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사회봉사활동 경영평가 반영… 장애아 복지사업 돋보여

파라다이스가 변하고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물밑 움직임이 거세다. 요즘 파라다이스 직원들은 2004년 경영계획 수립으로 인해 밤낮이 따로 없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핵심은 ‘신기업문화’ 창출이다. 이는 전락원 파라다이스 회장의 “기업색깔을 확 바꾸라”는 주문에 따른 것. 그룹 관계자는 “이제까지 알려진 파라다이스 기업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큰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어떻게 변한다는 것일까.변화의 키워드는그동안 파라다이스는 ‘카지노 기업’이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다.호텔, 레저, 유통, 제조 등을 아우르는 종합서비스그룹으로 성장했지만 ‘파라다이스=카지노’라는 공식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내부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2002년 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에 불과했다. 이것도 모두 외국인을 대상으로 벌어들인 것이다. 나머지는 호텔과 레저, 건설, 유통 등의 몫이다.기업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적잖게 노력해 온 것도 사실이다. “먼저 내부부터 변해야 한다”며 ‘기업문화’ 선포식을 가진 게 95년의 일이다. 이후 9년간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해마다 연초 경영계획의 핵심 코드에는 ‘기업문화’, ‘사회공헌’ 등의 용어가 들어갔다. 그 결과 2000년 3월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법인’으로 선정됐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 중의 하나인 계열사간 대여금 및 지급보증문제도 말끔하게 해소했다. 코스닥 등록(2002년 6월)도 ‘자금확보’보다는 ‘투명경영’ 차원에서 진행됐다.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복지사업을 잘하는 기업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장애아동에 대한 연구 및 지원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사정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파라다이스에 대한 기존 인식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생각이다.이런 고민 속에서 등장한 것이 ‘신기업문화’라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그리고 이를 현재 수립 중인 2004년 경영계획에 핵심사안으로 삼고 있다. 다소 추상적인 용어로 보이는 ‘신기업문화’란 뭘까.회사측은 서비스기업으로의 이미지 제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전개, 기업윤리헌장 채택 등 세가지로 압축해 설명한다. 이는 파라다이스가 ‘단지 카지노기업이 아닌 호텔, 레저 등을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종합서비스 선두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중견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다는 것이다.사회공헌 ‘+α’하라2003년 11월 중순. 이날 ‘파라다이스상’ 시상식이 있었다. ‘파라다이스상’은 기존의 ‘우경(전회장의 호)복지상’과 ‘우경문화상’을 통합한 것. 심사과정도 강화했고, 상금규모도 기존보다 두 배 늘려 1억원에 달했다. 상금규모로 따지면 호암, 인촌상에 이어 국내 세번째다. 전회장이 ‘파라다이스상’을 제정한 것은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보게 한다. 따라서 2004년 ‘신기업문화’의 핵심인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특히 지난 94년 설립된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의 활동을 대폭 강화한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은 국내 기업의 공익재단 중에서도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공익재단은 단순한 후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파라다이스는 장애아동에 관련된 전반적인 교육, 치료, 복지향상을 목표로 특성화된 연구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무료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는 교육용 CD는 장애아동을 가진 가정이라면 한번쯤 사용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또 장애아동의 진단, 판별도구도 직접 제작해 학습 및 치료를 돕고 있다. 이밖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하는 캠프운영, 장애전문 포털사이트 ‘아이소리넷’(www.isori.net)의 운영을 통한 인터넷 콘텐츠 개발과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이밖에 케냐와 몽골 등 4개국에 특수교육 시범학교를 건립하고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파라다이스의 복지사업은 국내외를 넘나든다. 고등영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운영실장은 “한해 16억원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장애아동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재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물론 전회장의 주문은 복지재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파라다이스는 각사별로 적극적인 봉사활동도 주문하고 있다. 2002년의 경우 13개사 17개 봉사팀이 연간 총 209회의 봉사활동을 전개했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이 기간에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봉사활동에 참가했으며 이는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연말 계열사의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항목에 봉사활동을 반영하고 있을 정도이다.내년에는 이를 더욱 조직화하는 등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우선 전략적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자원봉사 리더를 단계적으로 양성하는 한편 자원봉사 연차활동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 대표 공익사업을 선정해 집중 전개하고 각사별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이밖에 ‘윤리경영’의 제도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조직하고 ‘기업윤리헌장’ 선포식 등을 통해 이를 강력히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그룹 차원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 자기서약서를 작성케 하고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개발, 이를 단계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파라다이스에서 원활하게 직장생활을 하려면 봉사활동이 필수가 될 것”이라며 최고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전했다.아무튼 이렇게 내부에서부터 먼저 변하고 열심히 하면 자연스레 그룹의 이미지는 좋아진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생각이다. 전락원 회장은 늘 ‘파라다이스=카지노=부정적’이라는 세간의 시각을 안타까워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춘 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혀 왔기에 더욱 그렇다. 과연 파라다이스가 ‘카지노’의 이미지를 떨치고 관광업계를 선도하는 ‘종합서비스 기업’, ‘사회공헌에 앞서는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