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건설업계의 판도는 관련제도의 변화와 부동산시장의 향방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각급 연구원과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2004년 건설경기는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맞춰진다. 이는 2003년 이어진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민간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전체 건설수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또 공공부문도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실시와 SOC 예산의 감소 등 부정적 요인이 많다는 의견이다.특히 달라지는 정책 가운데 입찰 제도의 변화는 건설업계의 핫이슈다. 재경부는 2001년부터 1,000억원 이상 PQ(Pre-Qualificationㆍ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공사에 적용해 온 최저가 낙찰제를 2004년 12월부터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05년에는 100억원 이상, 2006년에는 모든 공공공사에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나 지자체, 정부 산하기관 등이 발주하는 교량, 터널, 댐 등 500억원 이상 공공공사는 최저가 낙찰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이에 따라 공공공사 수주를 사실상 독식하다시피 해 온 대형 건설업체들은 공사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공사 물량은 한정돼 있는 반면, 건설업체수는 크게 늘어 그러지 않아도 덤핑낙찰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제 대상이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돼 경쟁격화는 물론 출혈수주를 피할 수 없다.실제로 2003년 들어 실시된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1,000억원 이상)의 평균 낙찰률은 62.7%(10월까지 통계)에 불과하다. 통상 예상 공사비의 75%를 원가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공공공사를 수주한 셈이 된다. 일부에서 부실시공의 위험성이 크게 배가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건설사간 위상변화가 예상되기도 한다. 수주실적에 따라 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근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건설사와 10위권 안팎 중견건설사간의 출혈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중소건설사는 일반공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실시를 계기로 대형건설사들은 내년 사업을 공공공사 수주보다 턴키(설계시공 일괄발주)공사, SOC 공사 등에 맞추는 추세다.부동산시장의 판도도 건설경기를 좌우할 요인으로 꼽힌다. 백성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4년은 민간주택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전체 건설수주는 9.5% 감소한 87조3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재건축사업이 타격을 받아 연간 13.6% 내외의 큰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건설사나 지방건설사는 브랜드 인지도와 파이낸싱의 한계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결과적으로 최저가 낙찰제 대상인 공공공사와 민간사업을 주요 수주 영역으로 삼는 상위 50대 건설업체들은 수익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비침체, 설비투자 부진으로 위축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건설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선 공공부문의 투자 확대,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SOC 확충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