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만 대리점도 살고 회사도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LG화학 장식재사업부 총괄담당인 박경환 상무(54)의 IMF시절에 대한 회고다. LG화학 장식재사업부는 바닥재를 생산하는 곳이다. 당시 100여개의 대리점을 관리하던 박상무는 팀장회의를 통해 어려운 시기인 만큼 대리점에 공급하는 물품을 원활히 해주라고 팀장들에게 지시했다. 채권회수에만 열을 올리던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파격적인 지원이었다. 바닥재를 취급하는 대리점이 하루에 몇개씩 문을 닫아 물품비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라 일부 직원은 극구 만류했으나 실패할 경우 옷을 벗겠다는 각오로 직접 대리점에 나가 독려했던 것.몇년이 지난 지금 LG화학 장식재사업부가 취급하는 바닥재는 업계 1위를 점하고 있다. 당시 박상무의 결정이 없었다면 바닥재시장에서 1위를 점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260여개의 대리점이 당시의 몇배가 되는 매출을 올리는 것도 그때의 대리점에 대한 믿음이 한몫 했다고 직원들은 전한다.박상무는 1975년 LG화학 부산공장 생산관리부서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기획부장을 거쳐 영업담당이사를 역임했으며 장식재사업부를 총괄하는 상무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두루 거친, 그야말로 LG화학 성장의 산증인이다. 외산이 좋다는 바닥재에 대한 인식도 그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무너뜨렸다. 지난 90년대 초반 대부분의 대형빌딩에서 외산을 사용하던 것이 일반화됐을 당시 박상무는 직접 찾아가 국산의 우수성을 알렸다. KOEX, 서울대병원 등 대형빌딩들이 잇달아 국산으로 바닥재를 바꿨던 것도 그의 열정 덕택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한국인의 정서는 온돌문화입니다. 아무리 외산이 뛰어나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으며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 바닥재시장입니다.”박상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바닥재에 브랜드를 도입했다. 2000년 총괄상무를 맡으면서 LG화학이 매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박상무는 올해부터 수출시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수출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일본, 중국시장에 상륙해 호평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출시한 바닥재 브랜드 ‘베스트빌’은 미국시장에 ‘Naturelife’라는 브랜드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연간 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박상무는 직원들에게 “고객은 냉정해서 항상 떠날 준비가 돼 있으므로 고객중심에서 일하라”며 “물건을 판다기보다 바닥재에 대해서 코칭하고 리드할 수 있는 컨설턴트로서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항상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