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좋을 때는 동네 강아지도 전문가’라고 했던가.IMF 위기 이후 아파트 값이 거침없는 상승곡선을 보이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아파트 투자’를 논하곤 했다.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10ㆍ29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오면서 시장의 체질이 바뀌자 논객들도 사라졌다. 술자리를 달구던 ‘아파트 불패’ 주제는 ‘아파트 값이 진짜 떨어질까’라는 의문 부호로 변질됐고 누구도 명쾌한 답을 선뜻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부동산시장은 지금 전환기에 있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들의 전문가 의존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줄, 대체 투자처를 콕 집어 줄, 더 나아가 밥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어 줄 족집게 전문가를 원하는 것. 부동산정보업체와 컨설팅업체, 건설업체, 증권사들이 여는 ‘투자설명회’에 청중이 몰리고 부동산뱅크, 부동산114 등 부동산 사이트에서 토론이 뜨거운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라고 해석할 수 있다.최근 두드러지는 새로운 전문가그룹의 등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전문가의 세대교체’라고까지 표현될 정도로 대중 앞에 서는 전문가의 면면이 새롭다. 시장이 변화하고 투자자들의 요구가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특정 분야의 ‘고수’가 된 전문가들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의 경우 올해 토지가 유망 투자상품으로 첫손에 꼽히면서 급부상했다. 23년 동안 토지와 전원주택에 특화해 한 우물을 파 온 그는 요즘 가장 바쁜 ‘땅 전문가’로 하루가 다르게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공부를 하느라 2년간 현장을 떠났다가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으로 돌아온 안명숙 소장은 10년 동안 쌓은 전문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시장분석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진사장과 안소장이 자신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으면서 일가를 이룬 경우라면, 이재국 서일대 건축과 교수는 실전 투자로 다져진 생생한 체험 지식과 천부적인 강연 솜씨로 떴다. 자신의 재테크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에 수요자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쉽고도 독특한 논지를 만들 수 있었다.이들이 밝히는 올해 투자 포인트는 ‘안전한 투자’로 귀결된다. 시장이 전환기에 들어선 만큼 종목을 막론하고 ‘확실성’에 기대라는 것이다.감(感)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학적 분석력과 정보력, 실전 경험에다 미래를 내다보는 심미안까지 갖춘 ‘진짜 전문가’가 각광받는 것은 당연한 흐름. 이들이 권하는 올해 투자 기법에 귀기울여 보자.진명기 JMK플래닝 대표토지거래만 23년… “땅만큼은 자신”올해 부동산시장의 화두는 ‘토지’.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아파트시장을 겨냥한 규제책을 쏟아 내면서 아파트시장이 주춤한 반면, 토지시장은 고속철 개통, 행정수도 이전 등 메가톤급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올해 토지가 각광받으면서 가장 바빠진 사람이 바로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51). 각종 투자 강연회 강사로 나가랴, 신문, 방송의 부동산 관련 보도에 도움말 주랴, 본업인 토지개발을 하랴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지명도가 높아졌다.“지난 80년부터 토지 중개를 시작했으니 23년이 지났군요. 토지는 아파트, 상가와 달라서 최소한 10년 정도는 현장 공부를 해야 감을 잡을 수 있어요. 그만큼 토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드물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사실 진사장은 토지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름이 알려진 ‘토지 박사’다. ‘돌공인’이라는 토지 및 전원주택 전문 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온ㆍ오프라인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고, 전원주택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경기도 농가주택 80%는 진명기가 중개했다”고 할 만큼 실적 역시 탁월하다.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사업 영역을 종합 컨설팅으로 확장,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따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최근 토지투자로 한방에 재기하겠다는 사람, 전화로 토지투자를 권하는 일명 ‘기획 부동산’에 속았다는 사람들의 상담 요청이 부쩍 늘었습니다. ‘사두면 오른다’는 토지신화를 무턱대고 믿는 이들이지요. 토지시장이 혼탁하다는 방증이기도 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토지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 한몫 하고, 과학적인 토지투자 기법을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진사장이 밝히는 올해 토지투자 포인트는 ‘미래가치가 확실한 땅’으로 요약된다. 투자에 앞서 토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숙지하고, 특히 △지적도상 도로가 접해 있는지 △자연녹지, 주거지역, 관리지역(옛 준농림지) 등 개발이 가능한 용도지역인지 확인해 안전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수도권 그린벨트, 고속철 역세권이나 행정수도 이전 예상지처럼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되도록 피하라고 조언한다. “수도권 그린벨트는 해제가 되더라도 임대아파트 용지로 저가에 수용될 위험이 따르며, 이슈가 집중된 지역은 정부의 강경 규제가 이어져 오히려 개인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전체 토지 투자자의 30% 정도만이 가시적인 수익을 냅니다. 아예 팔리지 않아 자금이 묶이는 경우도 많지요. 토지시장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토지는 ‘미래 가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어떤 상품보다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진사장은 최근의 토지투자 열풍 뒤에 숨어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스스로 전문가가 돼 있지 않으면 손해 볼 확률이 몇 배 높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토지투자 이곳을 주목하라·도시 근교 농촌진흥지역 내의 경지정리 안된 토지·용인 동부지역·강화군, 옹진군, 양평군안명숙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소장베테랑 전문기자에서 ‘분석가’로 변신유명세를 누리는 부동산전문가 중에서 여성을 꼽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문숙 LMS컨설팅 사장,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부동산 전문기자 출신의 시장분석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10여년간 부동산시장을 취재하며 쌓은 지식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살아 있는 조언을 하는 것이 이들의 강점이다.이 그룹에 ‘멤버’ 한 명이 늘었다. 안명숙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36). 91년부터 부동산시장을 취재하기 시작해 부동산전문지 <부동산플러스> 편집장을 역임한 베테랑 전문기자 출신이다. 취재해 기사를 쓰던 입장에서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취재원으로 위치가 180도 바뀐 셈이다.안소장의 변신은 지난 2000년부터 준비된 것이다. 편집장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때,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찾아왔다. 많은 비용을 들여 수집한 부동산 시세 데이터가 기술 부족 때문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던 것.“좋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분석과 전망을 다양하게 내지 못한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됐어요. 또 기사를 쓰면서 ‘두루두루 알지만 깊이는 부족하다’는 반성을 거듭했습니다. 공부가 절실했지요.”10년간 근무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 안소장은 부동산학 대신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부동산시장을 정확히 분석해 내기 위해서는 계량적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도시계획과 설계 분야는 부동산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해 7월. 하지만 기자가 아닌 분석가로 역할이 바뀌었다. 스피드뱅크에서 수집한 시세 데이터를 각종 분석틀에 대입해 여러 각도에서 뜯어보고 이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내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틈틈이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쓰고 투자 강연회의 강사로 나서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아파트시장에 특히 관심이 많은 안소장은 올해 키워드를 ‘차별화’라고 말했다.“2003년 이전까지 가격이 상승한 것은 IMF 위기 때의 공급물량 감소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지역적 요소입니다. 지역별, 단지별 차별화가 극심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거죠. 오르는 곳은 더욱 오르는 현상이 뚜렷합니다. 요즘 같은 하락기에는 전통적으로 ‘좋은 지역’, ‘좋은 단지’가 가장 안전하고도 유망한 투자 대상인 셈이죠.”특히 지난해 이후 가격이 급락한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확실성’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잠실지구처럼 분양 계획이 확정된 곳은 실수요를 중심으로 거래가 일겠지만, 아직 운명이 결정되지 않은 단지는 당분간 침체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과거처럼 재건축 기대만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때는 지났다”는 게 안소장의 단언이다.올해 집값 전망·매매가 - 신규수요 감소, 경기 회복세 둔화, 금리 인상 전망으로 5% 이내 하락.·전세가 - 물량 공급 안정세,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 매매가 하락세 영향으로 전반적인 보합세. 단 서울 강남권은 2~3% 상승.·내집마련 적기 - 2분기. 1분기까지 추가 하락세 이어지지만 4월 총선 이후 하락폭 큰 지역 중심으로 가격 조정 예상.이재국 서일대학 건축과 교수실전경험·전문지식 겸비한 ‘골드 마우스’“이론에 밝은 당신은 부동산 재테크에 성공했습니까?”부동산전문가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말과 글을 통해 부동산 재테크 비법을 설파하는 이라 해도 정작 자신은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이론뿐인 전문가들이 적잖은 까닭이다.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권 PB들에게서 ‘최고의 부동산 강사’라는 호평을 듣는 이재국 교수(43)는 이 질문에 당당하다. 이도 그럴 것이 전세 1,500만원짜리 반지하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해 8년 만에 서울 강북 중심부에 32평 아파트를 장만했고, 다시 2년 6개월 만에 20평을 넓혀 강남 입성에 성공한 ‘신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탁월한 재테크 능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집요하고도 과학적인 준비과정이 있었다.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는 모두 가보았다”고 할 정도로 발품을 팔았고, 시세 데이터를 분석하며 매도ㆍ매수 전략을 짰다. 전공이 건축이어서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곤 하지만, 지금의 성과는 거의 ‘독학’으로 이룬 것.“계획을 세우고 발품을 팔며 종자돈을 모으는, 아주 기본적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터득한 것은 ‘절대 집을 사서 바로 입주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겁니다. 전세를 끼고 사서 그보다 작은 집에서 살며 반환할 전세금의 갭을 메우는 고생을 해야 합니다. 직장과의 거리를 따지며 소심하게 접근해도 성공하기 어렵지요.”체험이 기반이 된 이교수의 강의와 글은 인터넷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부동산뱅크 커뮤니티에 올리는 글은 하루 5,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다음 카페의 ‘이재국의 부동산이야기’는 회원수 700명이 훌쩍 넘었다. 다음 금융프라자, 모네타(옛 팍스넷)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인기 논객. 지난해에는 자신만의 재테크 논리를 담은 <부동산 생생테크>를 발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올해 시행되는 모기지론에 대해 관심들이 높지만 무턱대고 이용해선 안됩니다. 금리와 제세금 수준보다 집값이 안 오르면 손해를 보게 되니까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의 역세권 아파트를 선택해야 합니다. 또 35세 이상 5년 이상 무주택세대주는 올해 청약에 열심히 임해볼 만합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중소형 물량의 75%가 이들에게 돌아가니 당첨확률이 높지요.”올해 집값의 향방에 대해서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오를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중과세를 피하려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고, 가수요도 붙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 학교 강의나 재테크 강의나 모두 재미있고 즐겁다는 이교수는 “부동산에 대한 관점을 바꿔 주어야겠다는 게 과외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올해 기억해야 할 아파트 투자 포인트·모기지론을 이용해 내집마련하려면 역세권을 살펴라.·지역 브랜드와 교육환경 브랜드가 시장을 움직인다.·강남 전세값이 오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값도 반드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