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적응력 · 전 직장 퇴직 사유도 중요 고려사항

경력사원 채용이 급증하고 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입사원 채용보다는 숙련된 인력을 꼭 필요한 만큼만 뽑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실제로 노동부는 최근 30대 대기업과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경력직원의 채용이 두 배 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은 25% 가량 줄었다고 조사됐다.이 같은 취업풍토를 반영,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부터 “2~3년 정도 일한 후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 경력직으로 이직하겠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인 30대 직장인 5,148명 중 73.7%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21.6%는 이미 ‘1회 이직했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 이직 3회 21.5%, 2회 18.4%, 없다가 17% 순으로 30대의 이직은 보편적임을 입증했다.직무에 적합한 인재발굴 쉽지 않다그렇다면 경력직을 채용하는 각 기업의 인사부는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지난해 11월19일 스카우트가 인사담당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력사원 채용시 애로사항’에 대해 47.2%가 ‘직무에 적합한 인재발굴’을 들었다.그 뒤를 이어 31.2%는 ‘기존 인력과의 부조화나 조직부적응’을, 20.8%는 ‘고액 연봉에 대한 부담’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스카우트는 같은 기간 같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시 애로사항’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직무에 적합한 인재발굴’을 애로사항으로 꼽은 응답자는 31.2%였다.경력사원 채용시 직무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렵다고 대답한 인사담당자가 47.2%인 것과 비교한다면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 모집에서 직무 적합자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운 셈이다. 역으로 경력사원 채용시에는 그만큼 직무능력을 최우선순위로 둔다는 얘기다.노종갑 국민은행 인사팀 대리는 “최근 경력사원은 직무별로 채용한다”며 “팀워크보다는 업무능력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했다. 노대리는 이어 “경력직은 교육 없이도 입사해서 바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며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 취득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노대리는 또 “업무능력과 관련한 이직을 긍정적으로 보며 2~3년마다 직장을 옮기는 것은 플러스로 생각하지만, 2~3개월에 한번씩 옮기는 등 너무 잦은 이직은 마이너스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임성호 현대ㆍ기아자동차 인력관리팀 차장은 “나이제한, 빈번한 이직 등과 관련한 불이익은 없고 직무능력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110여명의 경력직을 특별 채용한 바 있다. 급속한 기술변화에 대응하고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취지에서 전기전자 5년 이상, 디자인 7년 이상의 경력자를 채용한 것. 자동차 전자ㆍ정보통신 시스템 및 전장품 개발, 엔진 및 변속기 제어 관련 분야에서 70여명,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40여명의 인재가 발탁됐다.이호민 SK텔레콤 인사팀 과장과 이달수 신세계 홍보팀(인사담당) 과장, 박기동 SKC 인력관리팀 부장 또한 직무능력을 1순위로 꼽았다.박기동 SKC 인력관리팀 부장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부서에서 직접 인터뷰한다”며 “업무에 맞는 능력을 소유했는지 해당 부서에서 직접 판단하고 신입채용 때처럼 종합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했다.직무능력 다음으로는 조직 적응력과 인성을 경력사원 채용시 고려한다고 인사담당자들은 밝혔다.박상우 삼성에버랜드 인사팀 대리는 “직무능력과 경력, 스킬이 절반이고 회사문화와 조직 적응력이 나머지 반”이라며 “특히 이직사유가 전 조직 적응 실패는 아닌지 판단한다”고 말했다.공효식 LG전자 인사팀 대리도 “타 회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기업문화의 적응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타 회사의 퇴직사유가 도덕적 물의를 일으켜서는 아닌지 살펴본다”고 했다.중외제약 인사팀 관계자 역시 “회사 조직과의 적응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인성적인 측면도 많이 본다”고 말했다.그밖에 창의력과 글로벌 감각,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경력직 조건으로 보는 인사담당자도 있었다. 박기재 풍산 인사팀 차장은 “기본 능력과 경력을 지닌 사람 외에 창의적 인재, 도전적 인재,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소유한 인재가 채용된다”며 “어학능력증명서, 자격증 보유여부도 가점사항이다”고 설명했다.휴대전화업체 팬택앤큐리텔은 ‘평생직장 개념을 가진 자’를 채용조건으로 내걸었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중시하는 팬택측의 사원 선발기준에 따른 결과는 실제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합격자 중 15%(35명)가 이 회사에 두세 차례 응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경력합격자 중에는 과거 회사에서의 경력을 1~2년 정도 인정받지 못한 것을 감수하면서도 지원한 사람도 있었다.팬택앤큐리텔 인사담당자는 “대다수 지원자들의 학벌과 어학점수 등이 평균보다 높은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며 “‘우리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지닌 지원자를 많이 채용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영업력으로 직결되는 휴대전화업체의 특성답게 경력사원의 30%가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였다.이직 고려해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 급증인사담당자들의 채용조건에 부합하듯,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들은 경력개발을 통한 직무능력 향상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2월23일부터 30일까지 스카우트가 직장인 1,890명을 대상으로 ‘현재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을 묻자 45.93%는 직장ㆍ경력개발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35.56%가 돈ㆍ재테크를, 10%가 가족ㆍ결혼ㆍ이성을, 4.07%가 학업ㆍ진학을, 3.33%가 건강을 가장 큰 관심사로 들었다.스카우트가 지난해 2,792명을 대상으로 ‘좀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재직 중 학원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7.44%가 ‘예’라고 답했다.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SaladentㆍSalaryman+Student)가 아니라면 이직을 꿈꿀 수 없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