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유통시장은 2003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전년 대비 4.2%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약화된 가계 경제로 인해 소비시장의 경기탄력도는 과거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이 와중에 백화점업계는 전년 영업전략의 후유증으로, 할인점업계는 대형점 출점 규제로 인해 전년 못지않은 경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먼저 2004년 백화점 시장 성장세는 전년 대비 6.5%로 상승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명품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거의 1년 내내 전년 동월 대비 역신장세를 보인 업계는 고소득층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명품브랜드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할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2004년에도 정상가 구매를 늘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백화점은 고소득층에 대한 명품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이 2004년 상반기 추가 확보매장 중 일부를 명품에 할애할 것이며 롯데도 명동 옛 한일은행 빌딩을 하반기 명품관으로 개관할 예정이다.일반적으로 명품은 집객력 강화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명품경쟁은 수익성에는 부정요인을 안고 있다. 판매마진이 국내 브랜드보다 박하고 사원도 직영사원을 배치해야 하며 매장 인테리어도 백화점이 부담하기 때문이다.한편 2004년 할인점시장은 전년 대비 19.5%의 성장세가 기대돼 백화점보다 영업환경이 양호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구매합리성 강화, 할인점의 패션 강화, 엔터테인먼트시설 복합화, 가족단위 쇼핑 확산, 지방상권에서 할인점이 백화점으로 인식되는 점은 소비자들의 할인점 이용도를 높일 것이며 2004년 소비경기 회복을 할인점 등 저가 유통채널이 주도하도록 할 것이다.그러나 대형점 출점 규제 강화라는 성장제약 요인을 맞게 될 것이다. 2003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점포개설 등록대상을 시ㆍ도지사에서 시장, 군수, 구청장으로 변경했고 분쟁조정대상 범위에도 지역주민과의 생활환경에 관한 분쟁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들은 기부금, 교통유발 부담금 등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출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할인점업체가 출점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대형 할인점의 지방 출점을 상당히 제한하거나 출점비용을 과거보다 크게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대형점 출점 규제가 업계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반면,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선두인 이마트의 경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선발주자로 국내 최대 할인점망과 함께 추가 출점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지역상권에서 후발사들의 진입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이마트 역시 규제 강화로 제약을 받을 수 있으나 기존 점은 후발사와의 경쟁에서 오히려 보호받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결국 2004년 할인점업계는 기존 경합상권 내에서의 경쟁은 격화되는 한편 선발업체와 후발업체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