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과의 이별은 또 다른 기회… 글로벌화 핵심은 중국현지 직접투자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를 승인함에 따라 LG그룹은 명실상부하게 전자와 화학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그룹으로 재탄생했다.GS그룹과의 결별이 갖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화학사업에 그룹의 핵심역량을 더 많이 쏟아부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경쟁이 치열한 저성장기에는 문어발식 경영보다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LG그룹은 화학부문을 2008년에 아시아 3위, 2013년에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혔고 그에 걸맞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계획도 마련했다. 이 장기비전은 GS그룹과의 결별로 핵심역량의 집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달성 확률이 훨씬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한편 LG화학이 그동안 누차 표방해 온 투명경영과 정도경영, 그리고 주주중시경영에도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주회사체제의 확립으로 이미 투명경영의 토대가 마련된 상태에서 사업구조마저 단순해지면 투명성 확보 및 정도경영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고 주주중시경영의 실천을 위한 걸림돌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LG그룹은 LG카드 사태로 인해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그룹이미지에도 엄청난 손상을 경험했는데, 사업구조가 복잡할수록 유사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 운신의 폭이 줄게 된다.GS그룹의 핵인 LG칼텍스정유와의 계열분리로 석유화학사업의 수직계열화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원료의 수급 특성상 거래관계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여 기우로 판단된다. 한편 LG대산유화(구 현대석유화학)의 계열편입은 시황이 좋은 새 사업군의 보강과 신규 자금줄(Cash Cow)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LG그룹 화학부문의 핵심전략은 미래의 성장엔진 확보와 사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한 장기포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화와 미래 전략사업의 확보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현지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인 LG화학 중국투자회사를 이미 설립해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2008년까지 화학부문의 R&D에만 2조7,000억원을 투입해 2차전지, 편광판, 등 6개 제품을 세계 1등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국내 신규 석유화학플랜트의 경쟁력 약화로 생산원가와 시장접근성에서 유리한 중국 현지 직접투자는 LG그룹 화학부문 글로벌화의 핵심이다. 중국에 제2의 LG화학을 건설하기 위해 지난 1월 LG화학 중국투자회사를 설립해 8개 생산법인과 2개 판매법인, 3개 지사의 경영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1등 사업으로 선정된 PVC와 ABS의 설비투자에도 박차를 가해 2008년까지 중국 현지 생산능력을 각각 연 100t과 70만t까지 확대해 장기비전을 달성해 갈 계획이다.LG화학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정보전자소재사업이다. 이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과히 놀랄 만하다. 그룹의 또 다른 핵인 전자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보전자소재사업은 2차 전지와 TFT-LCD용 편광판이 주력이고 PDP필터, OLED 소재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고용량 전지, 고기능 편광판 개발, 하이브리드카용 중대형 전지, 연료전지 등의 개발을 통해 화학부문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키워갈 계획이다.생산능력 확대속도는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에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 편광판 생산능력은 2001년 연 130만㎡에서 지난해 말 1,650만㎡까지 확대됐다. 2005년 중에는 일본의 선발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2,400만㎡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산요, 소니 등 일본업체의 독무대였지만 2차전지의 생산능력 확대도 가히 시장판도를 변화시킬 만하다. LG화학은 99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성공한 후 연내에 4,000만셀 규모로 확대해 세계 3대 전지메이커로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LG그룹은 전자와 함께 그룹 핵심사업의 한축이 된 화학부문의 장기비전 달성을 위해 국내시장의 한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화로, 석유화학사업 한계는 신규사업의 강화를 통한 사업구조 고도화로 극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