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홈네트워크 주역 가능성 커져, 고화질·대형화·쌍방향 바탕 높은 성장세 예상

TV가 제2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제 TV를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가전업계는 물론 IT업계의 희망으로 대접받는다. TV가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벗고 ‘만능상자’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과의 멋진 만남을 통해 옷을 갈아입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단순히 단말기의 디지털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이 혁명처럼 생겨난데다 디지털홈네트워크의 포스트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PC에서 TV를 봤지만 이제는 좋은 화질의 대형 TV 화면에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디지털 방송을 통해 일방형에서 쌍방형으로 바뀌었다.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이를 보란 듯이 증명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는 디지털TV의 경연장이었다. 삼성전자, 소니 등 전통적인 가전업체들은 다양한 IT 기능이 첨가된 디지털TV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전을 펼쳤다. 가전업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IT업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델, 모토롤러 등 PC, 반도체, 휴대전화 업체들도 다양한 디지털TV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들은 “향후 디지털TV가 디지털 가전사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공언했다.통계자료를 보더라도 디지털TV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미국가전협회(CEA)에 따르면 2002년 전세계 가전시장 규모는 1,010억달러로 전년 대비 5% 성장에 그쳤다. 반면 디지털TV는 전년 대비 441%나 대폭 성장했다. 향후에도 가파른 성장속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세계 디지털TV 시장이 2002년 약 700만대에서 오는 2007년 4,000만대로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디지털TV 뭐가 다른가그럼 디지털TV가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본격화되고 있는 디지털 방송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디지털 기술이 방송부문에 도입되면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편성, 송출 및 수신에 이르기까지 방송산업의 전 영역이 점차적으로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자 아날로그 TV의 화면은 가로, 세로가 4대3인 데 비해 디지털TV는 16대9로 보다 넓고 4∼5배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과 음성을 제공한다. 게다가 모니터가 대형화되면서 생동감 있는 화면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80인치 PDP TV를 내놓았다. 거실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TV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이 생긴 것이다.아울러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아날로그 TV의 단점을 극복했다. 기존 TV는 시청자의 취향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러다 보니 정보검색과 상호교신 기능이 뛰어난 PC에 적잖은 소비자들을 빼앗겼다. 하지만 디지털 방송은 시청자에게 직접 방송 콘텐츠를 저장, 검색 및 조작하도록 하는 대화형 서비스와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쌍방향 방송의 경우 방송시청 이외에 홈뱅킹, 전자우편 등의 서비스도 가능하다. 영화를 볼 때마다 대금을 지불하는 PPV(Pay-Per-View), 동일한 영화를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방영해 시청자가 편리한 시간대에 영화를 볼 수 있는 NVOD(Near Video On Demand), 인터넷 등 고도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 것이다.디지털TV, 홈네트워크 주도할까이와 함께 디지털TV는 홈네트워크의 핵심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TV는 가정 내 모든 정보기기를 주무르는 서버기능을 갖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TV의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실제로 홈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은 버튼 하나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양한 기기의 제어와 웹브라우징을 통한 외부망 접속 등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TV는 가족생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고 가족 구성원 모두 손쉬운 작동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더불어 화질이 뛰어난데다 대형 화면이 가능한 TV가 PC보다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더군다나 정보통신부는 전국 1,000만가구에 ‘디지털홈’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디지털홈’이란 가정 내의 모든 정보기기가 유ㆍ무선 홈네트워크로 연결돼 누구나 기기,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정환경을 의미한다.배수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의 ‘디지털홈’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2007년께 디지털TV의 보급률이 전체 가구수의 7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고로 99년부터 2002년까지 디지털TV 판매량은 100만대 정도로 전체가구 수의 약 7%에 달한다. 이렇다면 디지털TV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돋보기 | 삼성전자 vs LG전자의 비전세계시장 주도하며 ‘디지털 코리아’ 선도디지털TV에 관한 한 국내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과 부가산업이 매우 크다는 점도 TV산업의 흥행을 예상케 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의 CES를 주도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삼성전자는 CES에서 세계 최대 크기인 80인치 PDP TV와 57인치 세계 최대 LCD TV 등을 선보이며 디지털TV의 강자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000달러 이상의 미국 고가 TV시장에서는 1위에 올라서는 등 이미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003년 3위(11.6%)에서 올해는 2위(15.6%)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LG전자는 지난해 디지털TV 부문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도 공격적 사업전개를 통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2005년까지 TV사업 매출 중 디지털TV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2005년까지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디지털TV 마케팅으로만 5억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또 핵심부품 및 지역별 현지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5년까지 연 평균 1,5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