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바뀐 후 그룹 전체 거듭나… 수익원 발굴, 포트폴리오 다양화는 과제

LG그룹의 성장속도가 눈부시다. 최근의 엄청난 실적향상에 다들 놀라는 눈치가 역력하다. 역시 증권가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외국인투자가를 필두로 LG그룹 멤버사의 주가 추이에 안테나를 바짝 치켜세운 분위기다. 몇몇 세력은 이미 물량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대표우량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주가는 많이 뛰었다. 꾸준한 우상향 곡선으로 투심(投心)을 유혹하고 나섰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증권가 한 투자전략가는 “지난해만 놓고 보면 LG그룹 기업실적은 국내 최고수준”이라며 “반짝열기인 인디언서머로 치부하기에는 상승에너지가 꽤 탄탄한 편”이라고 전했다.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는 얘기다.화려한 성적표의 출발은 ‘지주회사’ 도입에서 비롯된다. 최근 종지부를 찍은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일종의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게 주효했다.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적어도 합격점 이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대규모 기업집단의 전례 없는 지주회사 변신은 한국 재계에 새로운 방향타를 제공했다는 호평까지 붙는다. 일각에서는 LG의 ‘새옷 입기’를 한국기업 소유지배구조의 터닝포인트로 이해한다. 애초 목표였던 핵심역량의 선택과 집중이 효과를 본 건 물론 경영투명성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학문이론만 있을 뿐 현실 사례가 없었던 다소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결국 LG그룹의 선택은 옳았던 셈이다. 향후 지주회사 시스템이 안착할수록 지주회사는 투자ㆍ관리에 집중하고 자회사는 경영에만 역량을 모으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도전 앞에는 늘 새로운 과제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가령 지주회사를 통한 소유지배구조의 변화는 마침표를 찍기에는 갈 길이 멀다. 일단 지주회사의 디스카운트 문제가 위기로 작용한다. 지주회사의 보유자산(자회사 주식)이 싼값에 거래된다는 얘기다. 이는 자칫 SK사태처럼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감덕식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가관리ㆍ경영권 방어를 위한 체계적인 IR활동과 M&A 역량배양, 신사업평가 역량제고, 대규모 자금조달 등 지주회사의 약점 보완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지주회사의 부실 가능성도 한계다. 지주회사는 고수익 신사업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회사의 배당말고는 마땅한 수익원이 없다. 자회사ㆍ지주회사의 이중과세도 문제다.지주회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단체 등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LG그룹의 변신을 둘러싼 몇몇 논쟁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다. 일관성을 갖춘 적극적인 대응조치 없인 이들이 세운 대립각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지주회사로의 변신은 순환출자를 끊었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자회사의 부(富)가 지주회사로 유출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방안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만년 2등’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LG그룹의 주력사업은 전자ㆍ화학ㆍ정보통신 등이다. 전자는 그나마 고무적이다. LG전자의 올해 매출목표가 30조원일 만큼 세부 사업영역이 고루 성장하는 모양새다. 단 가전부문에 과도하게 의존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넓힐 필요가 있다. 향후 가전 쪽 업황이 출렁일 때에 대비한 충격흡수장치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다.LG화학의 미래가치는 주목해 볼 대목이다.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물이 없다는 게 다소 부담스럽다.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주력제품인 TFT-LCD용 편광판과 2차전지 등이 강력한 미래 성장엔진으로 떠오를 개연성은 충분하다. 반면 정보통신부문은 여전히 미완이다. 사실 LG그룹이 당면한 가장 ‘뜨거운 감자’가 정보통신이다. 그간 각고의 공을 기울였지만 디딤돌보다 걸림돌로 치일 때가 더 많았다. 서둘러 신규 수익모델을 마련해 난관을 극복하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LG그룹을 둘러싼 공통적인 도전과제도 있다. 가령 브랜드파워 업그레이드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