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인한 종도 아니고, 지적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 종국에는 살아남는 것이다.”이 말은 다윈의 진화론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59)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경영을 ‘혁신의 연속’으로 정의하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생산제조, 구매, 유통, 마케팅, 경영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재설계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효율적인 경영방식이다.최근 삼성전자는 윤부회장을 포함,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삼성전자 6시그마 축제’라는 이름이 붙은 이 행사는 회사 전체 혁신 활동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6시그마 경영의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품질혁신과 고객만족 달성을 위한 전사적 활동인 6시그마에 이처럼 큰 의미를 두는 데서 보듯 윤부회장은 “시대변화에 맞게 회사를 계속 변화시켜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그 덕분인지 지난 2000년부터 6시그마 경영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1만여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1조원 이상의 재무개선 성과를 달성했다.이 같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윤부회장이 각종 조사에서 올해의 CEO로 손꼽히고 있음을 볼 때 그의 활약상은 명백하게 드러난다.물론 혁신경영의 성과만으로 그가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인사인 윤부회장은 인재경영, 특히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우선 그의 인재등용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인사팀의 인재개발연구소와 각 사업분야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우수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급인력을 직접 양성하기 위해 사내 리더십개발센터,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첨단기술연구소 등을 운영한다.특히 그의 이공계 지원에 대한 관심은 사내대학 운영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1년에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정규대학 인증을 받은 반도체 공과대학이나 수원에 있는 디지털 공과대학 등이 그러한 예다.윤부회장은 기술과 경영마인드를 겸비한 ‘기술경영자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변화의 시대에 기술의 흐름을 정확히 알고 예측하는 것도 CEO의 능력이기 때문에 기술을 잘 알고 있는 ‘기술자 CEO’를 지향한다는 이야기다.CEO로서 그의 브랜드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 역시 매년 상승하고 있다.미국의 브랜드 조사전문기관 인터브랜드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designtimesp=24531>가 발표하는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올해 삼성전자는 25위를 차지했다. 2001년 42위에서 지난해 34위로 8계단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상승폭이 컸다.국제적인 위상에 있어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포브스 designtimesp=24534>가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기업순위에서는 지난해 92위에서 무려 60계단 가까이 상승한 35위로 뛰어올랐다. <포춘 designtimesp=24535>의 500대 기업순위에서는 59위(지난해 105위), <파이낸셜타임스 designtimesp=24536>의 500대 기업순위에서는 67위를 기록했다.삼성전자는 올해 ‘250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수출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의 국제적인 위상변화가 합리적인 이유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72년 수출을 시작한 이래 83년 5억달러, 94년 100억달러, 2001년 200억달러에 이어 올 6월 말을 기점으로 250억달러를 달성했다. 반도체 D램(시장점유율 32%)을 비롯해 반도체 S램(30.1%), 컬러모니터(21.3%), TFT-LCD(18.2%), CDMA 휴대전화(23.8%), 전자레인지(22.6%), VCR(24.8%), 컬러TV(10.3%), NAND형 플래시(65%), LDI(24%) 등 세계 1위 제품을 10개나 보유하고 있다. 2010년까지는 1등 상품을 26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하지만 윤부회장은 이 같은 성과 속에서도 직원들에게 방심하지 말 것을 주지시켜 왔다. 지난 가을에는 전직원을 상대로 한 e메일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초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위기의식 속에 새로운 혁신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올해 삼성전자는 9월 말 기준으로 매출 30조7,000억원, 순이익 4조1,000만원을 올렸다. 국가 전체 수출액의 14%대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1조원대에 진입했다.그는 지난 12월1일 올해 마지막으로 임직원에 보내는 월례사에서 비로소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윤부회장은 “지난 2~3년 동안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재무제표 등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등 성장 모멘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여기서도 경계의 목소리는 빠지지 않았다. 그는 이어 “기업환경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며 “방심하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고의 실적에서도 변화를 경계하고 혁신을 강조하는 윤종용 부회장. 그에게는 변화에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보다는 ‘강하기에 변화를 주도하는 올해의 CEO’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약력 designtimesp=24552>1944년 경북 영천 출생, 62년 경북사대부고 졸업, 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66년 삼성그룹 입사, 85년 삼성전자 종합연구소 소장, 90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 92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93년 삼성전관 대표이사 사장, 95년 삼성그룹 일본본사 대표이사 사장, 96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99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