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고자동차시장이 변하고 있다. 인류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인터넷이 중고차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중고차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메이커들까지 인터넷 중고차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미국 중고차시장에서 인터넷이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판매는 최근 몇 년 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CNW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중고차시장 규모는 지난 5월만 해도 50만대를 기록했다. 올 연말까지 월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CNW의 아트 스피넬라 사장은 “인터넷 중고차시장은 현재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내년쯤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인터넷 중고차 거래 사이트들은 이미 중고차시장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닷컴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대거 정리된 중고차 사이트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최근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들은 대개 중고차와 신차를 동시에 판매한다. 중고차와 신차 고객을 모두 잡으려는 전략이다.인터넷 중고차 사이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지난 97년 설립된 오토트레이드닷컴(www.autotrader.com)이다. 전체 인터넷 중고차 판매의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20만대의 중고차가 거래목록으로 올라와 있다. 그외 오토바이텔(www.Autobytel.com), 오토웹(www.Autoweb.com), 카스마트(www.Carsmart.com), 카즈(www.Cars.com)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최근에는 인터넷 경매사이트가 중요한 중고차 거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경매로 유명한 이베이(www.ebay.com)는 중고차 거래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고 두고 있다.지난해 이베이에서 팔린 중고차는 30만대. 거래규모는 50억달러에 달한다. 일주일에 28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베이에서는 단순히 개인이 차를 경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중고차 딜러들도 이베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텍사스에 위치한 중고차 딜러인 매직오토그룹은 지난 99년 이후 이베이를 통해 중고차 5,000대를 팔았다. 물론 오프라인 판매가 훨씬 많지만 시장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베이에 올려놓은 중고차 광고를 보고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매직오토그룹은 인터넷 경매로 낙찰되면 별도의 비용을 받고 차를 배달해준다. 일부 고객은 직접 찾아와 차를 몰고 가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싸게 사면 비행기 요금이 충분히 나오기 때문에 여행을 겸해서 운전해 가는 것이다.오프라인 중고자동차 경매도 온라인으로 옮아가고 있다. 미국 중고자동차 경매시장 규모는 810억달러. 미국 자동차경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50만대의 중고차가 경매로 팔렸다. 중고차 경매는 주로 딜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고차 딜러들이 대량으로 중고차를 사들여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온라인 자동차 경매는 최근 몇 년 새 7~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인터넷 중고차시장 창출로 가장 큰 덕을 보고 있는 곳은 자동차메이커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동차메이커 소속 파이낸스회사들이다. 자동차 파이낸스회사는 자동차 할부와 함께 리스 차량을 관리한다. 고객이 리스를 원할 경우 파이낸스회사가 대신 자동차를 구입하고 고객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파이낸스회사들은 리스기간이 끝난 후 반납된 자동차를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이낸스회사가 판매하는 중고차는 전문딜러들이 오프라인 경매로 대량 구입한다. 오프라인 경매의 단점은 비용. 경매비용은 물론 경매장소까지 차량을 운반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파이낸스회사들에 인터넷 중고차 판매는 엄청난 비용절감 수단인 것이다. 중고차 딜러들에도 이익이다. 경매장소에 직원을 보낼 필요 없이 인터넷에서 바로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자동차메이커들이 판매하는 중고차는 깔끔하게 손질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만약 문제가 있으면 반납할 수 있어 경매장소에서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GM은 지난 98년 인터넷 중고차 판매 사이트인 스마트옥션을 열었다. 지난해 리스가 끝난 중고차 30만대를 스마트옥션에서 팔았다. 전체 리스 종료 차량의 40%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3만4,000대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GM은 온라인 판매로 대당 400~600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지난 2월 리스차를 판매하는 웹사이트 열었다. 리스 종료 차량의 30%가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혼다는 중고자동차 판매 사이트를 통해 상당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재판매부문 에카르트 클럼프 부사장은 “인터넷에서 판매하면 수송비, 수리비, 경매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터넷 중고차 판매가 늘면서 각종 중고차 관련 사이트도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중고차 시세를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를 꼽을 수 있다. 중고차 시세 사이트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중고차를 살 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자동차메이커, 차량종류, 연식, 마일리지, 상태 등을 입력하면 시세를 알려준다. 가장 유명한 곳은 켈리블루북(www.kbb.com)이다. 웬만한 중고차 소비자는 거의 켈리블루북을 참고할 정도다. 중고차는 물론 새차 가격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중고차의 사고유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인기다. 중고차를 살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사고유무. 심각한 사고가 났던 차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금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이트로 카팩스(Carfax.com)와 에드문드(Edmunds.com)를 들 수 있다.인터넷에서 중고차를 살 때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차에 대한 신뢰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와 실제 중고차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오프라인처럼 직접 운전해 볼 수 없어 성능을 확신할 수 없다. 이베이에서 차를 구입한 소비자 4,2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3%가 구입한 차의 상태가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정보와 차이가 없었다고 답했지만 40%는 다소 나빴다고 답했다. 특히 7%는 심각하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인증제다. 공식적인 자격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중고차의 현재 상태를 보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몇 마일을 달렸고 현재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자세히 공개하고 보장하는 것이다. 중고차의 품질을 보장하고 있는 GM의 경우 인터넷으로 판매한 후 반품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개인간에 사고팔 때는 대리인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대리인이 구매자 대신 판매자를 방문해 중고차 상태를 점검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