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국내 은행권은 SK사태ㆍ카드대란ㆍ대형화ㆍ겸업화ㆍLG카드 문제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외환은행이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등 국내 은행산업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외국자본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2004년 은행권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부동산시장의 하향안정세로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돼 생산부문으로의 자금이동은 제한적인 반면, 시장금리는 경기회복에 따라 소폭 상승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금융권 불안의 진원지였던 가계부실은 2004년에도 크게 나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신용불량자 등록안에 따르면 건강보험(153만명), 국민연금(404만명), 전기료(168만 가구) 등 공공요금 및 세금 연체자에 대해서도 신용불량의 멍에를 씌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편 은행권의 대형화와 겸업화 경쟁은 2004년에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정부가 보유한 지분(87%) 매각이 상반기에 예정된 우리금융지주와 대형화 경쟁에서 뒤처진 중소형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은행과 외국계 자본의 인수ㆍ합병 쟁탈전 역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또한 프라이빗뱅킹과 방카슈랑스의 대중화로 종합금융서비스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업창구 인력을 축소하고 자동화기기를 대폭 늘리는 한편 모바일뱅킹을 본격 서비스할 예정이다. 상반기 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은행권역간에 과열경쟁은 물론 금융산업 전역을 뛰어넘는 제휴ㆍ합병ㆍ인수 등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LG카드 등을 필두로 신용카드, 증권, 투신 등 제2금융권에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은행권은 IMF 외환위기부터 다른 산업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된 부문”이라며 “2004년 은행권 최대 이슈는 정부 지분이 높은 우리금융지주의 매각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권연구원은 “우리금융이 제일ㆍ외환ㆍ한미은행처럼 외국계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고 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외국계 자본의 본격적인 국내 직간접 자본시장 공략이 전망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LG투자증권 조병문 애널리스트는 “가계대출과 신용카드부문의 자산클린화 효과로 은행의 대손상각비 부담은 감소할 것”이라며 “내수경기 회복에 따른 가계 채무상환 능력 향상과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의 상승 전환 가능성이 높아 2004년은 은행권의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