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허점)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기업.’일본 최강의 기업 도요타자동차가 재계와 일본 국민들의 마음속에 철옹성처럼 견고하고 탄탄하게 쌓아 올린 명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일본 굴지의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designtimesp=24531>는 4,074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공개한 기업호감도 순위에서 도요타자동차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기업호감도 조사는 이 주간지가 매년 실시해 온 기업이미지 조사의 명칭을 바꾼 것으로 매출, 인지도, 동종업계에서의 위상 등을 감안해 선정한 1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에서 도요타는 종합점수 88.6점을 얻어 2위의 캐논(83.5점)을 5점 이상의 큰 차이로 따돌리고 2002년에 이어 수위를 그대로 지켰다.종합랭킹 10위권에 꼽힌 기업들은 소니, 혼다, 샤프, 세븐일레븐, 가오, 닛산자동차, 다케다약품, 야마도운수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2002년 9위에 올랐던 세콤이 17위로 밀려나고 16위였던 닛산자동차와 20위의 다케다약품이 새로 진입한 것을 제외하면 10위권에서의 순위 변화는 사실상 소폭에 그쳤다.그러나 주목할 것은 종합랭킹 1위를 질주한 도요타의 성적표였다. 도요타는 가격경쟁력 등 평가대상이 된 14개 항목 중 무려 8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밀려난 것이 4개였으며 가장 점수가 나빴던 자기혁신력과 광고(선전), 자기 PR에서도 각각 4위를 차지했다. 1위에 오른 평가항목은 가격경쟁력, 제품품질과 서비스, 장기적 안정성, 지역사회 공헌, 윤리성, 경영자의 능력, 재무건전성, 환경보호에 대한 마음가짐 등이었다.스포츠에 비유하자면 거의 모든 선수가 최상의 기량을 갖추고 시합에 임하는 막강 전력의 팀이나 다름없는 셈이다.다이아몬드는 도요타에 2년 연속 기업호감도 1위의 명예를 안겨준 최대 동력을 지난 9월부터 발매를 시작한 신모델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대히트와 눈부신 경영실적에서 찾고 있다. 지난 97년 세계 최초의 휘발유, 전기 겸용 자동차로 등장해 동종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프리우스는 과감한 모델 체인지와 획기적인 성능 업그레이드를 배경으로 신모델이 등장하자마자 자동차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9월만 해도 주문량이 도요타 자체 목표의 3배를 웃돌 만큼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으며 이에 따라 도요타는 어느 메이커보다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는 자동차회사의 이미지를 단단히 굳히는 데 성공했다.도요타의 괴력은 프리우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0월의 일본 국내 신차 판매 랭킹에서 도요타는 톱10 중 7개를 휩쓸었으며 이에 앞서 7~9월에는 전세계 판매실적에서 미국의 포드를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북미에 치우쳤던 도요타의 판매망이 유럽으로도 순조롭게 뻗어나간 결과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일치된 진단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2회계연도 결산(2003년 3월)에서 1조4,100억엔대의 경상이익을 내 일본 기업 최고의 성적을 올린 도요타는 2004년 3월 결산에서 또 한 차례의 신기록을 수립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흥미를 끈 것은 세부 평가 항목의 점수였다.도요타는 경영자의 능력(95.8), 윤리성(88.8), 지역사회 공헌(91.7)에서 모두 90점 전후의 높은 점수를 얻으며 1위를 달렸다. 다이아몬드는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본거지를 둔 도요타자동차가 일본경제를 떠받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값싸고 좋은 품질의 자동차 만들기에 전력을 다하며 스캔들과는 담쌓고 살다시피 한 것이 도요타에 윤리적으로도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관측됐다. 최고경영자가 손에 기름때를 묻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철두철미하게 현장주의를 강조하면서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도요타 경영진의 사고와 행동양식 또한 탄탄한 신뢰를 얻은 것으로 평가됐다.그러나 광고(선전), 자기 PR과 자기혁신력에서 4위에 그친 이유는 보수적 사내 분위기 및 경영 스타일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일본 최고, 최강의 기업이면서도 도쿄시내에 변변한 광고탑 하나 세워놓지 않을 만큼 실속을 중시하는 경영, 계열사간에도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임직원 사이에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 의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오히려 혁신적 이미지와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도요타와 대비해 특히 주목 대상이 된 것은 소니와 샤프였다. 소니는 전체 기업호감도에서 2002년의 2위에서 올해는 3위로 한 단계 주저앉았다. 종합 득점도 81.9로 도요타에 크게 뒤졌다. 하지만 사원의 능력과 자기 PR, 그리고 자녀를 입사시키고 싶은 회사의 3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 도요타와 묘한 대조를 보였다. 기업호감도 5위의 샤프는 14개 평가항목에서 특별히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많지 않았지만 단기성장력에서 1위, 가격경쟁력에서 3위를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이 됐다.이와 관련, 다이아몬드는 사원 개인에 대한 권한 이양이 원활하게 이뤄진 기업일수록 사원능력에 대한 평가가 높았다고 밝히고 일본IBM과 리크루트를 또 다른 예로 들었다. 샤프는 액정TV에서 앞선 기술과 가격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배경이 됐다. 2차전지의 산요(11위), 프린터의 세이코엡슨(12위), 종합경비회사 세콤(7위)등도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허용치 않는 독보적 상품과 서비스로 단기성장력에서 모두 상위권에 들었다. 자녀를 입사시키고 싶은 회사에서 소니가 1위에 오른 것은 첨단 하이테크 경쟁에서 세계를 리드해 온 파이어니어 업체라는 점과 게임ㆍ영상ㆍ로봇 등에서 신기술 신제품으로 꿈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창조적 기업이라는 점이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 관측됐다. 이와 달리 자녀들을 입사시키고 싶은 직장 평가에서 금융기관들은 대다수가 박한 점수에 그쳐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100위권에서는 노무라증권(67위), JCB카드(68위), 니혼생명보험(91위)이 비교적 선전했을 뿐 상위에 이름을 올린 금융기관이 전무했다. 대형은행인 UFJ도 113위에 머물렀다. 특히 소비자금융업체인 다케후지는 140위로 최하위에 그쳐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기업호감도에서는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기관들에 대한 홀대는 전통적으로 일본 사회가 제조업 관련의 일을 중시해 왔다는 점, 특정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기량을 갈고닦아 최고에 오른 장인을 우대하는 풍토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점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한편 14개 평가항목 중 응답자들이 기업에 대한 잣대로 가장 중시한 것은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였으며 다음이 경영자의 능력과 재무건전성이었다. 광고(선전), 자기 PR과 단기성장력, 자녀를 입사시키고 싶은 회사, 전직할 때 옮기고 싶은 회사 등의 항목은 모두 11위 이후로 밀려났다.기업의 기본 사명은 값싸고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고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어떠한 변화와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경영자와 기업 스스로 클린 경영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고삐를 조이는 데 있다는 것을 조사결과는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