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 KT, 양재신 대우종합기계, 박정인 현대모비스 CEO 돋보여

올해의 ‘주목받는 CEO’로는 총 10명이 선정됐다. ‘올해의 CEO’와 ‘베스트 CEO’를 지근거리에서 위협한 이들은 2004년 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3년 ‘올해의 CEO’에 선정된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베스트 CEO’에 선정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지난해 ‘주목받는 CEO’로 선정된 전력이 있다.더군다나 올해는 ‘주목받는 CEO’에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진입했다. 이용경 KT 사장, 양재신 대우종합기계 사장,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박정인 현대모비스 사장,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조충환 한국타이어 사장 등이 ‘주목받는 CEO’에 선정된 최고경영자들이다.이용경 KT 사장(60)은 민영 KT호의 초대 사령탑이라는 점과 함께 인사ㆍ조직의 효율성, 재무성과, 리더십 등 모든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장은 기술과 경영을 겸비한 CEO로 통한다. 지난 2000년 3월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에서 당시 한국통신프리텔(KTF의 전신) 사장으로 취임, 경영자로 데뷔했다. 그는 2001년 5월 한솔엠닷컴과의 합병을 성사시킨 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난해 5월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여는 등 우수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KT 초대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민영화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최근 인사에서 전체 임원 39명 중 30명을 40대 위주로 교체 또는 승진발령하는 등 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해 제2의 전성시대를 준비하고 있다.양재신 대우종합기계 사장(61)은 ‘해결사’로 통한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생존조차 불투명했던 대우종합기계를 불과 3년 만에 경영정상화는 물론 최고 실적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주주 중시 경영에 만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재무성과, 리더십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양사장은 2개월에 한번씩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설명회를 개최해 모든 것을 공개한다. 다 같이 확인하고 함께 고민하자는 차원이자 투명경영의 일환이다. 직원 중 35%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4년째 무분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표문수 SK텔레콤 사장(50)은 재무성과와 주주중시 경영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경영자로 평가됐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말 현재 1,800여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시장점유율 54.3%를 차지했다. 이는 연초 점유율 53.2%보다 약 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3분기 실적도 매출액 2조4,000억원, 당기순이익 5,100억원 등으로 그룹이 어려운 가운데도 저력을 보였다. 표사장은 94년 SK텔레콤 기획이사, 97년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00년 12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60)은 재무성과와 주주중시 경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에서도 ‘올해의 CEO’ 못지않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면 불황이 무색할 정도이다. 매출이 2조6,5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955억원, 당기순이익은 2,884억원으로 각각 46.9%와 35.3% 늘어났다. 박사장은 향후 핵심역량을 자동차 모듈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모듈 부품이란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여개의 작은 부품을 미리 5~6개 덩어리로 묶어 만든 중간 부품. 이미 모듈수출을 통해 올해 ‘10억불탑’을 수상했다. 향후 2010년까지 세계 자동차부품시장에서 글로벌 ‘톱10’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57)은 명확한 비전 제시와 더불어 글로벌 역량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영실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9월까지 매출은 2조9,94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지만 순이익은 133% 증가한 57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12월 초 경영진 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CEO로 재추천받았다. 실제로 대우인터내셔널의 성공은 국내 종합상사 무용론이 대세인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7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6년 대우중공업에 입문한 이후 (주)대우 상무, (주)대우자동차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안복현 제일모직 사장(54)은 재무성과와 인사ㆍ조직 효율성 측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안사장은 77년 삼성그룹 재무팀장으로 발탁됐을 때부터 발군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부임, 97년 207억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했던 제일모직을 지난해 경상이익 1,757억원으로 끌어올릴 정도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안사장은 섬유업체로 알려진 제일모직을 화학ㆍ패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앞으로 국내 최대의 전자재료 종합업체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65)은 인사ㆍ조직 효율성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졸출신으로 농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신한은행장을 3회 연임할 정도로 신한은행을 키운 주역이다. 이밖에 신한신용정보의 지주회사 편입, 방카슈랑스 부문 합작 자회사인 SH&C생명보험 설립, 자산운용 합작사인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출범 등도 모두 라회장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올해 들어 조흥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어 신한금융지주회사의 또 한번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변대규 휴맥스 사장(43)은 재무성과와 리더십, 글로벌 역량에서 우등생 대접을 받았다. 올해 매출은 목표치인 3,840억원보다 약간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경영실적은 뛰어난 편이다. 지난 9월까지만 보더라도 매출액 2,479억원, 경상이익 413억원을 올렸다. 휴맥스의 주력제품인 셋톱박스가 현재 70여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공대 박사 출신인 변사장은 지난 89년 서울대 근처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으로 도약했다.김정태 국민은행장(56)은 자타가 공인하는 은행가의 스타 CEO로 리더십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비록 지난해 ‘올해의 CEO’로 선정됐다가 올해 ‘주목받는 CEO’로 한 단계 내려앉았지만 2004년에는 다시 진입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다. 아무래도 올해 폐렴으로 병원 출입이 잦은데다 실적도 나빠지면서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잠시 비켜선 것으로 풀이된다.조충환 한국타이어 사장(61)은 재무성과와 비전제시, 글로벌 역량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695억원)보다 44% 가량 늘어난 900억~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64년 삼성물산에 입사, 도쿄지사장 등을 거쳐 이사까지 오른 뒤 83년 한국타이어로 스카우트됐다. 경영스타일은 자유방임형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개성을 발휘하도록 근무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업에 열성이다. 90년 ‘한국타이어 복지재단’(기금 140억원)을 설립해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그룹별 분석추천받은 42명 중 삼성 5명 최다이번 조사에서 추천위원으로부터 추천받은 42명 CEO들의 면면은 일반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화려하다. 이들 중 삼성과 LG그룹의 CEO들이 각각 5명, 4명을 차지했다. 삼성은 ‘올해의 CEO’로 선정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베스트 CEO’인 김순택 삼성SDI 사장과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LG는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단숨에 ‘올해의 CEO’를 차지하며 국내 최고 CEO 반열에 명함을 내민 것을 비롯해 박운서 데이콤 회장, 노기호 LG화학 사장, 김반석 LG석유화학 사장 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부회장을 제외하곤 ‘베스트 CEO’나 ‘주목받는 CEO’에 선정되지 못해 삼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 김뇌명 기아자동차 사장 등 3명을 올렸고, SK그룹은 SK사태의 여파 탓인지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한 명만이 올라 겨우 체면을 세웠다. 이밖에 한진과 롯데, 금호, 한화, 코오롱, 동부그룹 등은 단 한 명의 CEO도 추천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는 상장회사 CEO를 대상으로 추천을 받았다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CEO 브랜드가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시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밀려난 CEO들금융권 CEO 추락 등 부침 심해‘뜨는 CEO’가 있으면 ‘지는 CEO’가 있는 게 당연하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퇴직하거나 실적저하가 주된 이유다. 혹은 관계사의 위기가 영향을 끼쳤거나 CEO마케팅에 소홀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부침이 심한 편이다. 2002년 ‘올해의 CEO’ 5명 중 2003년에 다시 선정된 CEO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일하다. 참고로 2002년 올해의 CEO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서경배 태평양 사장,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이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올해의 CEO로 선정됐던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은 올해 초 이구택 회장에게 경영권을 이양하고 야인으로 물러난 뒤 평가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2000, 2002년 2회에 걸쳐 역시 ‘올해의 CEO’로 주목받았던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올해 ‘주목받는 CEO’로 격이 낮아졌다. 퇴진설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전문가들의 마음이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은 SK사태의 불똥을 피해가지 못하고 역시 ‘주목받는 CEO’로 밀려났다. 한편 서경배 태평양 사장(40)은 ‘베스트 CEO’로 선정돼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베스트 CEO’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2002년 ‘베스트 CEO’로 뽑힌 심훈 부산은행장(62)은 이번에 선정되지 못했고, 최영재 LG홈쇼핑 사장(61)은 아예 추천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최사장의 경우 한때 CJ홈쇼핑에 영업이익 측면에서 추월을 허용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데다 조사시점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 불리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금융권 CEO들의 침체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다. 지난해 ‘올해의 CEO’, ‘베스트 CEO’ 11명 중 금융권 CEO는 3명이었지만 올해는 1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주목받는 CEO’로 뽑힌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51)은 순위에서 밀려났고, 서경석 LG투자증권 사장(56)은 추천대상에도 끼지 못했다. 이는 카드대란의 여파를 고스란히 입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