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시장 춘추전국시대 개막

지난 8월 말 드디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자산운용업)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내년 1월 초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투신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은 물론 보험사(변액보험)까지 신탁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간접투자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지금까지 자산운용업법은 증권투자신탁업법, 증권투자회사법, 신탁업법, 보험업법에 따라 금융기관별로 규제를 해 온 것이 사실. 그러나 자산운용업법의 제정과 시행으로 투신업은 동일한 법률과 조건 아래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정된 법안에는 투자대상이 현행 유가증권 외에도 부동산, 금ㆍ은 등의 실물자산과 장외파생상품까지 확대돼 다양한 간접상품 출시는 물론 그동안 수익증권을 판매할 수 없었던 보험사와 투신사도 2년 후부터 수익증권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하지만 간접투자 영역의 확대는 지배구조 설정과 은행의 자산운용업 겸영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겼다. 간접투자라는 것은 운용자에게 자산을 맡긴 이상 투자자가 운용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운용자는 투자자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가 위한 감독장치가 꾸준히 요구됐고, 결국 제정된 법안에서는 수탁기관이 간접투자제도의 자산보관기능과 운용업자의 운용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은행의 자산운용업 겸영문제는 간접투자에 해당되는 불특정금전신탁을 어떻게 규제하느냐가 관건이었으나 내부통제장치, 간접투자자산위원회 설치로 이해상충행위를 방지하기로 규정했다. 더불어 환매연기에 따른 변동사항을 수시로 공시하기로 했고 부분환매제도를 도입해 간접투자자산의 일부 부실로 전체 자산에 대한 환매연기를 신청했던 불합리함을 개선했다.한편 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 선진투자기법을 가진 외국투신사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할 것이 틀림없다. 현재 국내시장은 삼성투신ㆍ한국투신 등 상위 6개사가 전체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40%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중소형 투신사는 UBS워버그, 피델리티 등 자산운용업계의 세계적인 큰손들과도 겨뤄야 하므로 고전이 예상된다.투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과 은행계 투신사의 자산운용업무가 대부분 중복돼 있어 법이 시행되면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대변되는 국내 투신사와 달리 투명성이 확보된 외국계 투신사의 진출로 국내 투신사는 힘든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연구원 한상일 연구원은 “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 대형 투신사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채널과 운영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로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중소형사는 은행과의 업무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연구원은 “국내 투신사는 투자전문가로서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과학적인 투자기법과 안정성은 외국계에 비해 취약하다”면서 “따라서 안정성을 중시하고 초과수익이 발생하는 전환형펀드(엄브렐라펀드)의 출현 가능성이 높고 차차 자산운용의 패턴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자산운용업법 제정으로 촉발된 국내 투신사의 운명은 이제 내년 법시행을 앞두고 중대한 결정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