지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한다. 쓰리알이란 브랜드로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한편 판로확보를 위해 해외 거대 가전업체와 OEM 공급계약도 맺을 계획이다.디지텔·하나로통신·드림라인·옥션코스닥 기업연령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기업은 통신장비 개발업체인 디지텔이다. 최근 3년 동안 인터넷 등 I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 회사 매출액도 대폭 늘어났다. 98년 1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99년 81억원, 2000년엔 1백7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회사의 주력제품인 인터넷 전화기가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로 회사 매출에 톡톡히 기여했다. 다만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제품 원가가 높고 판관비 등 비용 부담으로 지난해 3억4천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하나로통신은 기업연령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이 업체 역시 인터넷 산업의 성장으로 외형이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99년 매출과 비교하면 무려 1천3백%가 증가한 3천3백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실적이 호전돼 적자폭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스런 수준이다.드림라인과 옥션은 4위와 5위에 올랐다. 두 업체도 하나로통신처럼 매출이 상당히 늘었다. 드림라인은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수익확보를, 옥션은 B2C 시장의 활성화가 적자 구조를 탈피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CEO 인터뷰 / 장성익 쓰리알 사장생생한 정보 공개로 젊음 유지“정보를 공개하는 데 익숙한 회사 문화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요.”장성익 쓰리알 사장(34)은 정보의 흐름이 단절될수록 경영자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직원들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펼쳐볼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계를 거치지 않은 생생한 정보가 한 곳으로 쏟아져야 회사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장사장이 특히 신경쓰는 부분은 영업부와 기술부의 활발한 의견 교류다. 영업부는 소비자들의 불만들을 기술부에 전하고 기술부는 이를 바로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회사 제품에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의 의견을 연구소에 알렸고 연구소는 그날 저녁 개발계획에 이를 반영했다. 층층시하의 결제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은 생각지도 못할 시스템인 것이다.장사장은 평소 한 달에 50여권의 책을 읽는다. 1권을 읽는 시간은 평균 30분에서 1시간. 전철에 앉아 뚝딱 1권을 해치운다. 최근 읽은 책 중 21세기북스에서 펴낸 <열광하는 팬>이 기억에 남는다.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유능한 응원단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도 하고 전자오락도 하면서 그들의 고민과 꿈을 들어준다.“직원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 겁니다. 회사의 비전과 직원의 비전이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세계 1등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