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원서접수자 수가 26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01년의 13만명선에서 두 배가 늘어난 규모. 이에 따라 수험생을 겨냥한 교육시장 규모도 급팽창 중이다.흔히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별로’ 어렵지 않은,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운전면허시험 수준으로 인식하는 이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험을 준비해 본 경험자들은 이구동성 “장난이 아니다”고 말한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일반인에게는 ‘고시 수준의 어려운 시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도 그럴 것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총 6개 과목으로 구성돼 있고 시험은 1차, 2차로 나눠져 있다. 그나마 6개 과목 모두가 부동산 관련 법령이어서 이해력과 암기력, 분석력을 요한다. 1차 시험과목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2차 시험과목은 부동산중개업법령과 중개실무, 부동산공시에관한법령(부동산등기법, 지적법) 및 부동산 관련 세법, 부동산공법 중 부동산중개에 관련되는 규정이다. 1차 시험에서는 중개업무 수행에 필요한 소양 및 지식의 검정을, 2차 시험에서는 실무능력의 검정을 목적으로 한다. 모두 과목당 40점을 넘어야 하며, 전 과목 평균 60점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만만찮은 내용인 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2000년에 1차에 합격하고 2001년에 2차에 합격, 2년 만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임상희씨(37)는 “고3 때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30대 이상 합격생 대부분은 최소 6개월 정도 학원과 독서실에서 공부한 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학 전공자가 아니고는 처음 접하는 생소한 법률용어와 기본적인 법리(法理)를 익혀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공인중개사 시험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관련 시장이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응시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시장 규모도 비례해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학원가와 교재 출판사 등이 세분화, 전문화 양상을 띠는 추세다. 여기에 방송사와 신문사, 온라인 교육업체 등이 동영상 강의와 교재 판매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당분간 응시자 10만명 규모 유지”‘공인중개사반’을 설치 운영하며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와 업무 연계를 맺고 있는 학원은 전국에 215개 정도. 이 가운데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제일고시학원, 종로의 새롬행정고시학원, 박문각행정고시학원 등이 공인중개사 전문학원으로 유명하다. 특히 제일고시학원은 시험을 2~3개월 앞둔 시기에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주변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업계에서는 시험응시자 가운데 30~40% 정도가 학원 강의를 수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14회 시험을 예로 들면 원서를 낸 후 실제 시험에 응한 14만7,500명 가운데 5만명 이상이 학원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다.이들을 가르치는 전문강사 또한 부쩍 바빠졌다. 전국에서 200여명이 활동 중인 가운데 일부 인기강사는 하루에 여섯 군데 이상 학원을 돌며 강의를 하고 케이블TV 출연, 교재ㆍ문제집 집필, 인터넷 동영상 강의 등으로 억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수요가 늘면서 출판시장의 경쟁도 대단하다. 현재 출시돼 있는 수험서 종류는 30여종. 원서를 내고 실제 응시하는 수험생은 대부분 교재와 문제집 등을 구입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지난해를 기준으로 삼으면 출판시장 규모는 30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교재 전문 출판사들은 일반 수험생보다 학원 대량 납품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그나마 대형 학원들은 교재를 자체 제작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어 과당경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최근 공인중개사 시험 시장에서는 업무제휴 등의 형태로 2~3개 관련 기업이 영역을 공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강사와 방송사, 출판사, 온라인업체가 제휴해 유료 동영상 강의와 교재, 문제집을 함께 판매하는 형태다.공인중개사 강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 EBS, iTV, 한국경제TV, MBN 등은 대부분 동영상 강의와 교재 등의 판매에 나선 상태다. EBS의 경우 최근 한 신문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온라인 교육업체 예지네트와 동영상 강의 제휴를 맺었다. iTV와 제휴를 맺고 있는 법문사의 장기훈 영업부 대리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관심을 두는 연령층이 젊어지는 대신 학력은 높아지는 추세라 온라인 동영상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2~3개 회사가 연합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형 학원들도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 동영상 강의 시장 확대를 부채질하고 있다.이처럼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을 둘러싼 관련 시장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수험시장은 줄잡아 1,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응시자 1인당 수험비용이 평균 70만원선에 이르기 때문이다. 서진형 전국중개업협회 연구팀장은 “올해는 경기침체 등으로 응시자 규모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해마다 10만명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을 겨냥한 수험시장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돋보기 | 중개업소 창업 컨설팅도 뜬다“초짜 중개사를 잡아라”공인중개사 자격을 땄다고 해서 당장 중개업소를 개업해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중개업과 관련 없는 전직을 가진 경우에는 ‘장롱 자격증’으로 묵혀둘 가능성이 더 높다.이 점에 착안, 갓 합격한 공인중개사를 겨냥한 컨설팅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서는 중개사 창업과정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내놓고 있고 ‘중개업소만 전문 중개하는 중개업소’까지 등장한 상태다.(주)정상의공인중개사들은 공인중개사를 주고객으로 특화시켜 중개업소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2주에 한번씩 ‘부동산중개업 창업입지설명회’를 개최해 창업을 희망하는 중개사들에게 실전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재휴 사장은 “중개업 시장이 단순경쟁에서 무한경쟁으로 체질이 바뀌었다”고 밝히고 “1년여 전부터 중개업 경영지원 시스템을 개발해 지금까지 200여곳의 신규 창업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요즘 하루 10여건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등 부동산정보업체들도 중개업 창업강좌를 서둘러 개설하고 있다. 스피드뱅크는 1월15일까지 제1기 부동산중개업 창업강좌를 열고 현장실습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강료는 39만원. 이밖에 산업인력공단, 대학 부설 사회교육원 등에서도 중개업 창업을 주요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뤄 최근의 열풍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