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서 최고당첨금 407억원 터져… 불우이웃 등 기부금 52억원

인생역전의 주인공 ‘로또복권’(이하 로또)이 11월 29일 52회 추첨으로 국내에 선보인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2월 2일 첫 발매된 기입식 복권인 로또는 지난 4월 1등 당첨금 407억원이 터져 온 국민을 로또열풍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당첨금 이월횟수 제한과 1등 복수당첨자의 연이은 등장으로 당첨금이 대폭 낮아져 그 열기는 한풀 꺾이기도 했다. 2003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 로또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37·40은 인기번호, 24는 기피번호로또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52회 추첨이 끝난 11월 29일까지 3조5,656억원어치가 팔렸다. 하루 최고 판매액은 2003년 2월7일 금요일(10회)로 하루 동안 768억원이 팔렸고 10회 판매기간에는 2,608억원이 팔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1인 최고 당첨금은 19회로 407억원(세전)의 주인공이 탄생했고 21회 추첨에서는 23명이 1등으로 뽑혀 1인당 7억9,000만원씩 나눠가졌다. 52회 추첨까지 로또는 1등 199명, 5등 4,079만4,044명을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숫자 24는 24주 동안 당첨번호로 뽑히지 않아 기피번호 0순위에 올랐고 22, 28, 45도 지금까지 3번밖에 나오지 않아 불운한 숫자로 찍혔다. 하지만 40, 42는 4주 연속으로 뽑히는 이변을 연출했고 37은 지금까지 14번, 40은 13번 나와 인기번호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로또 52회 추첨 가운데 1등 407억원(세후 317억원)을 수령한 19회(2003년 4월12일) 당첨자 경찰관 박모씨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그가 받은 317억원은 증권거래소(2003년 현재 50억원으로 인수 가능한 상장기업수는 120개)에 상장된 6개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기 때문이다. 또한 317억원은 춘천시민(2001년 기준 25만1,991명) 모두에게 12만원씩을 나눠주고도 14억6,000만원이 남고, 전국에 있는 초등학생(2001년 기준 408만9,429명)에게 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인 P감자스낵을 15개씩 나눠주고도 10억원이 남는 거액이다.지난 5월 로또 26회 추첨에서는 기이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서울에 사는 이모씨가 5게임(1만원)을 구입했는데 5게임 모두가 2등부터 4등까지 골고루 당첨된 것이다. 이모씨는 아깝게 1등을 놓쳤지만 2등(7,468만900원) 2개, 3등(217만3,500원) 1개, 4등(8만600원) 2개가 당첨돼 총 1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이모씨가 기입한 30개 번호 가운데 당첨된 번호는 27개로 90%의 적중률을 기록했다.한편 33회 로또 1등 당첨자가 지급기한인 10월20일까지 나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낸 일도 있다. 인천시 부평구의 한 로또판매점에서 자동선택으로 판매된 1등 번호의 당첨금은 149억원이었다. 지난 2월 10회 추첨 때는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김모씨의 1등 로또가 분실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1등에 당첨된 로또 13장을 긴급 조사했지만 김모씨의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다.한탕주의 조장한다는 지적도로또 발매 1년을 돌아보면 당첨자가 당첨금 가운데 일부를 불우이웃에 쾌척한 흐뭇한 일도 많았다. 지난 2월 로또 2등에 당첨된 40대 회사원은 당첨금 3,100만원 전액을 난치병을 앓고 있는 소녀와 친구에게 기부했고, 37회 1등(49억원)에 뽑힌 당첨자 이모씨는 2억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52회까지 로또 당첨자들이 기부한 금액은 총 56억원으로 불우이웃, 소년소녀가장,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수재민 돕기 등에 쓰였다.로또가 복권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고 나온 것 또한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여전히 로또가 사행심과 한탕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로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긍정적이었다. 로또판매점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씨(33)는 “매주 1만원어치 로또를 구입하고 있지만 1등 당첨을 바라기보다는 한주를 긴장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어 즐겨한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씨(39)는 “가끔 재미로 로또를 즐길 뿐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고, 로또판매점 주인인 김모씨(52)는 “처음에는 수십만원씩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을 쉽게 봤지만 요즘은 1만원 정도 구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예전 주택복권처럼 서민들이 주로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로또 홍보대행사인 미래사회전략연구소 최종은 차장은 “로또 초창기 때는 한 사람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구입하는 과열 양상이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1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려는 분위기로 전환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명지대학교 여가정보학 김정운 교수(문화심리학 박사)는 “로또가 복권의 양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 반면, 젊은이들이 로또 구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분명 이 사회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로또 수익금에 대한 배분과 사용처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한편 정부는 올해 로또복권으로 예상되는 수입액 1조2,000억원 가운데 7,500억원에 대한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8월 말 현재 로또 수익금 7,500억원 중 2,418억원은 국민임대주택 건설지원 등 저소득층 및 국가유공자 지원을 위해 쓰였다. 중소기업ㆍ과학기술 지원에 817억원, 지역균형발전 지원을 위해 413억원, 산림환경보전 지원으로 15억원이 집행됐다. 나머지 수익금인 3,000억원은 연말을 맞아 저소득층에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출범한 로또공익재단은 최근 사회복지시설 100곳에 휠체어 리프트와 아동 목욕시설이 장착된 특수차량 100대를 기증하기도 했다.로또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한 사람이 1년에 한 번 벼락을 맞을 확률은 50만분의 1이고,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할 가능성은 10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