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designtimesp=24505>에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따뜻한 방에 있으라고 했다. 겨울에는 자연계가 은폐되고 사람 또한 그 혈기가 안으로 저장되는 계절이므로 비록 병이 생겼다고 해도 땀을 많이 내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겨울에는 양기가 속에 있고 음기는 겉에 있기 때문이다. 즉 여름에는 우물 안이 서늘하고 겨울에는 우물 안이 따뜻한 것과 같은 이치다. 여름철에는 따뜻한 삼계탕으로 속을 데우고 겨울철에는 차가운 냉면으로 속을 식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겨울철 양기를 든든하게 간직해서 다음해를 건강하게 맞이해야 할 텐데, 옛날 궁중에서는 어떤 음식으로 임금의 건강을 지켰을까.궁중에서의 아침식사는 오전 10시께로 자연히 새벽 일찍 일어난 임금은 속이 허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흰죽, 잣죽, 깨죽, 흑임자죽, 대추미음, 차조미음 등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겨울철의 보양식으로 최고로 꼽히는 것이 우유죽이었다. 우유는 귀한 약재로 쳐서 ‘타락’이라 불렸고, 우유와 쌀을 섞어서 만든 죽이 ‘타락죽’이다.조선시대에 무슨 우유가 있었을까 싶기도 한데 실은 우리나라에 우유는 4세기 무렵부터 등장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 국가가 운영하는 목장이 있었다. 물론 귀한 음식이라 임금의 보양제로 진상됐고, 아주 특별한 경우에 왕족이나 궁중의 나이든 대신들에게 내리는 하사품이기도 했다. 타락은 약재로 분류된 까닭에 타락죽은 내의원에서 만들어 올렸는데 고종황제가 특히 타락죽을 즐겼다고 한다.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약방기생(조선시대 내의원에 속한 의녀)이 한달에 두어 번 고종의 침수 드는 곳에 절차 없이 사사로이 드나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약방기생은 침통을 갖고 들어가긴 하지만 쓰지는 않았다. 그 기생은 임금과 정을 나누고 초조반으로 들어온 그 귀한 타락죽을 임금과 함께 나눠 먹었고 이를 큰 영광으로 여겼다. 그래서 임금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고 타락죽을 함께 먹은 약방기생을 ‘분락기’(分酪妓)라고 했다.의서에서 말하는 타락죽의 효능은 수명을 연장시키고, 공복감을 없애주고, 대소변을 잘 조절해주고, 소화 촉진 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안색이 좋아지게 하며, 힘이 넘치게 한다고 전해진다.임금님만이 먹었다던 타락죽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선 쌀을 깨끗이 씻어서 3~4시간 불린 후 분마기로 가루를 만든다. 냄비에 한지를 깔고 그 위에 쌀가루를 놓아 약한 불에서 노릇노릇하게 볶아 체에 쳐서 입자를 곱게 만든다. 냄비에 볶은 쌀가루를 담고 물 1컵을 조금씩 부어가며 덩어리지지 않게 잘 개어서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이고 우유를 부어 고루 저으면서 약한 불에서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된다.타락죽만으로도 아침식사 대용은 물론 건강한 하루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