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고객서비스 강화 앞다퉈 선언 … 기존 가입자 혜택 확대될 듯

국내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의 최대 논란거리로 대두된 번호이동성제도가 드디어 2004년 1월1일부터 전격 시행된다.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이란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를 바꿔도 ‘011, 016, 019’와 같은 사업자 식별번호를 포함한 자신의 모든 번호가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011-111-1234의 번호를 사용했던 SK텔레콤 고객이 LG텔레콤으로 서비스사업자를 변경해도 011-111-1234의 기존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번호이동성제도이다.번호이동성제도는 ‘모바일’서비스에서만 도입되는 특별한 제도는 아니다. ‘유선간’ 번호이동성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유무선간’ 번호이동성제도의 도입도 충분히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벌써 유무선간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는 외신의 보도도 접할 수 있다.서비스 사용자 편익 증진 목적국내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도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지만 처음부터 ‘전면도입’을 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정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 가입자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6개월간의 시차를 두고 SK텔레콤부터 KTF, LG텔레콤의 순서로 진행된다. 내년 1월1일부터 번호이동성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SK텔레콤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일 뿐이고, KTF 가입자는 내년 7월1일부터 번호이동성에 의한 사업자변경이 가능하고, LG텔레콤의 고객은 한해가 지난 2005년에나 가능해진다.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도는 서비스 사용자들의 편익증진이 목적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유지한 채 서비스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편익에서부터 서비스사업자간 경쟁촉진에 의한 통화품질 향상, 그리고 대고객 서비스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그동안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의 마케팅은 신규가입자 모집에 집중돼 있었다. 한번 고객으로 끌어들이면 이후 사업자 변경에는 전화번호 변경이 수반돼야 하므로 가입한 사업자의 서비스에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사업자를 쉽게 변경할 수 없었다. 이를 서비스사업자들도 어느 정도 악용, 기존 가입자의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다.지난 8월 월간지 <모바일컴 designtimesp=24532>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동전화 사용자의 불만 중 ‘장기고객 관리 및 혜택 부족’이 ‘높은 요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을 만큼 기존 가입 고객의 상대적 박탈감은 컸다. 그만큼 번호이동성제도의 도입은 ‘사업자변경 = 번호변경’이라는 장벽이 없어져 언제든지 서비스사업자 변경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므로 기존 가입자들도 신규가입자 못지않은 혜택이 부여될 것으로 기대된다.실제로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들도 최근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을 앞두고 일제히 대고객서비스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LG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고객사랑경영’이라는 경영슬로건을 내걸었으며, KTF도 기존 자사 슬로건을 ‘First in Mobile’에서 ‘Have a good time’으로 바꾸고 고객 중심 경영을 모토로 삼았다. 순차적 번호이동성 도입으로 인해 수세적 입장에 처한 SK텔레콤도 ‘스피드011레인보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고객만족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경영전략의 변화는 신규가입자 모집에서 기존 가입자 권익 중시로 마케팅 중심이 바뀌는 긍정적 변화를 방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일례로 고객불만 해소 부분을 보면 SK텔레콤은 고객 불편사항 처리를 전담으로 책임지는 ‘011 고객보호원’이라는 조직을 본사 및 고객센터에 신설했으며, KTF도 평일 24시간 고객응대 서비스를 9월부터 제공하고 실명제를 도입함으로써 서비스의 질과 완성도를 높일 방침이다. LG텔레콤은 고객불만에 따라 책임부서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고객불만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불만해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이동통신사 출혈경쟁 우려번호이동성의 도입에는 순작용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사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또 경쟁사의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사업자간 무한경쟁으로 출혈 마케팅이 성행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미국의 경우 번호이동성 도입과 함께 유례없는 특혜가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T모바일은 주말 통화시간 무제한 서비스를 금요일까지 확대했으며, AT&T와이어리스는 신규가입자에게 두 번째의 이동전화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리서치업체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특혜 제공 및 마케팅 비용의 증대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경고하고 있지만 미국 내 서비스사업자들의 출혈경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이런 무한경쟁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동전화서비스 가입 보조금이 금지돼 있고, 막강한 시장파워를 지닌 SK텔레콤의 요금 또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요금 및 보조금을 통한 출혈경쟁은 발생할 수 없지만 보조금이 금지된 후에도 음성적인 지급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는 점을 볼 때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1분기 이동전화서비스 3사의 광고비만 해도 월드컵 당시 수준인 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광고대행사들의 예상도 번호이동성에 따른 서비스사업자들의 경쟁심화에 근거를 둔 것이다.이 같은 지나친 경쟁은 사업자의 마케팅 비용 상승을 불러와 시설투자나 대고객 서비스 비용 등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오히려 이동전화서비스 품질은 저하돼 결국 이동전화 사용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 앞서 살폈던 대고객 서비스 향상도 번호이동성 도입 후 시장판도가 가격경쟁으로 흐른다면 기대하기 어렵다.돋보기 | 골드번호 마케팅사용기간 3~4년 불과… 성공 미지2004년 이동전화서비스시장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낯선 제도는 ‘010통합식별번호’이다. 010이 도입되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식별번호가 모두 010으로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일부 사용자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기존 사용자 가운데 010으로 전환을 원하는 사용자에 한해서만 010으로 전화번호가 변경될 뿐이고 010으로 변경을 원하지 않는 사용자는 그대로 지금의 번호를 쓸 수 있다. 다만 이동전화서비스에 처음 가입하는 신규가입자나 전화번호를 변경하는 사용자는 이동전화서비스업체에 상관없이 ‘010-1234-5678’이라는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010통합식별번호제도이다. 010통합식별번호는 2004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010에서도 사업자간 번호이동성이 적용됨은 물론이다.내년 1월1일부터 010번호제가 시행됨으로써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은 기존 식별번호에 대한 마지막 마케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남아 있던 골드번호(2000, 3000이나 2424 등의 기억하기 쉬운 번호)를 갖고 신규가입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골드번호 마케팅은 SK텔레콤과 KTF가 실시하고 있고, LG텔레콤은 아직 골드번호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다.이는 LG텔레콤의 019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골드번호 판매로 얻을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반대로 그동안 ‘011브랜드 키우기’에 온갖 정성을 들였던 SK텔레콤은 011브랜드의 위력 발휘를 기대하며 골드번호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지만 골드번호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사실 의문이다. 앞서 지적했듯 이동전화서비스시장은 보급률이 70%에 육박해 신규가입자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011, 017, 016, 018, 019 등 사업자별 식별번호에 따른 이동전화번호의 수명도 길어야 3~4년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이다.010번호는 당초 IMT2000용으로 지정됐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3세대 서비스로 전환할 때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011, 016, 019 등 사업자별 식별번호가 붙은 이동전화번호는 3세대 서비스로의 변경시에는 가져갈 수 없다. 이들에 대한 번호이동성은 현재의 이동전화서비스에서만 가능해 서비스 소멸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 지금 신규가입으로 골드번호를 잡아도 최대 3~4년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