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에 수익률 연 20% 넘는 상품 속출

은행, 증권, 투신사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한해 이들 금융기관에서 인기리에 팔린 주가지수연동상품 ELD, ELS, ELF의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이에 대한 가격교란을 우려하는 눈빛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3년에 판매된 주가연동상품은 14조원, 이 가운데 약 6조5,000억원대의 주가연동상품의 만기가 1~4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대부분의 주가연동상품은 주가가 일정부분 이상 오르면 중도에 수익률이 확정되는 녹아웃형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헤징은 필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일시에 큰 자금이 쏟아져 나와도 시장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일부 주가연계상품에서는 연 20%를 훌쩍 넘기는 수익률 대박이 터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연이율이 3~4%대임을 감안하면 주가연동상품은 당장 투자해야할 0순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주가연동상품에 대해 살펴봤다.ELD, 원금보장 큰 장점주가연동상품(ELD, ELS, ELF)이란 고객이 맡긴 자금의 일정부분을 주식(또는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 뒤 주가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신금융상품으로 은행, 증권, 투신에서 취급하고 있다.ELD(Equity Linked Deposit)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지수연동 정기예금이다. 지난해 큰 인기리에 6조원이 팔려나간 ELD는 원금의 100%가 보장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정기예금의 일종인 ELD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원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에 투자해 여기서 발생한 이자를 주가지수 등락에 연동해 추가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용된다. 때문에 ELD는 주가연동상품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ELD는 주가지수에 따라 상승형, 하락형, 혼합형, 터치형으로 구분된다. 상승형은 주가가 일정수준 이상 오르면 더 많은 수익률을 지급하는 방식이고 하락형은 가입기간 안에 주가가 떨어지면 높은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은행들은 풋옵션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주가 하락에 대비한다. 혼합형은 주가가 상승 또는 하락할 경우에 일정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고, 터치형은 만기가 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주가가 일정수준 이상 오르면 사전에 제시한 수익률을 확정한다.증권사에서 취급하는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보통 주가연계증권으로 지난해 3조4,000억원이 판매됐다. 고객이 맡긴 자금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유가증권 매입)하고 나머지는 채권과 파생상품에 분산 투자해 사전에 제시된 수익률을 보장한다. 주가연계증권은 녹아웃형, 불스프레드형, 리버스컨버터블형, 디지털형으로 나뉜다. 녹아웃형은 투자기간 중에 주가가 한 번이라도 사전에 정한 수준 이상 상승하면 계약 당시 확정된 수익을 보장한다. 그러나 투자기간 중에 주가지수가 사전에 정한 수준까지 상승하지 않으면 만기 때 주가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국내에서 발행하는 대부분의 ELS는 녹아웃형으로 설계됐고 지난해 주가지수 급등으로 이미 수익률이 확정된 상품이 많다. 불스프레드형은 만기시점의 주가 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확보되는 상품으로 만기 때 주가지수 상승률이 사전에 정해 놓은 수준 이상이면 계약한 금리를 지급하고 사전에 정한 수준 이하이면 주가상승분의 일부를 금리로 지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리버스컨버터블형은 주가가 미리 정해 놓은 하락폭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주가지수가 일정 부분 하락해도 약속한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고, 디지털형은 만기시점의 주가지수에 의해서만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만기 때 주가지수가 기준 주가보다 같거나 높으면 사전에 계약한 금리를 지급하고 기준 주가보다 낮으면 원금만 지급하는 상품이다.투신사에서 취급하는 주가연계펀드 ELF(Equity Linked Fund)는 지난해 4조2,000억원이 팔렸다. ELF는 고객의 투자자금을 국공채, 우량 회사채 등의 안전자산에 투자해 만기시 원금을 확보하고 나머지 잔여재산을 증권사에서 발행한 권리증서(ELS Warrant)를 편입해 펀드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것을 말한다. 즉 채권투자로 원금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주가지수에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추가수익을 낸다.주가지수에 따라 희비교차지난해 1월 판매된 조흥은행의 ELD ‘미스터불 정기예금 1회차’가 지난 1월27일 만기를 맞았다. 이 상품은 주가지수 상승에 힘입어 연 수익률 24.6%를 기록,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틀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입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이율이 연 4.5%인 것을 감안하면 이 상품 가입자는 5배가 넘는 수익률을 얻게 된 것이다. 예컨대 이 상품에 1억원(1년 만기)을 예탁했을 경우 세금을 빼고도 2,054만원을 이자로 받게 된다. 조흥은행 PB사업부 임근식 차장은 “미스터불 정기예금 1회차에 이어 2회차 또한 연 10%대 이상의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며 “최근 고객들로부터 ELD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ELS에서는 지난 1월12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7월 설정한 ‘부자아빠ELS A6단기채권형펀드’가 ELS 상품 가운데 최고의 수익률인 23%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만기시점에 KOSPI200 지수가 30% 미만 상승하면 상승분의 연 120%를 수익률로 지급하는 6개월 녹아웃형으로 설계됐다. 한국투자증권 주승택 프로젝트 운용부장은 “ELS는 시장상황이 어떻든 투자자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이 고수익의 비결”이라며 “자산운용법 시행으로 올해는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까지 가능하고 해외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신주인수권을 직접 매입할 수 있어 전성기가 기대된다”고 밝혔다.그러나 지난 1월9일 국민은행의 ‘KB리더스정기예금 KOSPI200 3호’는 주가지수가 너무 많이 올라 수익률이 연 8.5%로 조기에 확정됐다. 이 상품은 12개월 녹아웃형으로 설계돼 연 22.99%의 최고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난 1월9일 KOSPI200 지수가 기준 주가지수에 비해 50% 이상 올라 만기일을 채 두 달도 못 남기고 사전에 확정한 이율이 적용됐다.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 8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흘러나올 예정이어서 이 자금의 행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일시에 큰 자금이 쏟아져 나와도 시장에 큰 충격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주가연동상품이 출시되지 않으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저금리 기조로 많은 사람들이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가연동상품에 투자했으나 지난해에 비해 현재 주가연동상품의 열기는 매우 가라앉았고 옥석을 가리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여 고객들의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LG투자증권 황재훈 연구원은 “주가연동상품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연구원은 “원금을 보장하는 주가연동상품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어 고객들로부터 여전히 큰 관심을 얻을 것”이라며 “각 금융사는 새로운 상품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고 고객들은 ‘ELS=고수익’이라는 긍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원금이 100%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