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재 동원증권 수석연구원

“금융업종에는 워낙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명을 받으려면 카드업에 집중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이준재 애널리스트(37)의 이런 개인적인 전략은 올해 신용카드사 부실 문제가 일파만파 확대돼 증시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2001년까지만 해도 다들 그랬듯, 이연구원도 신용카드업의 호황이 천년만년 계속될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께 ‘카드업이 이상하다’고 감지하고 부정적인 견해로 돌아섰다. 그가 차별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많은 이들이 ‘신용카드사의 이상신호는 일시적 현상이며 곧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연구원은 그후 줄기차게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했고 또한 단순히 카드사 문제로 끝날 것은 아니라고 보여 은행업에 대해서도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너무 비관적인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도 있지만, 제 분석으로는 신용카드사들이 부실을 모두 해소하고 진정한 의미의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2009년께나 돼야 가능합니다.”최대 현안인 LG카드에 대해서도 역시 별로 밝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손실이 더 불어나지 않고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 끝날 것이냐. 둘째, 누군가 인수를 하긴 해야 할 텐데 과연 누가 떠안느냐. 첫번째 지적에 대해 이애널리스트는 ‘아직도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30조원이 넘는 현금서비스가 여전히 추가 부실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얘기다.“지금 부실규모를 정확히 모두 공개해서 확정하고 내년 2월까지 카드문제를 일단락짓고 가느냐, 미진하게 해결하며 질질 끄느냐 기로에 서 있습니다. 후자를 택하지 않으면 카드사와 은행은 물론이고 금융시장 전체가 난항을 겪을 것입니다.”예측이 들어맞아 펀드매니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지난 2년간 자나깨나 카드만 생각하며 살았다”는 이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애착을 갖고 분석하던 업종 하나가 괴멸되다시피 한 데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또 영업을 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부정적인 견해만 내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슈가 많아서 여기저기 설명회 불려다니느라 정신없이 바빴고 지수는 계속 오르는데 담당업종만은 줄기차게 주가가 빠지는, 한마디로 은행ㆍ카드업종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생기는 것도 없이 정신없는 한해였다.사실 이애널리스트는 올해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9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MBA를 마친 직후 LG투자증권에 입사, 올 상반기에 이곳을 떠나기까지 묵묵히 한곳에서 일했다. 9년간 몸담았던 LG를 올 상반기에 떠나, 대우증권을 거쳐 동원증권에 안착했다. 기업분석팀 금융팀장을 맡고 있는 그의 2004년 목표는 ‘금융업 분석에서 동원이 제법 한다’는 평판을 얻는 것이다.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내년은 위기관리가 투자 화두”투자전략실장이 최고의 스트래티지스트가 아니라 최고 이코노미스트로 뽑혔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신경제연구소에 입사, 내내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던 김영익 연구원. 99년에 그는 “2000년 종합주가지수 500대를 예상한다”고 주변에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 무렵에는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이 지수 2000론을 설파하는가 하면, 대우증권에서는 6000까지도 가능하다고 발표하는 등 낙관론이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그런데 김영익 연구원의 ‘나홀로 비관론’이 그만 딱 맞아떨어졌다. 2000년 12월께 지수가 504까지 갈 정도로 장세가 나빴던 것. 이것을 보고 대신경제연구소 나영호 사장이 말하길, “뭐야, 주가 맞히는 건 당신이 잘하네? 투자전략실 책임져라”. 그래서 그는 2001년부터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으로 일하며 이코노미스트와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를 겸하고 있다.올해 주목받은 분석보고서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버블과 그 영향을 밝힌 것과, 국내 부동산과 주가의 관계 분석 등이다. 또 4분기까지 주가와 채권수익률의 동반상승세를 예상한 것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한편 쉽사리 긍정론을 내지 않는 김실장이지만 올해는 내내 ‘주식 좀 사라’고 외치고 다녔다. 특히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이미 비중이 과한 채권 편입만 계속 고집하지 말고 주식을 늘려야 된다고 설득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꿈적하지 않자 8월 말 다시 <경제주체별 자산운용과 주가 designtimesp=24587>라는 리포트를 내고 금융기관, 개인, 기업 모두 주식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이중에서 주식을 산 것은 기업뿐. 김실장은 “사라는 주식은 안 사고 1등으로 뽑아주기만 했네요” 하며 웃었다.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을 많이 추천한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 이렇게 분석한다.“설명회를 나갔다 오면 무슨 말을 했었는지 잊지 않도록 기록해둡니다. 그리고 후에 같은 기관에서 다시 설명회를 하면 서두에 반성부터 합니다. 전에 제가 와서 했던 예측 중에 맞힌 것은 무엇이었고 또 뭐가 틀렸는지, 틀렸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정리하고 넘어가는 거죠. 이것이 매니저들에게 신뢰를 준 것 같습니다.”이런 습관은 예전에 한 펀드매니저로부터 ‘전에 김실장이 설명회에서 이러저러하게 예측했는데 그게 안 맞았다. 무슨 변수를 잘못 본 거냐’고 물어온 이후부터 생겼다.대학에서는 ‘주가는 예측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김실장은 거시경제 변수와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분석, 스스로 개발한 주가예측모형을 통해 대세상승 및 하락 낌새를 포착해 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에는 한 대학원생이 김실장의 주가예측모형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논문을 쓰겠노라고 찾아오기도 했다. 김실장의 주가예측모형에 따르면 2004년 5월과 8월에 지난 2001년 9ㆍ11 테러 후의 폭락장세와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지만, 아무래도 내년에는 오르락내리락이 극심할 것 같습니다. 2004년 주식투자는 위기관리 중심으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