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은 국내기업보다 일찍 금융산업에 진출했다. 외국기업이 겸영하고 있는 금융부문은 은행, 증권, 보험, 소비자금융,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등 금융업 전반으로 경영을 확대한 지 오래다. 특히 이들 기업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매출과 이익 비중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 중이고, 각 기업의 주요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외국기업들이 금융업을 겸영하는 배경에는 제품 판매 촉진, 제품 구매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 제공, 신속한 구조조정과 신수익원 창출, 경영권 방어 등으로 요약된다. 자동차ㆍ중공업을 소유한 기업은 할부금융, 리스, 렌털 등을 겸영하고 있고, GE캐피탈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재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으로 크게 성장했다. 에릭슨은 은행, 보험사 등의 겸영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GE캐피탈, 그룹 매출서 40%세계 제일의 전기기기 제조회사인 GE(General Electric)는 1932년 GE캐피탈(GE Capital Services)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금융산업에 진출했다. GE캐피탈은 자회사인 GE캐피탈코퍼레이션(GE Capital Corporation)과 GE보험(GE Insurance)을 중심으로 2003년 말 현재 신용카드, 리스, 보험, 소비자금융, 자산관리 등 증권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업을 겸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E캐피탈의 사업부문은 소비자금융(자동차할부, 신용카드 등), 기계장비금융(항공기, 차량 등), 특수금융(기업금융, 부동산 등), 중소기업금융(리스 등), 보험금융(재보험 등)으로 구분, 개인과 기업 고객을 모두 상대하고 있다. 특히 GE캐피탈의 실적은 GE그룹 전체 매출액과 순이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알짜배기 기업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GE캐피탈은 2000년 GE그룹 전체 매출액(1,300억달러)의 50.9%, 순이익(127억달러)의 40.8%를 기록했고 2002년에는 매출액(1,317억달러)의 44.2%, 순이익(141억달러)의 25.6%를 각각 차지했다. GE캐피탈의 2002년 매출액(582억 달러)은 경제전문지 <포춘>에서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40위 규모에 해당된다.세계 제1의 자동차 메이커인 GM(Ge-neral Motor)은 1919년 자동차 할부금융사 GMAC(GM Acceptance Corporation)을 통해 금융업 겸영을 선언했다. GM은 GMAC를 중심으로 파이낸싱(자동차 할부금융, 자산담보대출, 팩토링 등), 보험(자동차보험 등), 모기지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MAC의 2002년 매출액은 270억달러 규모로 GM그룹 전체 매출액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 GM의 자동차ㆍ통신부문이 2001년과 2002년에 내리 손실을 기록한 반면, 금융부문은 계속해서 20억달러대의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빅3’ 자동차 메이커의 하나인 포드(Ford) 또한 1959년 자동차 할부금융사인 포드크레디트(Ford Credit)를 설립하면서 금융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포드는 1987년 렌터카업체인 허츠(Hertz) 인수를 통해 자동차 할부금융에서 리스, 산업장비 렌털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포드는 포드크레디트와 허츠를 중심으로 소매금융(자동차할부, 리스 등)과 도매금융(자동차 딜러에 대한 대출 등)에서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고, 2002년에는 28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포드그룹 전체 매출액의 17.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포드의 자동차사업부문은 경기침체와 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2001년과 2002년에 적자로 돌아섰다. 그렇지만 금융부문은 각각 14억달러, 21억달러(법인세차감전순손익)의 이익을 달성했다.세계 최대의 우주항공사로 손꼽히는 미국의 보잉(Boeing)은 1968년 보잉캐피탈(Boeing Capital Corporation)을 설립했다. 보잉캐피탈은 항공기 담보대출과 리스, 상업장비 관련 리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했고 최근에는 우주산업, 군수산업 관련 담보대출과 리스에도 주력하고 있다.전자왕국 소니, 은행까지 겸영일본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Toyota)는 자동차 할부금융부터 보험, 리스, 주택금융 등의 금융업을 취급하는 자회사 TFSC(Toyota Financial Services Corporation)를 두고 있다. 도요타의 TFSC는 자동차론, 리스, 증권(TFFS), 연금ㆍ투자신탁(TAMCO), IOI손해보험, TASC(경리ㆍ총무컨설팅) 등 금융업 전반을 서비스 중이다. 2003년 도요타의 금융부문 실적은 그룹 전체 매출액(15조5,000억엔) 가운데 4.7%(7억2,000엔),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1조3,000억엔)의 2.4%(3,000억엔)를 기록, 금융부문 비중이 비교적 낮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어 금융부문의 매출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일본의 소니(Sony)는 워크맨, 영상기기, 가전제품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 메이커. 특히 소니는 국내에서 전자왕국으로 통하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은행, 보험 등을 겸영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소니는 1979년 소니생명보험(Sony Life Insurance) 설립을 계기로 금융업에 전격 진출했다. 또한 소니는 자동차보험, 의료보험, 리스, 신용대출로 금융부문 사업을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인터넷은행인 소니뱅크(Sony Bank)를 열고 개인대출, 모기지론, 투자신탁 등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03년 소니의 금융부문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액(7조5,000억엔)의 6.9%(5,126억엔), 영업이익은 그룹 전체 영업이익(1,854억엔)의 12.6%를 각각 기록했다. 소니는 올해 금융부문 사업을 총괄하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세계적인 중공업 메이커인 독일의 지멘스(Simens)는 계열사 가운데 금융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Simens Financial Services Gmbh)를 오래전부터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팩토링, 리스, 기업보험, 연기금 관리 등의 금융업무를 겸영하고 있다.초우량 통신장비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Ericsson)은 왈렌버거가(家)가 설립한 상업은행부터 투자은행, 보험, 연금, 대출, 외환 등 금융업 전반을 모두 서비스하고 있다. 에릭슨이 운영하는 은행의 자산 규모는 스웨덴 가계저축 점유율 부문에서 16.2%를 기록해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에릭슨은 금융업으로 수익 창출은 물론 계열사 주식 보유를 통해 외국자본으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