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주도하는 절대강자가 있을 경우 후발주자가 자리를 잡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우리(대표 권석철)는 이를 뒤집은 대표적 사례다. 하우리는 안철수연구소라는 선도업체가 버티고 있는 백신시장을 뚫고 들어가 시장진입에 성공했다.하우리는 올 3분기까지 54억3,400만원의 매출에 2억5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잖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 등록으로 성가를 올리던 2001년의 호조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연초 매출목표인 120억원의 달성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3분기까지 매출 이상을 4분기에 올려야 하는데 아무리 4분기가 백신 성수기라고 해도 설득력이 없다. 다만 70억원을 약간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예상 매출은 지난해의 부진을 회복한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하우리는 흑자 목표를 꺾지 않고 있지만 해외투자 등 변수가 많아 영업이익을 제외하고는 흑자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하우리의 실적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바닥은 치고 올라오지만 아직 상승세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올해 하우리는 공공시장에서 상당히 약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실적 1위를 자신한다”는 말로 표현했다.또 백신업체간 최대 격전지인 기업용 백신시장에서도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왔다. 특히 서버용 백신제품과 통합관리 솔루션을 묶은 영업을 강화해 부가가치를 높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하우리의 올해 사업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진출이다. 하우리는 특정 시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대륙별 거점을 기반으로 한 동시다발적 공략을 선택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싱가포르, 독일, 멕시코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 아프리카를 제외한 4개 대륙에 거점을 마련했다.여기에 들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권석철 사장은 “해외진출에 투입한 비용만 35억원에 이를 정도로 하우리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출실적은 아직 초기단계다. 올 연말까지 약 40만달러를 예상하고 있다.권사장은 최근 백신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른 보안 솔루션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에만 전념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이와 관련, 권사장은 “백신 내수시장은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보안솔루션으로 사업을 확대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아직 어떤 보안솔루션을 선택할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방법은 독자개발뿐만 아니라 국내외 보안업체와의 협력은 물론 인수합병(M&A)까지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놓고 있다.실제 모 해외업체와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의 공동개발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그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올해 닦은 기반을 바탕으로 내년에 해외에서 큰 실적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인다는 각오다.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남미시장을 비롯해 수출자격증 격인 공안부 인증을 받은 중국시장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안철수연구소백신 위주 벗고 수익다변화 꾀해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는 백신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보안업계의 대표주자다. 투명경영의 표본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사장의 지명도는 국내 CEO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주력제품인 백신 매출에서도 국내 전체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올 3분기까지 안철수연구소의 매출은 180억원이다. 올해 초 밝힌 매출목표 300억원을 달성하려면 4분기에 12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여야 한다. 전통적으로 4분기가 백신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요가 나오는 시기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300억원은 부담되는 수치다. 그래도 최대 매출을 올렸던 2001년의 253억원은 넘을 전망이어서 외형적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순이익 면에서는 수치상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83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17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니 흑자전환이 확실하다. 물론 이는 앞서 밝혔지만 ‘수치상’이라는 성격이 강하다.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에도 흑자를 낼 수 있었지만 보안관제업체인 ‘한시큐어’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다른 기업들처럼 나눠서 처리하지 않고 한번에 털었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적자를 냈다.올해 외형적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내년의 성장을 위한 준비작업을 탄탄히 한 점은 의미가 크다.우선 내수시장에서는 수익성 다변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안철수연구소는 매출의 90% 이상을 백신제품에서 거둬들였다. 기업 시장은 아직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백신시장은 이미 성숙된 시장이다.안철수연구소는 올해 서비스를 통해 수익성 다변화를 꾀했다. 별도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각종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안클리닉’ 서비스는 인터넷 대란 이후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모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5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 인터넷을 통해서만 이미 5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렸다.2년 넘게 공들인 해외시장에서도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올해 중국에서만 최대 150만달러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안철수 사장은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보안 관련 전시회인 ‘인포시큐리티차이나2003’에 참가해 “빌 게이츠도 우리나라에서 보안업체를 경영했으면 매출 250억원을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그만큼 우리 정부가 외치는 소프트웨어 육성 구호가 말 그대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내수시장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안철수연구소는 내년 경영전략 가운데 해외시장에서의 안착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국내 백신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해외시장 개척은 이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안사장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중국은 물론 가장 힘을 쏟은 일본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여기에 백신 일변도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통합보안 제품을 개발해 제품을 다양화한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어 내년도 실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