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근무했던 신창민씨(29)는 새로운 직장을 얻어 2002년 말에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출국 전 애용했던 지하철을 타 본 신씨는 달라진 환경에 무척 놀랐다.“광고가 크게 늘어난데다 TV 광고까지 있는 걸 보니 신기하더군요. 게다가 뉴욕 지하철에서 받아봤던 무가지도 있는 걸 보고 반갑기도 했고요. 몇 년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죠.”한국의 지하철이 달라지고 있다.지난 1974년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지나는 교통수단으로서 첫선을 보였던 지하철이 30년의 역사 속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교통수단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상권이 됐고, 광고주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매체가 됐다.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는 공간이며 일부 민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작은 동사무소’이기도 하다.특히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서 지하철은 제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먹을거리나 잡화를 다루는 소규모 점포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지하철 역사다. 역 주변지역은 땅값 변화를 크게 겪는다. 지하철역이 아예 한 지역의 경제적 가치까지 바꿔놓는 셈이다.지하철 광고 시장 역시 커졌다. 무엇보다도 광고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전동차 내 부착물 수준을 넘어 실시간 TV방송을 볼 수 있는 지하철 구간도 등장했다.지난해 서울의 지하철이 벌어들인 광고수입은 약 600억원이다. 여기에 대행사 수입 등 부가가치를 합하면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무가지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지하철의 변화다. 지난 2002월드컵과 함께 등장한 <메트로>를 시작으로 <더데일리포커스>, 문화일보가 만드는 등 3종류의 무가지가 발행되고 있다. 총 200만부가 발행되는 무가지는 발행부수 면에서는 주요 일간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이들 매체는 광고시장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며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일간지 등 언론매체는 판매의 50%를 지하철에서 소화하고 있을 정도다. 대부업체가 지하철역에 점포를 신설하는 등 최근에는 금융업체의 진출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김주호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지하철이 생긴 영국 런던의 경우 지하철이 도시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역사 주변에 거리악사를 위한 공연장소를 따로 만들어놓을 정도로 지하철과 도시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결국 우리나라 지하철도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라며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